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춘동 인토엔지니어링 대표
인터뷰- 여춘동 인토엔지니어링 대표
“30년 갈고 닦은 도시계획 관록, 개발사업에 접목해볼래요”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0.11.04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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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모종힐스테이트 1·2지구
1지구는 내년 2월 950가구 분양

조만간 드론·자율주행차 시대
재개발·재건축단지 가치 상승

AI 부동산 컨설팅 회사도 준비
복잡한 법·제도로 사업 어려움

어려울 때 변화하면 활로 뚫려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30년 간 도시계획 전문가로 업계를 종횡무진해 온 여춘동 인토엔지니어링 대표가 인생 첫 디벨로퍼 도전에 나선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탕정 공장 인근의 충청남도 아산시 모종동 도시개발사업에 처음으로 디벨로퍼 명함을 들고 뛰어들었다.

1지구와 2지구로 나눠 사업을 진행 중이며,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 내년 2월 1지구에서 ‘모종 힐스테이트’ 950가구로 분양 출격에 나선다. 여기에 4차 산업 접목에 따른 도시의 급격한 변화를 내다본 여 대표는 인공지능(AI) 부동산 서비스 회사도 런칭할 계획이다. 수요자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그에 딱 맞는 최적의 부동산을 소개해 주는 맞춤형 부동산 컨설팅 시스템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도전과 변화의 중요성을 함축한 주역의 한 구절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를 사무실 한 켠에 붙여두고 오늘도 시대 변화의 흐름과 씨름 중인 여 대표를 만나 새로운 도전 이야기를 나눴다.   

▲도시계획가로서 디벨로퍼 겸업을 선언하셨다. 현재 충남 아산시 모종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진행 중인데, 진행 중인 개발사업에 대해 소개한다면

=충남 아산시 모종동 일대의 도시개발사업인 모종1지구와 모종2지구를 진행 중이다. 1지구에서는 이달 23일 사업승인 신청을 거쳐 내년 2월경 95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분양할 예정이다. 2지구는 현재 도시개발구역 지정 후 각종 영향평가와 실시계획을 준비 중이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지구에서 2022년 1천 가구 정도를 분양할 예정이다. 

▲디벨로퍼로서의 첫 도전이다. 이번 도전의 의미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첫번째 개발사업 도전을 통해 그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도시계획가로서 인허가 대행자로 살아오던 중 이제는 직접 개발사업의 주체자로 개발사업 실무에 부딪쳐 보자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

도시계획 전문성을 바탕으로 개발사업의 실무 능력까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번 모종 힐스테이트 개발사업을 통해 결실을 맺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번 경험을 발판으로 개발과 도시계획을 통합하는 디벨로퍼형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또한 그동안 도시계획 분야에서 배우고 익혀온 지식기반을 바탕으로 도시와 건축을 통합하는 새로운 업역을 확장함과 동시에 4차산업 혁명시대에 도시계획가로서 AI기반의 신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신사업은 일종의 인공지능 부동산 컨설팅 회사다. 예컨대 ‘서울’에 ‘5억원짜리’‘전세’‘아파트’를 찾는다는 검색 옵션을 입력하면 이 조건에 딱 맞는 아파트가 소개되는 식이다. 고객은 주택 수요자일 수도 있고, 사옥을 찾는 기업가일수도 있다.  

▲실제 개발사업을 체험해 본 소감은 어떤가

=무척이나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많아 혹자는 개발사업을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그래서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높다. 나 역시 직접 개발사업자로서 행정청을 접했을 때 공무원과 심의위원의 말 한마디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또한 복잡한 법과 제도로 인해 계획한 일정보다 2배 이상 행정절차가 늘어나 사업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복협의와 중복심의는 물론 심의위원회의 월권행위로 사업의 성패를 예측하기가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 대표는 그림에도 남다른 소질을 가졌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신문사에서 만평을 그리기도 했다. 사진은 2017년 직접 그린 자화상.
여 대표는 그림에도 남다른 소질을 가졌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신문사에서 만평을 그리기도 했다. 사진은 2017년 직접 그린 자화상.

▲인공지능ㆍ자율주행차 등 도시 모습에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데, 도시계획 경륜을 바탕으로 미래 도시를 예견해 달라

=미래의 도시공간 변화에 5가지 특징이 나타날 것 같다. 첫째, 공간의 단일규제에서 벗어나 유연화를 통해 도시환경변화에 대응해 공유하는 도시공간이 출현할 것이다. 둘째, 자율주행과 드론의 등장으로 움직이는 도시공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업무, 오락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셋째, 증강 또는 가상현실의 구현을 통한 생각하는 디지털 트윈 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온라인 상에 또 하나의 서울을 만들어 그곳에 각종 변수를 조정, 미래에 나타날 서울의 각종 문제를 시뮬레이션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넷째, 저성장 인구감소로 인해 도시공간이 축소되거나 압축될 것이다. 끝으로 미래의 도시공간은 다양한 전문가들과 상호협력하고 협상하며 만들어 나가는 곳이 될 것이다.

▲이 같은 급격한 도시 변화 속에서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원들은 어떤 자세로 미래도시를 맞이해야 하나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첨단 기술이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에 적용돼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주거공간이 만들어 질 것이다. 특히, 각 단지를 통합해 대규모 단지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대규모 단지 조성 시 미래도시의 공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보지 형태의 빈공간이 만들어질 것 같다. 

이 공간은 주차장, 놀이터 등 한 가지 용도에 국한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도시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포용적ㆍ가변적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광장 형태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미래 우리들의 생활패턴은 가정에서보다 공유 공간을 통해 공동체가 유지될 것이며 주택의 규모는 점점 축소되고 대중교통 중심의 압축개발이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드디어 도심 주택공급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공재개발ㆍ공공재건축이 그 증거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거복지의 중요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 활성화 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해야 한다는 원칙 하에 주택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 외곽에 신도시를 만들어 사회적ㆍ경제적 비용을 낭비하는 정책은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 주택은 재건축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임대주택 또는 청년신혼주택 등의 주택공급을 촉진해 도심 내 역세권 주변에 저소득층은 물론 젊은 인구가 일자리와 근접해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도시계획가들의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이유와 구체적인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소개한다면

=그동안 도시계획 업무를 발주자 입장에서 ‘용역’이라고 불러왔다. ‘용역’이라는 뉘앙스는 전문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도시계획가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결국 우리와 우리의 업무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부여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를 위해 지식기반서비스로써의 도시계획의 가치를 제고하고자 위상강화를 위한 취지로 기존의 ‘용역’명칭을 대체할 새로운 명칭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항상 미래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도시계획의 특성상 시대 변화와 그에 따른 문제 해법에 관심이 많다. 시대적 흐름에 순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사무실 한 켠에 붙여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 어려울 때는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면 통해지며, 통해지면 활로가 뚫린다)’‘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라)’도 그런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그동안 익힌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함과 동시에 30년 동안 도시계획과 도시설계분야에서 부족했던 점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책도 쓰고 싶다. 그리고 평소 소신처럼 다짐해온 도시와 건축의 통합 전문가로서의 연구를 위한 연구소도 설립하고,  예전에 틈틈이 취미로 해온 그림도 열심히 그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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