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싶은 양질의 주택’ 가이드라인 빠진 2·4부동산대책
‘살고싶은 양질의 주택’ 가이드라인 빠진 2·4부동산대책
집값안정에 집착한 ‘공급드라이브’… 품질처방 내놔야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1.03.0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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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2만·누적 200만 가구’ 쏟아져… 고품질 보장 못해
자재·디자인·설비·커뮤니티 조성 등 품질기준 만들어야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2ㆍ4대책을 통해 ‘서울 32만호ㆍ누적 200만호’ 주택공급 물량이 예고됐지만, 주택 품질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적정 품질의 주택을 공급해야 무주택자들에게 안도감을 줘 현재 주택시장에 만연한 추격매수세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주택품질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양질의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주택 품질, 수요자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주택공급이 부동산 정책의 화두가 된 현 상황에서 공공에만 맡겼을 때 제대로 된 품질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주택의 의미는 ‘살고 싶은 양질의 주택’인데, 정부의 최근 정책 발표 에서는 공급 숫자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자칫 기대 이하 품질의 주택이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2ㆍ4대책에서도 ‘서울 32만호ㆍ누적 200만호’라는 숫자를 강조했을 뿐 이 과정에서 어떤 수준의 주택을 공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가이드라인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은 민간 건설사에서 공급하는 커뮤니티시설이 도입된 최신 트렌드 아파트다. 그럼에도 불구, 공공 직접시행 아파트가 단순한 잠자리 공간으로써 여러 층을 쌓아올린 구시대적 아파트를 공급하는데 머문다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아 주택시장에 또 다른 형태의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결국 민간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을 더욱 치솟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의 공통된 형태는 주거와 문화, 휴식 등 다양한 아이템을 단지 안에서 향유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비된 주택이다. 강남 재건축아파트가 3.3㎡당 1억원을 넘기며 수요자들의 인기를 끄는 것도 아파트에 호텔급 수준의 커뮤니티시설과 문화와 디자인을 적절히 조화시켜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공공주택 수준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문화와 디자인 접목은 고사하고 기본적으로 담겨져 있어야 할 생활편의시설 수준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하 주차장 폭의 경우 민간 건설사들은 주차장법 개정 한참 전부터 스스로 2.4m 혹은 2.5m로 확대했다. 차량이 대형화하면서 주차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콕 테러’를 방지하고자 규정상 2.3m로 돼 있던 주차장 폭을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LH 등 공기업에서는 공공주택 입주예정자들이 “주차장 문콕 테러가 우려되니 주차장 폭을 확대해 달라”고 민원을 내도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2.3m를 고수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행 주차장법에서 단위 주차장의 폭은 2.5m로 개정돼 이 같은 논란은 해소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민간 아파트와 공공 아파트 차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품질 명시한 가이드라인 내놔 수요자 신뢰 쌓아야

이 때문에 효과적인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주택 품질의 고급화 수준을 어디까지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 마감재 등의 경우 사치재 여부를 떠나 ‘싼 게 비지떡’이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설치할 경우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내구성이 떨어져 금세 다시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공주택에 일정 비율의 중소기업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규정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활성화 차원에서 품질이 낮은 중소기업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결국 입주민의 생활불편과 잦은 교체비용 감수를 강요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하자가 발생했을 때 함량 미달의 제품 공급 여부를 놓고 시공자와 건축자재 업체 간 책임소재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중소기업 제품 중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입주민을 실어나르는 엘리베이터다. 

LH 등 공기업에서 공급하는 공공주택에는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입주예정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산다. 실제로 많은 현장에서 엘리베이터 고장 문제로 빈번하게 교체 시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는 후속적으로 반드시 주택 품질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한다"며”그래야 수요자들이 이번 정책이 단순한 주택공급 숫자 채우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돼 불안심리에서 빠져 나와 추격매수를 멈추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와 반대로 형편없는 닭장아파트가 만들어진다면 이는 엄청난 민심이반의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며 “수요자들의 요구를 면밀히 청취해 그들이 원하는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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