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비사업 “2월4일 이후 주택매수자 현금청산”… 명백한 재산권 침해
공공정비사업 “2월4일 이후 주택매수자 현금청산”… 명백한 재산권 침해
사업구역 지정이나 예정시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주택 매수자에게 현금청산을 소급 적용은 불합리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03.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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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아니라도 아파트 우선공급권 안줘… 위헌소지
정부 “감정평가 통해 합당한 보상… 시장불안 최소화”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정부가 지난 2월 4일 ‘특단의 공급대책’이라며 25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벌써부터 위헌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지역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새롭게 발표된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2월 4일 이후 부동산 매수 계약을 맺더라도 우선공급권을 못 받고 현금 청산되는 투기 억제 조치를 담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원주민에게만 우선공급권을 주겠다는 취지의 조치가 지나치게 소급 적용돼 주택 매수자들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역 지정도 없이 2월 4일 이후 매수자는 현금청산 대상

정부는 지난달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해 백화점식 공급 방안을 내놨다. 재개발ㆍ재건축 부문의 공급확대 방안으로는 정비사업에 또 다른 방식을 추가해 ‘공공 직접시행 방식’을 도입했다. 정부는 이 방식을 토대로 앞으로 5년간 서울 9만3천호, 경기·인천에서 2만1천호 등 서울·수도권에서 11만4천호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투기세력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도 내놨다. 이번 대책이 나온 2월 4일 이후 개발지역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지분쪼개기를 통해 지분 수를 늘린 경우 공공 주도 정비사업의 아파트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키로 했다.

투기 여부와 상관없이 아파트나 주택을 매입했는데 나중에 공공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 꼼짝없이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 금액으로 현금 청산을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개발이 호재로 작용해 투기 수요가 유입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투기 억제 조치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구체적인 사업지역 지정이나 예정시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수자에게 현금청산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헌법상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위헌 논란도 일고 있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현금청산 기준가가 실제 거래가보다 한참 못 미치는 감정평가액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막대한 재산상 피해까지 우려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책 발표일을 기준으로 우선공급권 대상을 나눌 경우 투기와 무관한 주택 매수자들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위헌 논란이 생길 것”이라며 “정부가 공공 주도 정비사업을 추진하는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아가 구체적인 사업지역이 정해지기도 전에 매수하더라도 현금청산 대상자로 분류한다는 것은 정부가 당분간 주택 거래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조치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거주이전의 자유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강북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특정 지역 또는 특정 구역에 어떻게 사업을 할 예정인지 예정지나 시기 등 아무것도 지정되지 않은 백지상태인데 이런 억제 조치는 부동산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주택 매수 대기자뿐만 아니라 노후 빌라나 주택 보유자들 모두의 주거이전 자유를 막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 “공익사업은 현금청산이 원칙, 감정평가 후 실시하는 합당한 보상으로 위헌 아니다”

정부는 투기 억제 조치에 대해 "현금 청산은 위헌이 아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집값 안정화와 주거복지를 위한 주택 공급은 공익적 사업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현금청산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보상에 관한 법률 제63조에 따르면 공공사업을 위한 토지를 수용할 때는 ‘현금 보상’을 원칙으로 한다. 헌법 제23조에는 “공공 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해당 지역이 개발 사업지인지 모르고 매수했을 경우에도 감정가액을 기준으로 정당보상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현행 토지보상법 체계상 기존 소유자의 재산에 대한 보상은 현금보상이 원칙”이라며 “감정평가 후 실시하는 보상은 헌법상 정당한 보상으로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는 것은 사업 초기의 단기적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설명에도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주요 근거로 △예측 불가능성 △선택권 제한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를 지적했다.

법무법인 인본 김종규 대표변호사는 “국민의 권리가 제한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재산권 침해의 기준이 되는 사업 구역에 대해 특정이 되지 않았고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입주권 선택 여부를 허용하지 않고, 현금청산만 가능케 한다는 건 선택권 제한에 해당한다”며 “현금청산으로 매수가 끊겨 집을 팔지 못하는 집주인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넓은 의미의 거주 이전 자유의 침해에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H&P법률사무소 홍봉주 대표변호사는 “이미 정비사업의 근간이 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사업 단계별로 분양권 양도 불허 시점을 명시하고 있다”며 “현금청산 시점을 대책 발표날이 아닌 구역지정 시점 등으로 변경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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