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설계 기준과 노후아파트 안전성
내진설계 기준과 노후아파트 안전성
  • 신동우 명예교수 / 아주대학교
  • 승인 2020.11.12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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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건축물의 내진설계에 대한 기준은 1988년 이후 계속 강화되고 왔지만,  2017년 포항지진 이후 지진 발생과 피해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불안감은 한층 더 커졌다.

물론 안전을 위해 도입한 내진설계 기준에 반대할 명분은 없으며, 국가의 경제성장과 함께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과 그 기준이 강화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 기준을 시행함에 있어서 그 기준 시행 이전에 지어진 수 많은 건물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고 참으로 아쉬운 점이다. 특히 국내에서 2000년 이전에 준공된 약 400만호의 노후아파트가 그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단 지어진 공동주택은 그 구조물의 제약으로 인해 성능 개선에 한계를 가지며, 구조체의 내진 성능을 개선하는 것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오래된 기존 건축물에 대해 신축 건물과 같은 내진설계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입주민들에게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안전하지 못한 상태의 거주를 강제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자료에 의하면 내진 기준 미달의 오래된 공동주택은 전체 주택 중 최소한 50% 이상에 달하고 있다. 건축물은 한번 지어지면 장기간 사용된다. 입주민들이 물리적인 수명이 남아 있는 공동주택을 보강하여 보다 안전하게 거주하고자 함은 당연하며, 국가 정책도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래된 공동주택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방법으로 두 가지를 검토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첫째는 기존의 오래된 아파트의 내진 성능을 단순히 기준 ‘만족’과 ‘불만족’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보강 전’과 ‘보강 후’의 개선 정도에 의해 평가하는 방법과 기준을 고려해 보는 것이다. 이것이 어차피 현행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의 구조물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 보다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아닌가 생각한다.

둘째는 현재 내진설계의 기준이 되는 지진 재현 주기의 완화를 검토해 보는 것이다. 현재 설계기준의 지진 재현 주기는 내진 등급에 따라 500년, 1,000년, 2,400년으로 구분되어 있다. 물론 지진 기록에 대한 데이터와 과학적인 판단에 근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준공해 사용 중인 건축물에까지 이를 구조적 안전성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현재 수직증축의 구조안전성 관련 이슈가 리모델링 시장과 산업 주체들 사이에 첨예한 쟁점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이 수직증축의 추가 하중과 강화된 내진설계 기준의 만족·불만족 여부에만 치중되고 있다는 것은 공학적인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필자는 노후 공동주택 안전 문제를 구조체에 대한 보강 문제로만 국한하지 않는다면 구조 안전을 위해 고려해 볼 수 있는 공학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은 앞서의 두 가지 외에도 더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기존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 적용에 대한 공학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허용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해 보는 것은 대다수 국민의 주거 안전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학적으로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며, 이에 따라 10년 후 우리 기존 아파트의 주거환경 수준도 가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전을 생각할 때 우리는 안전불안전의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공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안전에 관한 기준은 그 기준을 만족한다고 해서 지진 발생 시 100% 안전하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실제 100% 안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100%에 근접하는 안전을 위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도 현실적이지 않다.

이렇게 볼 때 기존 노후 공동주택의 안전 문제를 접근할 때 안전불안전의 이분법 보다는 현재의 안전보다 안전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거기본법 제3조 제5(주택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할 것)에서 주거 안전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언급하고 있듯이 주택은 국민들이 행복을 체감하는 가장 핵심적인 사회 기반이기에 현재 부동산의 가치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국민의 주거 안전을 걱정하여야 하는 시점이다.

또한 기존의 주택들이 보다 안전해 지고 주거환경이 개선될 수 없다면 향후 10년 내에 노후 공동주택 문제는 인구의 고령화 문제보다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후 공동주택의 구조 안전성에 대한 안전확보, 규제 개혁 및 정책적 지원, 연구개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동우 명예교수 / 아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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