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장위뉴타운15구역… 신축빌라·가로주택조합 어쩌나?
‘기사회생’ 장위뉴타운15구역… 신축빌라·가로주택조합 어쩌나?
무리한 구역해제 ‘후폭풍’… 서울시·성북구청 ‘구역부활’ 뒷수습 비상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1.02.17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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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빌라 176가구 소유주 졸지에 현금청산 대상자로
종전감정평가액 보다 높아 되레 구축조합원과 역차별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법원 판결로 해제구역이 부활한 장위뉴타운15구역에 예기치 못한 난제가 발생해 서울시와 성북구청이 뒷수습에 비상이 걸렸다.

장위뉴타운15구역 일부 토지등소유자가 제기한 ‘정비구역지정 직권해제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이 지난달 14일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각 및 지난해 9월 고법 항소 기각에 따라, 2019년 12월에 내려진 1심 서울행정법원 판결로 최종 확정됐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내용은 “서울시장이 장위뉴타운15구역에 직권해제 처분한 것을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취소 판결에 따라 장위뉴타운15구역은 법률적으로 추진위가 되살아나는 등 해제 직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신축 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 진행… 뉴타운 조합 들어서면 양립 불가능

구역해제를 주도한 서울시와 성북구청에 비상이 걸린 이유는 현실적으로 해제 직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24 서울시가 구역해제 고시 처분을 내린 후로 장위뉴타운15구역 부지 내에 빌라 신축과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이 들어선 상황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축 빌라는 구역해제가 고시된 후 31개 필지에 대한 건축허가가 이뤄져 이 중 22개 필지가 착공허가를 받아 준공이 났고, 분양까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22개 필지에 지어진 신축 빌라에서 분양된 가구 수는 176가구로 알려졌다. 뉴타운구역 해제 고시 이후에는 건축제한이 풀려 건축행위가 가능해진다. 당시 규정대로라면 합법적인 건축행위가 이뤄진 셈이다. 

해제된 장위뉴타운15구역 내 일부 부지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한 조합 설립도 이뤄졌다. 장위15-1구역은 전체 90명의 토지등소유자 중 79명이 조합설립에 찬성해 2019년 11월 조합설립 인가를 득했다. 지난해 2월에는 시공자로 호반건설도 선정해 사업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이 역시 당시 규정대로는 합법적인 인허가에 따른 사업 진행이다. 

문제는 장위뉴타운15구역이 법원 판결로 ‘합법’과 ‘합법’이 충돌하게 됐다는 점이다. 장위뉴타운15구역 및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되살아났고, 이후 조합 설립 등 본격적인 뉴타운사업이 재개된다면, 현재 존재하고 있는 신축빌라 및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의 입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우선, 장위뉴타운15구역 부지 내에 위치한 이들 176가구 소유주들은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 현행 도정법 제76조의 관리처분계획 수립기준에 따르면 “정비구역 지정 후 분할된 토지를 취득한 자에게는 현금으로 청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위뉴타운15구역 측에서도 이들 신축빌라 소유주들에 대한 구제가 난감한 상황이다. 법률적으로 구역지정 이후 빌라가 지어져 의도치 않게 ‘지분쪼개기’가 돼 버려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축빌라 소유주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주택을 새로 지었기 때문에 신축빌라 조합원들의 종전감정평가액이 구축 조합원들보다 높아 되레 구축 조합원들이 역차별 받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역 내 오랫동안 거주한 구축 조합원들이 신축빌라 조합원보다 낮게 평가받아 ‘구제’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위15-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역시 입장이 난감한 상황이다. 구역해제 후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합법적인 사업 진행을 해왔는데 날벼락을 맞았기 때문이다.

조합 나름대로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원들의 민심을 다독이며 빠른 새 아파트 입주를 약속하고 있지만, 뉴타운 대단지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품는 일부 조합원들도 나온다는 하소연이다.

장위15-1구역이 시공자 선정 당시 공개한 사업계획은 용적률 249.37%을 적용해 최고 층수 15층 이하, 206가구를 짓는다는 것이다. 부활한 장위뉴타운15구역은 용적률 235%를 적용, 지하 2층 ~ 지상 33층의 2천464가구를 짓는 계획으로 둘 사이 규모 차이가 크다.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구역 내에서는 갈등 폭발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 상황이다. 조합설립이 시급한 장위뉴타운15구역 추진위 측에서는 전체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를 대상으로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받고 있으며,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원이라 하더라도 동의서 징구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측에서는 소규모 사업을 통해 빠른 입주가 현실적으로 조합원 이익에 부합한다며 사업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신축빌라 측에서도 최근 단체를 만들어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구역해제 주도한 서울시·성북구청 뒷수습에 진땀… “아직까진 답 없다

서울시와 성북구청은 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해법 찾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담당부서인 서울시 주거사업과 관계자들은 최근 담당자 대부분이 신규 발령을 받아 업무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성북구청에서도 뾰족한 답이 없는 상태다. 

이들 기관은 최근 변호사 5명에게 의견을 구했지만, ‘판결대로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현실 상황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축빌라의 경우 철거 가능성 여부와 그에 따른 보상 문제가 연결돼 어떤 결정을 내리든 피해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형국이다. 

화살은 서울시와 성북구청 쪽으로 몰리고 있다. 장위뉴타운15구역의 부활 소식을 접한 다른 지역의 해제구역 관계자들의 상담 전화도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막무가내식 구역해제 행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최근 서울시가 밝힌 구역해제 지역은 394곳에 이른다. 서울시 지침으로 동일한 행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잠재돼 있던 제2의 ‘장위뉴타운15구역’ 유사 사례가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고 박원순 시장 집행부가 추진한 구역해제는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 너무 쉽게 보고 강행한 측면이 있다”며 “제대로 된 행정을 하려 했다면, 구역해제 후 개발행위가 이뤄졌다가 해당 구역이 되살아나는 이번 사례의 경우까지 미리 내다보고 정밀하게 구역해제 제도를 도입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 이번 사태가 벌어진 근본적인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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