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처리비 수수방관 국토부·지자체… 재개발 수주전 혼탁 부추기나
민원처리비 수수방관 국토부·지자체… 재개발 수주전 혼탁 부추기나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0.12.09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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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지자체 서로 책임 떠넘기며 포스코건설에 면죄부
2017년 현대건설 이사비 제안과 유사… 법 개정 ‘안갯속’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정비사업 수주전이 또다시 혼탁해지고 있다. 부산광역시 대연8구역 등에서 민원처리비가 위법논란에 휩싸였지만, 정작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에서 뒷짐을 지고 위법여부에 대한 판단을 모두 조합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과거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와 한남3구역 등의 서울 핵심지역에서 이사비 7천만원 등의 제안이 논란이 되자 “불공정 관행을 엄중히 관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부산 대연8구역에서 ‘시공자 선정 즉시 가구당 3천만원 지급’이라는 민원처리비에 대해 별다른 제재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고, 이를 본 다른 건설사들이 민원처리비를 내걸기 시작해 혼탁한 수주전 양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공정 수주 관행 뿌리 뽑겠다던 국토부, 대연8구역 민원처리비 수수방관

최근 대연8구역의 시공자로 선정된 포스코건설이 제안한 ‘민원처리비’의 위법여부가 논란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방관하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한동안 국토부는 불법수주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반포주공1단지와 한남3구역 등에서 금품제공 논란이 일었던 제안내용을 시정지시하고, 실태점검까지 진행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대연8구역의 민원처리비 논란에는 지자체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부산 하반기 최대어로 손꼽히는 대연8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권을 두고 대형건설사간 치열한 수주전 끝에 포스코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됐다.

이번 수주전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안은 ‘민원처리비’였다. 포스코건설은 시공자 선정 직후 주택 유지보수와 세입자, 상가 영업권, 토지분쟁해결 및 기타 민원처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민원처리비’라는 명목으로 조합원 1인당 3천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포스코건설의 민원처리비 제안에 대해서는 ‘국토부 계약업무 처리기준’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수주전 초반부터 이어졌다. 

조합은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민원처리비에 대한 위법논란이 커지자 관련 기관 및 전문가에게 포스코건설의 제안 등에 대한 적격심사를 의뢰했고,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는 민원 처리비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고 회신했지만, 위법여부 판단 주체를 부산 남구청으로 떠넘겼다.

당시 국토부는 “건설업자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에 따라 이주비 대출 및 추가 이주비를 제안하는 것 이외에는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위배될 것 판단된다”고 하면서도 “개별 사실판단이 필요한 사항은 현지 현황 및 관계법령을 자세히 알고 있는 부산시와 부산 남구청 등 해당지역의 인허가권자에게 문의해 달라”고 답변했다.

이에 부산 남구청 역시 해당 사안을 검토했지만 역시 조합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부산 남구청 관계자는 “민원처리비 지급이 국토부 계약업무 처리기준 위배된다면 문제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사안이 위법한 제안인지는 대연8구역 조합이 조합 내 입찰지침서를 검토해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답변에 조합 내부에서도 위법논란을 두고 내홍이 생겨 결국 조합은 시공자 간 적격공방이 길어질 경우 사업 진행 속도에 영향이 생길 수 있다 판단해 입찰제안서를 있는 그대로 시공자 선정총회에 올렸고, 결국 민원처리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포스코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민원처리비 지급 문제와 위법성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시공자 선정 총회 결의 무효 가처분 소송의 공판이 진행됐고, 판결은 12월 3째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조합임원 해임총회가 개최되는 등 조합원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자 선정 당시 제안한 민원처리비로 인해 장기간 사업 지연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제안한 민원처리비에 대한 위법 논란에 대해 국토부와 남구청이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결국 판단은 조합이 알아서 하라고 식이었다”며 “국토부가 나서서 건설사들의 위법 행위를 막아야 하는데 책임을 미뤄 시공자뿐만 아니라 조합원 간 내홍까지 생겨 사업지연으로 인해 조합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국토부가 나서서 조치하지 않으면 또다시 수주전 혼탁해 질 것”

정비업계에서는 국토부가 나서서 민원처리비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원처리비는 특히 지난 2017년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서 국토부가 위법으로 판단한 이사비 7천만원 제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7년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의 수주전 당시 현대건설은 수주를 위해 7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이사비를 지급하겠다는 입찰 조건을 내세워 논란이 됐다. 이에 국토부는 해당 제안내용을 제외하라고 시정조치를 내렸고, 2018년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불법 수주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며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마련해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 및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금지시켰다.

지난해 한남3구역의 수주전 양상이 과열되자 국토부는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6일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등 현행 법령 위반소지가 있는 20여건을 적발하고 수사의뢰, 시정조치 등 엄중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건설사들의 제안 내용에 대한 위법성을 검토한 결과, 20여건이 도정법 제132조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시공자가 이행해야 할 계약상의 채무(시공조건)에 해당하는 것이지 재산상의 이익 제공이 아니라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국토부 고시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입찰서 작성 시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해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지만 이를 위반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시공과 관계없는 제안 등 불공정 관행을 엄중히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도정법과 정비사업 계약업무처리기준 조항을 명확히 하는 등 올해 말까지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정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민원처리비 명목으로 조합원 가구당 3천만원을 즉시 지급하겠다는 제안이나 이사비 7천만원은 이름만 바뀌었을 뿐 모두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도정법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반포주공1단지와 한남3구역과 마찬가지로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위법 사항을 지적하고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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