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지자체, 재개발 시공자 금품지원 수수방관
국토부·지자체, 재개발 시공자 금품지원 수수방관
대연8구역 민원처리비 논란에 “조합이 판단할 일”
계약업무 처리기준 무용지물… 수주전 혼탁 우려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0.12.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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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불공정 수주관행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만들어진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이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의 수수방관으로 무용지물이 되면서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가구당 수천만원 이상의 현금을 시공자 선정 즉시 지급하겠다는 민원처리비 제안을 하면서 위법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직접적인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과 조치를 취하지 않고 조합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때 국토부는 불법수주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반포주공1단지와 한남3구역 등에서 금품제공 논란이 일었던 제안내용에 대해 시정지시를 내려 제외시키고, 실태점검까지 진행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반포주공1단지에서 현대건설의 이사비 7천만원 제안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직접 위법하다고 판단해 해당 내용을 제외하라고 시정지시를 내렸다. 나아가 곧바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마련해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 및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금지시켰다.

한남3구역에서는 국토부가 실태점검에 나서 건설사들의 제안내용 중 20여건이 도정법 제132조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수사의뢰 조치를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오히려 국토부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처벌 규정이 없을 뿐 건설사들이 제안 내용은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며 “정비사업의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시공자 선정과 관련된 불공정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법령개정 등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부산시 대연8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시공자 선정 후 7일 이내 가구당 3천만원 지급’이라는 포스코건설의 민원처리비 제안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민원처리비가 역시 이름만 다를 뿐 조합원에게 수천만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2017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서 국토부가 위법으로 판단한 현대건설의 이사비 7천만원 제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안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수수방관하자 다른 지방에서까지 민원처리비가 등장해 일반화될 조짐을 보여 수주전이 또다시 혼탁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수주전이 일명 ‘쩐의 전쟁’으로 전락하기 전에 국토부의 책임 있는 조치와 함께 신속한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민원처리비나 이사비나 결국은 조합원들에게 수천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으로 이름만 다를 뿐 국토부가 직접 지적했던 위법 사항”이라며 “일부 건설사들의 편법 행위로 수주전이 다시 혼탁해지지 않으려면 반포주공1단지와 한남3구역과 마찬가지로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위법 사항을 지적하고 강력한 조치를 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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