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인 초과이익환수·분양가상한제… 주택 ‘공급절벽’ 불렀다
밀어붙인 초과이익환수·분양가상한제… 주택 ‘공급절벽’ 불렀다
부동산 규제정책 악순환 실태와 파장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01.05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구전략으로 354곳 구역해제… 25만여가구 묶여
정비사업 인허가만 터줘도 서울 5만여가구 숨통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주택 공급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11월 19일 24번째 부동산 대책인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주택 공급 부족을 인정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급 절벽을 우려해 왔다.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공급수단인 정비사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는데 집값 안정화라는 명목하에 사업추진이 불가능할 정도의 규제책들이 쏟아져 한계치에 임박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의 잦은 규제책이 정비사업 중단→도심주택 공급 감소→주택가격 상승→전월세 가격 동반 상승의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주요 단지들의 정비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급 절벽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결과…잦은 정비사업 규제가 원인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택공급 절벽사태에 대한 우려가 정부의 잦은 정비사업 규제의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 2012년 출구전략이 본격화 되면서 다수의 재개발 현장들이 구역해제됐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강력한 규제책들이 쏟아져 그나마 살아남았던 정비사업현장들마저 사업추진 자체가 불가능해져 주택 공급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9년간 서울 도시계획 패러다임을 ‘개발’에서 ‘재생’으로 전환했다. 취임 직후인 2012년 ‘뉴타운 출구전략’도입을 시작으로 2016년 도시정비법 개정에 따른 시 조례를 개정하면서 구역해제를 위한 행정이 본격화됐다.

결국 송파·거여뉴타운을 비롯해 장위뉴타운, 세운지구 등 대규모 전면철거 방식의 재개발뉴타운 현장들이 무더기로 구역해제를 당했다. 지난해 서울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정비구역이 해제된 서울시 정비현장은 총 354곳이다.

2019년 서울시의회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사라진 아파트 가구수는 24만9천가구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강력한 규제책들이 총 동원되면서 정비사업 추진자체가 힘들어져 공급 절벽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안전진단을 강화해 초기 단계 사업장을 압박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시행해 중간단계 이후의 재건축단지들에게도 제동을 걸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재건축사업 전반에 걸쳐 정부가 관리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반포3주구의 재건축부담금 ‘4억원’ 발표 이후 재건축업계 일각에서는 사업을 일단 스톱시키되, 주변 상황을 관망하며 향후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자는 의견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해 7월 29일부터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재건축뿐만 아니라 다수의 재개발현장에서도 분양일정을 미루고 있어 공급절벽에 따른 주택가격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말 서울에서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 상한제지역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일반분양된 공급 물량은 61가구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10월 19일 서초구 낙원청광연립주택 가로주택정비사업인 ‘서초자이르네’에서 26가구, 같은 달 2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강동구 벽산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에서 35가구뿐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들의 경우 현재 분양 일정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 분양 대어로 꼽히고 있는 강동구 둔촌주공,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등은 청약 일정이 올해로 미뤄졌다.

지난 2018년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후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사업 추진 여부도 수년째 미뤄지고 있다. 기준 강화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사업 추진이 확정된 곳은 서초구 방배삼호, 마포구 성산시영, 양천구 목동6단지 등 3개 단지가 유일하다. 

오히려 최근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단지가 늘어나자 정부는 내년부터 안전진단 기준을 더욱 강화하기로 하면서 재건축사업 추진에 더욱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정비사업 규제로 신축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켜 결국 공급 절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서울 집값 안정화의 관건은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곳에 새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허가 절차 숨통 터주면 서울 주택공급 대폭 늘어날 것

서울시는 집값 안정화라는 명분으로 수년째 멈춰 있는 인허가 관련 행정절차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주요 단지들의 사업추진이 사실상 멈춰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22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비사업 3대 심의로 불리는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와 관련한 서울시의 심의 건수가 2017년 총 99건에서 2019년 43건으로 반 토막 나더니, 지난해에는 1~8월 기준 28건으로 줄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재개발사업은 2017년 33건에서 2020년 16건으로 절반만 줄어든 데 반해, 재건축사업은 66건에서 12건으로 급감했다. 2018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이전인 2017년 심의를 많이 받았다는 것을 감안해도 재건축사업이 과도하게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심의조차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수행하는 건축심의는 2017년에는 통과하는 데 평균 93일이 걸린 데 반해 2019년에는 102일, 2020년에는 154일로 점점 소요 기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집값 안정화라는 명분으로 수년째 멈춰 있는 인허가 관련 행정절차를 재개해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집값 상승 우려로 수년째 중단하고 있는 인허가 절차만 정상화 된다면 강남 등 주요 재건축단지에서만 5만여가구 이상 공급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요 단지들로 거론되는 곳이 잠실주공5단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여의도 시범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상계주공아파트 등이다.

또한 한남재정비촉진구역,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역시 인허가 절차만 신속히 진행된다면 사업속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 역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해당 단지들의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집값 상승이 우려된다며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아 업계의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