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강화·실거주 의무 피하자”… 다급해진 재건축단지
“안전진단 강화·실거주 의무 피하자”… 다급해진 재건축단지
서울 노후 아파트단지들 대책마련 분주
  • 최진 기자
  • 승인 2021.02.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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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강화 우려한 소유주들예비안전진단 신청 봇물
사업성 검토보단 조합설립에 초점… 주거안정성 해칠 수도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 노후아파트 단지들이 올해 시행될 재건축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관리주체 격상’과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제’ 등의 고강도 규제시행을 예고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소유주들과 추진위원회의 대책마련이 분주한 상황이다.

재건축 연한에 접어든 노후 아파트 소유자들은 재건축 사업성 검토에 앞서 우선적으로 예비안전진단 신청에 나서고 있다. 재건축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 절차가 관리기관 격상으로 인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을 우려해서다. 또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안전진단 관리주체 격상에 예비안전진단 봇물

서울 노원구청에는 최근 노후 아파트 단지들의 예비안전진단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4일 구청 담당자에 따르면 상계주공 아파트 단지 전체가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한 상태이며, 하계장미·상계미도 등 인근 단지 16곳도 예비안전진단 신청을 마쳤다.

양천구 목동 단지들도 줄줄이 예비안전진단 신청에 나서면서 시동을 건 상황이다. 특히, 목동의 경우 6단지와 9단지의 안전진단 평가를 두고 논란이 심화된 상황이라, 평가에 따라 인근 단지들과의 집단행동까지 예고하고 있다. 앞서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 불가판정을 받았던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도 정부 대책발표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재신청하고 오는 3월 결과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노후 단지들이 일제히 안전진단 신청에 나선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 6·17부동산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규제강화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안전진단이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각종 형평성·적정성 논란이 지속된다며 안전진단 관리주체를 격상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올해 상반기부터 1차 안전진단의 기관 선정과 관리 주체를 기존 시·군·구에서 시·도로 격상하고, 2차 안전진단 의뢰 주체도 시·도로 주체기관을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보다 상위기관에서 체계적으로 안전진단 과정을 검토함으로써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진단은 아파트의 노후도와 구조안전성 등을 살펴 재건축이 필요한지 검증하는 절차다. 안전진단 평가에 따라 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본격적인 재건축이 가능하다. 절차는 예비안전진단을 받은 후 1차 정밀안전진단(민간기관)과 2차 정밀안전진단(공공기관)을 거치게 된다.

 정밀안전진단은 기준항목 점수에 따라 A등급부터 E등급으로 구분되며, 평가된 등급에 따라 사업추진 성패가 결정된다. A~C등급은 재건축이 불가하며, D등급은 조건부로, E등급은 재건축을 확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주택시장은 정부가 재건축의 첫 단추인 안전진단에서 규제수단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안전진단 강화에 따른 재건축사업 추진이 더욱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재건축 연한에 도달한 노후 단지들은 우선적으로 안전진단 절차에 돌입하려는 것이다. 더불어 앞서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재건축 불가판정을 받았던 단지들도 문턱이 높아지기 전에 안전진단 재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규제… 조합설립 박차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규제를 피하기 위한 추진위원회의 움직임도 한창이다. 

국토부는 지난 6·17대책에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의 경우 분양신청 전까지 2년 이상 실거주해야 분양신청을 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의 경우 강제로 현금청산자로 분류된다. 

적용 시점은 해당 내용을 담은‘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개정안 통과 후 유예기간 3개월을 거쳐 최초 조합설립인가신청 사업장부터 적용된다. 당초 새해 시작과 함께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관련법 개정 처리가 늦어지면서 최소 올 상반기까지 시간을 벌게 됐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하지 않아 재건축이 가로막혔던 압구정 특별계획구역은 6·17대책 이후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율 75%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창립총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압구정4구역이다. 4구역은 지난해 12월 5일 김윤수 추진위원장을 조합장으로 선출하며 압구정지구에서 최초로 조합설립에 성공했다. 이어 29일에는 압구정5구역이 조합설립 창립총회를 매듭지으며 실거주 규제 회피에 성공했다. 강남구청은 이들 두 구역에 대해 서류보완 절차를 거쳐 오는 설 명절을 전후해 조합설립인가를 고시할 예정이다.

나머지 압구정지구도 조합 창립총회 준비가 마무리단계다. 압구정1·2·3구역 모두 조합설립 요건인 주민동의율과 동별 동의요건을 확보하고 2월말 혹은 3월초에 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 확산세에 따른 정부의 방역지침을 고려해 날짜 선택에 신중한 모양새다.

이밖에도 용산 서빙고 신동아, 개포주공6·7단지, 대치 쌍용1차, 송파 한양2차아파트 등도 재건축 실거주 규제를 피해 조합설립을 마쳤다. 다만, 조합설립이 사실상 어려운 여의도의 경우 시범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들에서는 실거주 2년을 채우기 위해 소유자 이사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김윤수 압구정4구역 조합장은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발표를 미루고 있어 사업추진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정부의 실거주 규제로 많은 소유주들이 조합설립에 나선 상황”이라며 “서울의 경우 40% 가량 소유주들이 외부에 거주하고 있어, 실거주 규제를 적용받을 경우 재건축 자체가 요원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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