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바뀐 재개발·재건축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3년만에 바뀐 재개발·재건축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현장설명회 참여보증금 금지… 건설사 인터넷 홈페이지 홍보는 허용
수의계약 선정 방법도 고쳐야 사전담합 짜고치기 ‘꼼수’ 막을 수 있어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02.22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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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이 약 3년 만에 개정됐지만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2020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과도한 입찰보증금 금지 △분양가 보장 등 제안 금지사항 구체화 △건설사 홍보기간 확대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단순 입찰보증금 납부시기만 명문화해 현설보증금만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반쪽짜리 개정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3년이란 시간동안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단순 현설보증금만 금지시킨 것은 너무 급조한 티가 났다”며 “편법 수주행태를 막기 위해 수의계약 제도 등 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 3년 만에 이뤄진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개정…‘현설보증금’금지

지난해 12월 16일 국토교통부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일부 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은 그동안 꾸준히 논란이 돼왔던 현장설명회에 입찰보증금 중 일부를 납부토록 하는 일명 현설보증금을 금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개정 기준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등이 입찰에 참가하려는 자에게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경우 입찰 마감일부터 5일 이전까지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

이는 지난 2018년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도입하면서 일반경쟁입찰과 전자입찰을 의무화했지만, 입찰보증금 제도를 악용해 또 다른 형태의 제한경쟁입찰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조합들이 현장설명회 단계부터 수억원 이상의 현금 납부를 요구하면서 특정업체와 빠르게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꼼수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입찰보증금 관련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조합과 건설사 간 사전담합을 조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경쟁입찰을 통한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제한해 경쟁입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시급한 제도개선을 요구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건설사 간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고 있는 대규모 사업장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은 소규모 현장에서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현금을 현장설명회 참석 전까지 요구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가 되자 국토부가 기준을 개정해 입찰보증금에 대한 기준을 명문화한 것이다. 

또한 국토부는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홍보 기회도 확대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시행 이후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홍보 기회가 극도로 제한돼 그 여파로 기준 시행 후 수의계약만 속출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기준 개선이다. 

개정 기준에 따르면 일반에 공개되는 인터넷 홈페이지 홍보는 허용키로 했다. 다만 개인에 대한 문자나 영상 등의 송신 행위는 금지된다. 또한 전자적 방식을 통해 입찰제안서 사본을 게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홍보공간은 조합이 제공하거나 건설사와 공동으로 마련한 공간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수의계약 노린 편법 수주 행태 난무… 수의계약 제도부터 고쳐야

업계에서는 현설보증금 등 제도를 악용한 편법 수주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수의계약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쟁입찰과 마찬가지로 수의계약에도 입찰공고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의계약은 별다른 입찰공고 없이 조합이 건설사들에게 시공참여의향서 제출을 요구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이를 악용하면 조합집행부가 원하는 건설사에만 시공참여의향서를 제출토록 해서 시공자로 선정이 가능하다. 이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과 시공자 처벌규정을 강화한 도정법 개정으로 시공자 선정 과정의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수의계약 전환이 용이해지자 건설사들이 경쟁보다는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권을 획득하자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건설사들이 조합 집행부와 사전에 결탁해 현설보증금 등 까다로운 입찰조건을 제시하거나, 입찰에 강력한 수주의지를 비췄던 건설사를 수의계약에서 배제하는 등의 변칙 수주행태를 보이며 논란되기도 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정비사업 계약업무처리기준 시행 후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전국 72개 현장(재개발·재건축·소규모주택·리모델링 포함) 중 약 52%에 해당하는 38곳이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했다.

때문에 경쟁을 통한 시공자 선정 기회를 박탈해 조합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수의계약 과정에서 두 곳 이상의 건설사가 참여해 경쟁구도가 성립할 경우에는 경쟁입찰로 진행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 시행 후 현설보증금 등 편법입찰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수의계약으로 전환이 용이해지고 조합과 사전 결탁하면 이를 통해 무혈입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경쟁입찰과 마찬가지로 수의계약에도 입찰공고를 의무화 하는 등 수의계약이 경쟁업체가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도록 수의계약 제도 자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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