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패닉바잉과 사전청약
주택시장 패닉바잉과 사전청약
  • 김덕례 /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 승인 2020.09.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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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438건이었다. 2006년 조사이래 한달 거래량으로 최고치다. 2만호 이상 거래되었던 적은 20178(22647)20183(2673)뿐이었다.

서울 아파트거래 급증에 대해 언론은 주택담보대출 40%(LTV)를 적용받는 9억원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30대가 대거 매수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면서 영끌현상을 설명했다. 헤드라인은 3040세대의 패닉바잉이었다.

영끌,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집을 사는 젊은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다. 패닉(panic)의 사전적 의미는 갑작스러운 극심한 공포와 공황상태로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고 허둥지둥하는 상태다. 무엇이 3040세대를 극심한 공포로 몰고 갔을까. 왜 그들은 집을 패닉바잉하고 있을까.

10년 전 서울 주택시장은 지금과 상당히 달랐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10년 전에는 강남필패론이 대세를 이루면서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것(live)이라는 슬로건이 주목을 받았다. 집을 바잉하면 오히려 어리석다고 했다. 그런 생각은 당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어 갔다. 집보다는 괜찮은 차를 사겠다던 생각이 보편화되고 있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해 당시 정부는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 현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에 공을 들였다. 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보다는 괜찮은 임대주택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큰 오산이었던 것이다.

당시 2030세대는 지금 3040세대가 되었다.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것(live)이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들이 지금 서울 주택시장에서 패닉바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집 걱정 없는 나라를 꿈꾼다. 그러한 모델국가로 싱가포르를 꼽는다. 싱가포르는 전 국민의 80% 이상이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주택에 산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임대주택이 아니다. 공공분양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저럼한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저소득층용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싱가포르의 재건을 위해 리콴유 총리는 자가소유촉진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자리매김헀다. 국민들은 집 걱정이 없다. 선진국으로 가는 기본이다.

서울은 집 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 세계적인 대도시의 자가점유율은 대체적으로 낮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50%에도 못 미치는 서울의 자가점유율이 괜찮다고 할 수 없다. 언제든지 지금과 같은 패닉바잉으로 사회적 혼란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집을 가질 수는 없다. 가질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와 함께 이사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은 평범한 3040세대는 집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50~60%는 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소득 1~2분위의 저소득층은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살면 된다. 그렇지만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3040세대는 그러한 주택에서 살 자격이 안 된다. 이들에게 집이 필요하다.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이들이 공포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집을 사는 비합리적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내 집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본욕구를 살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 6만가구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217월부터 사전청약은 단계적으로 시작된다. 10개월 후의 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전청약 6만가구는 시작이다. 정부가 약속한 127만가구가 이제부터 순차적으로 속도감 있게 현실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3040세대의 패닉바잉 결과, 패닉마켓으로 전락해버린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집값 안정은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중요하다. 이를 위한 정부정책의 혁신과 변화는 지속되어야 한다.

김덕례 /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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