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분담금 등 정보 제공과 조합설립동의
추정분담금 등 정보 제공과 조합설립동의
  • 봉재홍 변호사 / H&P법률사무소
  • 승인 2021.01.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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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도시정비법 제35호 제8항은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를 받기 전에 추정분담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토지등소유자에게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설립동의서를 받기 전에 추진위원회는 추정분담금 등의 정보를 토지등소유자에게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추진위원회가 자금난 등을 이유로 실제 건축예정인 건축계획이 아니라 과거의 건축계획을 기준으로 추정분담금을 산출하거나, 추정분담금 등을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직접 제공하지 않고 추정분담금 등이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으니 이를 참고하라는 취지의 안내만을 하는 등 부정확하고 부실한 방법으로 이를 제공했을 경우 조합설립동의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

도시정비법이 조합설립동의를 받기 전에 추정분담금 등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정비사업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신이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고려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정보 제공 의무는 조합설립동의를 받는 단계에서 가능한 정확하게 예측해 산출된 것을 알리도록 하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0.9.7 선고 2020두38744 판결을 통해 “도시정비법령이 이처럼 법정동의서를 규정한 취지는 종래 건설교통부 고시로 제공하던 표준동의서를 대신할 동의서 양식을 법령에서 정하여 그 사용을 강제함으로써 동의서의 양식이나 내용을 둘러싼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나아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재개발조합 설립인가 신청 시에 제출된 동의서에 의해서만 동의요건의 충족 여부를 심사하도록 함으로써 동의 여부의 확인에 불필요하게 행정력이 소모되는 것을 막기 위한 데 있다”는 점과,

“개략적으로라도 토지 등 소유자별 분담금 추산액을 산출하려면 우선 비례율이 산정되어야 하는데, 이는 정비구역 내의 토지 및 건축물(종전자산)에 대한 평가, 아파트 분양평형 및 세대수(종후자산)에 관한 대략적인 사업계획 및 분양계획의 수립, 공사비 등 총사업비 추산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계획 수립 후 분양신청 절차를 거친 다음에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비로소 종전자산 및 종후자산에 관한 감정평가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법 제74조 제1항 제3호, 제5호), 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 동의를 받는 단계에서는 종전자산 및 종후자산에 관한 감정평가를 거치지 않은 상태이므로 정비사업 비용과 수입에 관한 대략적 추산 조차도 어렵다.

법정동의서에서 토지등소유자별 구체적인 분담금 추산액이나 비례율에 관하여 ‘구체적인 수치’를 기재하도록 하지 않고 단지 ‘산정공식’ 만을 기재한 것도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설령 추진위원회가 토지등소유자별 분담금 추산액이나 비례율에 관해 어떤 구체적인 수치나 자료를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예측·전망치일 뿐이고, 그러한 예측·전망이 합리적이고 타당한지를 행정청이나 법원이 심사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추진위원회가 법정동의서에 의해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조합설립 동의를 받았다면 그 조합설립 동의는 도시정비법령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른 것으로서 적법·유효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추진위원회가 그 서식 외에 토지등소유자별로 분담금 추산액 산출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나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개별 토지 등 소유자의 조합설립 동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 대법원 판결은 조합설립동의를 받는 단계에서는 토지등소유자별 분담금 추산액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매우 어렵고, 분담금 추산방법과 추산액의 적정성 등을 판단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와 같은 판결은 자칫 도시정비법 제35조 제8항의 규정을 사실상 사문화하고, 토지등소유자들의 조합설립동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법원 판결이 도시정비법 제35조 제8항의 추정분담금 등 정보제공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관한 것은 아니므로 추진위원회가 이 판결에 근거해 추정분담금 정보제공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조합설립동의나 조합설립인가 처분의 적법성 또는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봉재홍 변호사 / H&P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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