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지자체, 정비업체 승계 여부 혼선… 법원도 엇갈린 판결
재개발조합·지자체, 정비업체 승계 여부 혼선… 법원도 엇갈린 판결
‘정비업체 승계불가’ 유권해석 논란 재점화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0.11.25 11: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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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승계불가 유권해석에도 개선 않고 방치
일부 지자체 법제처 해석 그대로 적용… 현장 혼란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조합 승계 가능 여부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법제처가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를 조합이 승계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하면서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관련 규정들이 1년 넘도록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추진위와 조합뿐만 아니라 지자체마저도 정비업체의 승계와 업무 범위 등을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법원에서도 엇갈린 판결이 나와 정비업체의 승계와 업무 범위 등을 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법제처 유권해석 1년…‘정비업체 승계 가능 여부’재점화

최근 전주시청이 추진위 당시 선정한 정비업체를 조합이 승계한 재개발조합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려 정비업체 승계 문제가 도마위로 재부상했다.

지난해 법제처가 ‘승계 불가’라는 유권해석만 내렸지만, 추진위와 조합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추진위가 선정한 정비업체는 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도 계약해지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여전히 관행처럼 여겨져 왔던 터였다. 법원의 판결로 확정되거나 관련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법제처의 해석으로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비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 

지난 8월 27일 전주 하가구역 재개발사업은 전주시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조합이 지난 3월 개최한 조합창립총회에서 정비업체의 용역계약을 조합에 승계하는 안건을 의결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이 민원을 제기했고, 전주시는 조합에 시정명령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내고 의견서를 제출토록 했다.

전주시는 “정비사업조합 계약, 용역업체 선정은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운영규정 제6조(국토부고시 제2018-102호)에 의해 추진위에서 조합으로 승계되지 않는다”며 “창립총회를 통해 정비사업자 용역계약을 포괄승계했는데,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4조 및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조합 업무를 수행할 정비업체 선정을 조합창립총회에서 선정한 것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아4-1구역 재건축사업은 지난 2월 2일 조합창립총회에서 조합업무를 수행할 정비업체 선정을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했다. 하지만 관할 구청인 강북구청에서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개최하는 조합창립총회에서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조합설립 이후 다시 선정하라고 지적해 추진위는 조합설립인가 후 원점부터 정비업체를 새롭게 선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비업계 전문가들은 법 해석 여부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법제처의 해석은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의 업무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조합의 승계여부에 대한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조합창립총회는 재건축사업에 동의한 사람들 다시 말해 조합설립인가 이후 실제 조합원이 되는 토지등소유자들이 투표한 것이고, 조합설립 이후에 조합과 정비업체가 실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인 만큼 허용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법제처가 유권해석을 내리긴 했지만, 법원의 판결로 확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승계로 가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극히 일부 지자체에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정비업체 승계 결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에서도 엇갈린 판결… 대전지법 "승계 가능"  청주지법 "승계 불가능"

법제처의 유권해석 이후 법원에서도 정비업체 승계 여부에 대해 엇갈린 판결이 나오면서 정비업계의 대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먼저 지난 7월 대전지방법원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된 정비업체는 조합에 포괄승계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전 대동4·8구역 재개발조합의 시공자 선정 총회 당시 일부 조합원들이 제기한 총회금지가처분에 대한 기각 결정에 포함된 내용이다. 

해당 조합원은 총회에 ‘설계자 선정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자 선정 재인준의 건’을 상정한 것에 대해 추진위원회 시절 선정된 정비업체를 조합원 총회 결의와 일반경쟁입찰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먼저 조합과 계약을 맺은 후 총회에서 재인준하려는 것으로 도정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및 설계자는 조합설립 후 조합에 포괄승계되므로 이를 인준하기 위한 관련 안건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청주지방법원은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청주 사모2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017년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 정비업체와 계약 해지 안건을 결의했다. 

이에 해당 업체에서 소송을 제기하면서 해당 계약의 유효 여부가 쟁점이 됐다. 추진위 당시 계약에서 정비업체의 업무 범위를 조합 해산까지로 정했기 때문이다. 

조합측은 구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조합설립 이후의 업무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 이후의 업무를 수행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 측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은 추진위원회의 업무인 점, 추진위원회가 수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에 승계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조합 설립 이후의 업무에 관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은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사항이 아니라 조합의 고유 업무”라며 “조합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업무에 관하여는 조합이 총회의 의결을 거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추진위원회에서 체결한 추진위원회의 업무와 조합의 업무를 전부 포함한 업무에 대한 용역 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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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이병헌 2020-11-29 17: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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