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분양가상한제 첫 청약… HUG보다 낮은 분양가에 ‘경악’
재건축 분양가상한제 첫 청약… HUG보다 낮은 분양가에 ‘경악’
주택공급 ‘절벽’ 우려 현실화 되나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0.11.03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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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 미소지움은 2,569만원… 서초자이르네 3,252만원
감정원 “택지비 평가 8곳 다시하라”… 분양가 통제수단?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자 정비업계가 혼돈에 휩싸였다. 최근 상한제를 적용받는 단지들의 분양가가 시세보다 현저히 저렴할 뿐만 아니라, 기존 HUG의 분양가 기준보다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분양가 상한제로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정비사업 조합들이 대거 분양일정을 조정해 당분간 공급절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강동구 둔촌주공,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신반포 15차 등 다수의 현장은 분양 일정을 연기하고 후분양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일 벗은 분양가 상한제 규제 수위… HUG 기준보다 분양가 하락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단지가 분양에 나서면서 규제 수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동안 여러 단지에서 ‘상한제냐,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가냐’를 놓고 이해득실 검토해 왔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단지들의 분양가가 HUG의 기준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3개월 만인 이달 말 서울 시내에 정비사업지 중 상한제 적용 단지가 분양에 나섰다.

먼저 지난 19일 서초구 낙원청광연립주택 가로주택정비사업인 ‘서초자이르네’가 1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상한제 적용으로 서초 자이르네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천252만원으로 최고 분양가가 8억9천414만원(전용 69㎡)에 불과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됐다.

HUG의 고분양가 심사 과정에서 대부분 주변(서초구) 신축 아파트들이 3.3㎡당 4천891만원 수준에 분양가가 책정됐던 것과 단순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14층, 2개동, 전용면적 50~69㎡, 총 67가구를 신축한다. 이중 일반분양은 35가구다. 

이어 지난 2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강동구 벽산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은 평균 분양가가 3.3㎡당 2천569만원으로 책정됐다. 조합이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인 지난 6월 HUG에서 통보받은 3.3㎡당 분양가(2천730만 원) 대비 161만원 낮은 금액이다. 전용 59㎡형은 6억4천200만~6억7천200만원, 전용 84㎡형 분양가는 8억3천100만~8억6천600만원대다.

지난해 입주한 인근 ‘고덕 아르테온’(고덕주공3단지 재건축) 전용 84㎡형 매매가격이 15억~16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60% 수준이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12층, 3개동, 전용 59~128㎡, 총 100가구 규모로 신축될 계획이다. 이 중 일반분양은 37가구다.

정비업계에서는 두 단지가 모두 100가구 이하의 소규모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만큼 일반 재개발·재건축 단지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분양가 상한제의 규제 수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일부 현장에서는 시뮬레이션 결과 HUG 규제보다 분양가 상한제에서 더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혼란이 있었지만, 상한제 적용 시 기존 HUG의 분양가 심사기준보다 더 낮은 분양가가 책정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는 설명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단지 규모가 작아 대규모 단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 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보다 낮아진다는 것이 확실해졌다”며 “일반분양가는 조합원의 분담금과 직결되기 때문에 다수의 현장들이 사업성 하락을 이유로 대거 분양일정을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8곳 모두 택지비 재검토 결정… 분양가 통제에 조합들 반발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실제 예상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되자, 한국감정원의 택지비 검증도 논란이 되고 있다. 분양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인 토지가격 평가를 두고 한국감정원이 대부분의 현장에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재검토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조합들 사이에서는 한국감정원의 타당성 검증이 분양가격을 낮추기 위한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주택법 시행령·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주택공급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종전까지는 택지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감정가격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 2개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했지만, 이제는 한국감정원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한국감정원이 해당 택지비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정한 감정평가법인은 토지가격 감정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

업계에서 전하는 올해 한국감정원의 택비지 감정평가 검토 내역을 살펴보면 상일동 벽산빌라(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 등 총 8건이 토지가격 감정평가 결과 재평가 통보를 받았다. 그 중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제외한 6곳의 토지가격이 당초 감정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통보 받았고, 신반포3차·경남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 16일 재평가를 통보받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1명, 서초구청에서 1명씩 감정평가사를 위촉해 진행한 평가”라며 “감정원에 검증을 받기 전 해당 법인과 감정평가협회 등에서 심의를 거쳤는데도 불구하고 감정원이 무슨 기준으로 검토를 해서 재검토 통보하는지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우려했던 대로 정부가 감정원을 앞세워 택지비를 깎아서 분양가를 낮추려 드는 것”이라며 “자체 검토 결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HUG의 기준보다 더 높은 분양가가 책정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감정원의 검증으로 제도의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택지비를 기준에 맞게 산정했는지 여부만 검토할 뿐 금액에 대해서는 별도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며 “최종 분양가는 분양가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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