구역해제에 신축빌라·가로주택 우후죽순… 공공재개발 ‘복병’
구역해제에 신축빌라·가로주택 우후죽순… 공공재개발 ‘복병’
난개발 부추긴 서울시 출구전략
  • 최진 기자
  • 승인 2020.09.09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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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뉴타운 곳곳서 빌라짓고 가로주택정비사업 
공공재개발 장애물로… “도시재생계획 다시짜야”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공공재개발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서울시의 구역해제 우선행정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해제구역을 중심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려 해도 이미 신축빌라들이 곳곳에 들어서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3기 신도시와 더불어 수도권 주요 주택공급 수단으로 힘을 쏟았던 가로주택 정비사업도 오히려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공공재건축이 사실상 정체된 상황에서 공공재개발까지 신축빌라와 가로주택에 막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이 정비사업을 대체하기보다, 오히려 난개발과 주택공급 부족 등의 문제를 드러낸 만큼, 도시계획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공공재개발 환영… 주민들 기대감 높아

최근 서울 동북권 최대 정비사업 현장인 장위뉴타운 지구는 다수의 현장들이 공공재개발 추진의지를 내비치면서 주택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장위뉴타운은 지난 2012년 등장한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총 15개 현장 중 6개 현장(8·9·11·12·13·15)이 구역해제 됐다. 나머지 9개 현장은 정상적으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구역해제 당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주거수리비 일부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면서 재생사업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도로변 접근성이 좋은 일부 땅에는 빌라가 신축되고 대부분의 땅은 노후화된 상태로 방치되는 전형적인 난개발 지역 슬럼화가 시작됐다. 현재 장위동은 1950년에 지어져 준공 70년차에 접어든 노후 주택과 신축빌라가 공존하는 난개발 현장으로 전락했다.

김지훈 장위9구역 재개발추진 준비위원장은 “주민들은 정비구역이 해제된 후 열악한 주거환경에 방치되면서 오히려 재개발을 반드시 추진해야한다는 의지가 굳어진 상태”라며 “예전에는 색안경을 끼고 재개발을 반대했던 주민들도 최근에는 공공재개발 추진에 관심을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장위9구역은 현재 50% 가까이 확보한 통합재개발 주민동의서를 공공재개발로 전환해 공공재개발 추진에 나설 방침이다. 장위8구역도 주변 아파트 시세급등에 따른 주민들의 기대감 상승에 힘입어 공공재개발 공모신청이 무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장위12구역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위원회 사무소를 방문해 공공재개발을 추진하자고 건의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

▲신축빌라·가로주택 복병… 재개발 희망 어쩌나

문제는 장위뉴타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축빌라와 가로주택 정비사업이다. 현재 장위8구역은 2곳에서, 장위9구역은 3곳에서 가로주택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장위 11·15구역은 이미 구역 내 가로주택 정비사업 조합이 각각 민간시공자까지 선정한 상황이다. 

일부 현장들은 주민의 기대감이 공공재개발로 쏠리면서 가로주택이 정체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용재 장위8구역 재개발추진 준비위원장은 “가로주택은 재개발이 무산된 현장에서 궁여지책으로 추진되는 사업일 뿐”이라며 “현재 주민들은 공공재개발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구역 내 가로주택은 동의서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로주택 추진위 의견은 다르다. 공공재개발이 정부의 주택공급 실적을 채우기를 위해 졸속으로 만들어낸 정책이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가로주택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 가로주택 관계자는 “정부가 당장 주택공급 절벽이 문제가 되니, 압박에 못 이겨서 급하게 내놓은 것이 공공재개발의 실체”라며 “안정성과 사업 속도 측면에서 가로주택이 더 안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구역의 경우 통합재개발과 가로주택 관계자들 간의 분쟁이 발생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장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구역해제 이전에는 뉴타운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 ‘언니·동생’하던 사이였지만, 가로주택과 재개발로 나뉘면서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는 상황”이라며 “구역해제 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애쓰던 사람들이였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난개발 신축빌라도 공공재개발의 문제가 되고 있다. 장위12구역은 지난 2014년 장위뉴타운 구역 중 가장 먼저 정비구역이 해제됐다. 

이후 서울시가 도시재생구역으로 지정해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주거개선 정도는 미미했다. 결국 열악한 주거환경이 지속적으로 방치됐고, 곳곳에 신축빌라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최연숙 장위12구역 재개발추진 준비위원장은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가 높더라도 곳곳에서 신축빌라가 들어선 상황이라, 정비구역 지정여건이 어떨지 걱정”이라며 “빌라업자들이 재개발 기대효과를 내세우며 높은 가격으로 땅과 건물을 매입하고 있지만, 정작 준비위가 난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로 인근에 들어설 2천300가구 규모의 장위14구역은 단지 출입구를 낼 수 있는 방향이 우리 구역 밖에 없는데, 신축빌라 난개발로 도로나 기반시설이 열악할 경우 대단지 주거환경은 물론, 상습 도로정체로 인한 도시환경 자체가 망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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