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한양셉테드학회 센터장
이경훈 한양셉테드학회 센터장
“셉테드 인증 통해 ‘안심 아파트’ 확산 유도 올해 벌써 6개단지 인증… 건설사들 관심”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2.07.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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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 ‘계양 센트레빌’2010년 국내 최초 인증… 주민들 ‘안전 수요’ 증가

 

         

 

  이경훈  
  한국셉테드학회 인증센터장

 

최근 대림산업의 광고 포커스는 ‘안심아파트’다. 동화 속 빨간 망토 소녀와 늑대를 모티브로 광고를 꾸몄다. 이 광고에 다음과 같은 멘트가 붙는다.

“밤늦어도 안심할 수 있도록, 조명은 밝히고, CCTV는 잘 보이게, 나무 간격 조절하고, 막힌 시야 틔워주고, 놀이터는 가운데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셉테드(CPTED)가 추구하는 바를 단적으로 표현했다. 셉테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의 셉테드 도입도 경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해 이미 6개 아파트단지가 셉테드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셉테드학회 초대 회장 임기를 마치고 학회 인증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에게 최근의 셉테드 동향에 대해 들었다.

▲셉테드가 주목받는 이유는=그동안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범죄에 안전하다는 인식이 컸다. 그런데 이같은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2년마다 국내 사회통계 조사를 실시한다. 그 중 사회불안 요인 순위를 묻는 항목이 있는 데 여기서 ‘범죄불안’이 계속해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 2008년에 1위였고, 2010년에는 1위인 ‘국가안보’에 이어 ‘범죄불안’이 2위를 차지했다. 2010년에 발생했던 연평도 포격 및 천안함 사건이 없었다면 ‘범죄불안’이 또 1위를 차지했을 것이다. 현대인들이 범죄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의 심각한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결국 주택선택 요인으로 ‘안전’이라는 화두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한다. 민간 건설사들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건설사들이 셉테드를 강조한 아파트 단지들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단지들이 있나=한국셉테드학회가 발족한 2010년을 시작으로 동부건설의 ‘계양 센트레빌’이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현대건설의 ‘강서 힐스테이트’와 동부건설의 ‘용인 영덕 센트레빌’이, 올해에는 두산건설의 ‘청주 지웰시티’, 현대엠코와 흥한건설이 함께 짓는 경남 진주 ‘더 퀸즈 웰가’, 그리고 가장 최근에 SK건설의 ‘용현 SK 뷰’가 인증을 받아 총 6개 단지가 셉테드 인증을 받았다. 이같은 추세는 계속 될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인증 신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단지와 비교해 본 수요자들의 좋은 반응이 건설사들을 계속 셉테드에 관심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 모두가 주거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요구를 방증하는 것이다.

▲일반인 입장에서 셉테드가 적용됐다는 것을 체감하는 게 쉽지 않다=디자인의 효용이 한 눈에 쉽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단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설계 사례를 소개할 수는 있다. 아파트단지 안에서 이러한 모양의 시설물을 발견했다면 “아, 이것은 셉테드가 적용된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선 지하주차장을 최대한 개방화하고 조명을 밝게 만드는 것이다. 벽식아파트는 내력벽이 지하주차장까지 내려오기 때문에 자칫 미로와 골목길 같은 보행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셉테드를 통해서 이런 공간을 최대한 줄이고 조명을 확대 설치한다. 또한 지하주차장에서 주동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넓은 유리문으로 개방시킨다. 안팎에서 다 보일 수 있도록 해 만일 발생할지 모르는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비실이 1층과 지하층 복층으로 만들어진 것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경비실이 1층에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선입견이다. 내부 계단으로 1층과 지하층을 연결하고 경비직원이 수시로 오가면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 종전에 비해 범죄 예방 효과가 커질 것임은 당연하다.

비상벨이 설치된 강렬한 색채의 기둥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행 건축법에서는 지하주차장에 25m 간격 마다 범죄위협 등 유사시 작동시킬 수 있는 비상벨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설문조사를 해보니 자신의 아파트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들이 70%가 넘었다. 평소에도 이러한데, 유사시 당황하게 되면 바로 옆에 있더라도 비상벨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를 위해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다른 곳과 도색을 다르게 한다. 예를 들면 일반 기둥을 흰색으로 칠할 때, 비상벨이 설치된 기둥은 빨간색으로 칠해 주목성을 높인다는 식이다. 비싼 CCTV 설치보다 오히려 이런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셉테드가 반드시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이처럼 셉테드를 적용할 수 있는 틈새는 우리의 주거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우리 생활과 셉테드가 밀착돼 있다는 뜻이다.

▲셉테드 인증 기준은=한국셉테드학회 내부 기준으로 정해 놓았다. 인증은 엄격하게 관리된다. 셉테드 특성상 인증은 착공 전 사업시행인가 신청 도면을 가지고 검토를 진행한다. 셉테드 수준이 기준 미달인 경우에는 수정보완 요청을 통해 보다 높은 기준 충족을 요구한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인증이 되지 않는다. 인증 통과를 목적으로 설계에서는 높은 수준의 셉테드를 도입한다고 해놓고 나중에 실제 시공 과정에서는 수준을 낮출 수도 있다. 이같은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인증 서류에는 “수정보완 요구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인증서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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