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숭인, 6년간 도시재생… 주민들 “달라진 게 없다” 반발
창신·숭인, 6년간 도시재생… 주민들 “달라진 게 없다” 반발
공공재개발을 원하는 이유는?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0.12.15 09: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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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도로에 건물벽 갈라져 1980년대 모습 그대로
서울시 혈세낭비… 쏟아부은 돈 900억 공개 신청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창신ㆍ숭인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주민 반발이 본격화 하고 있다. 2014년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건만, 6년이 지난 후에도 동네가 변한 것이 없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사업 수위가 높은 시범사업임에도 불구,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조직을 갖추고 활동 폭을 체계화 하는 등 점점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반발 주민들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이들이 이 지역에서 수십 년 거주한 토박이들로서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도시재생사업의 시작과 진행 과정, 그리고 그간 어떤 성과를 이뤄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결론은 도시재생구역 해제 및 공공재개발 추진이다. 

▲“도시재생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산물”

창신ㆍ숭인 도시재생 시범사업구역 주민들의 도시재생구역 해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재개발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마지막 지역 개발 기회라고 여겨 서울시에 신청을 의뢰했지만, 현행 도시재생구역은 공공재개발 구역에서 제외된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1일 서울시는 ‘공공재개발사업 후보지 공모 공고’를 내고 지난달 4일까지 접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약 70여 곳의 재개발 현장들이 신청서를 제출해 성황을 이뤘다. 문제는 창신ㆍ숭인이 현재 도시재생사업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이유로 공공재개발 공모를 신청할 수 없다며 신청이 거부된 것이다. 

주민들은 대상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서울시 측 입장에 본격적인 항의에 돌입했다. 생업에 쫓겨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이 무엇인지, 왜 하는 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몰랐지만, 본격적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도시재생구역을 해제하고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창신·숭인 도시재생구역은 주거지재생형 사업으로 2014년 정부가 지정한 전국 대상 도시재생 선도지역 중 유일한 서울 지역의 선도지역이다. 도시재생사업의 근거법은 2013년 12월에 제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 법 제2조 제1호에서는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역지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의 주민동의를 받는 방법과는 달리, 특별시장·구청장 등으로 구성된 ‘전략계획수립권자’가 지정한다. 인구감소·주거환경 노후화 등 특별법으로 관리할 정도로 시급히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전략계획수립권자가 지정한다.  

▲“언덕 꼭대기에 주차장과 놀이터… 주민 누가 오겠나”

이 때문에 도시재생의 방향 자체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주민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창신ㆍ숭인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민 삶을 개선시킨 사례는 하나도 없다. 폭 7~8미터의 도로는 차량이 겨우 교차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인데, 이 곳은 봉제공장이 밀집한 곳으로, 하루에도 수많은 차량과 오토바이가 오간다. 이때 길 한쪽에 차량 하나가 주정차 하고 있다면, 곧바로 병목 현상이 발생해 금세 차량 5~6대가 줄지어 서야 하는 교통체증 현상이 발생한다. 

주민들의 일상은 1980년도에 머물러 있다. 아직도 벽이 갈라지고 빨갛게 녹이 슨 간이 문으로 만들어진 공용화장실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서울시와 도시재생기업에서 손 잡고 만들어 놓은 도시재생시설이 있지만, 이 역시 주민의 삶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울시 등이 창신ㆍ숭인에서 설치한 도시재생시설은 △이음피움 봉제역사관(건축비 18억400만원, 민간위탁 운영) △산마루놀이터 (건축비 27억원, 서울시 운영) △백남준 기념관 (건축비 14억600만원, 서울시립미술관 운영) △주민공동이용시설 수수헌 (건축비 18억400만원) △복합복지관 토월 (건축비 42억1천600만원, 민간위탁) △마을방송국 회오리마당 (건축비 9억3천만원) △채석장 전망대 (건축비 7억6천만원) △원각사 도서관 (건축비 23억6천만원, 민간위탁 운영) 등이다. 

서울시에서는 이들 시설을 ‘시민참여형 앵커시설’이라고 소개하며 △지역주민이 모여 교육, 워크샵 등을 통해 지역자산을 발굴하고 △발굴된 지역자산을 통해 다양한 공공공간을 조성하며 △공공공간 운영은 지역재생회사 등과 함께 운영 노하우 공유 및 지역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활용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같은 소개를 서류상에 존재하는 미사여구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들 시설에 주민들이 이용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 특히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곳들은 커피 주문 등 일종의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으며, 가격 또한 비싸(4천원 안팎) 동네 노인들은 이용에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소개했다. 

건축비 27억원이 소요된 산마루놀이터 역시 창신ㆍ숭인 지역 어린이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주민들은 수십억원이 사용된 이 같은 시설이 주민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잠시 이 지역을 스쳐 지나가는 외지인과 관광객을 위한 시설들이라고 꼬집는다.

한 주민은 “서울시가 창신ㆍ숭인지역 주민들의 면면을 너무 잘못 파악하고 있다”며 “고령자와 생업에 바쁜 저소득층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에 누가 한가하게 산 중턱 채석장 전망대에 올라 전경을 감상하겠으며, 커피를 마시며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겠냐”고 반문했다. 순전히 관광객을 위한 시설들이라는 얘기다.

산마루 놀이터 옆에 공용주차장이 마련돼 있는데 이 또한 주민들이 이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주민은 “자기 집에서 이 언덕 위까지 올라와 차를 이용하려면 도보로 15분 가량이 걸리는데, 그냥 자기 집 앞에 불법주차하지 누가 여기까지 오겠냐”며 “주민들의 생활 패턴을 전혀 이해하지 않은 채 세금만 쏟아부은 애물단지들이 곳곳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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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2020-12-19 13:03:21
서울시는 창신숭인지역주민들 고만 힘들게 살게하고
공공재개발로 사람답게 살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