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후보지 곳곳 신축빌라 난립… “노후도 걱정되네”
공공재개발 후보지 곳곳 신축빌라 난립… “노후도 걱정되네”
사업 ‘순항’인데 난립현상 기승… 원인과 전망
  • 최진 기자
  • 승인 2021.03.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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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투기방지대책법안 처리지연 때문” 우려 
시간 갈수록 노후도 높아지는데 되레 반대현상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공공재개발 시범구역 공모에 참여한 후보지 곳곳에서 신축빌라 난립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재개발을 통한 대규모 통합재개발을 기대하던 주민들은 구역 노후도 비율을 떨어트리는 신축빌라가 늘어나자 당황해 하는 상황이다. 일부 구역에서는 공공재개발 공모신청 직후 신축빌라 난립이 더욱 활성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기세력 유입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의 법안 처리지연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일부 빌라업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른바 ‘권리산정 기준일 변경론’이 힘을 얻으면서 빌라 신축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늘어나는 신축빌라들을 경계하며 공공재개발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지역 여건상 유일한 주거환경개선 수단인 공공재개발 마저 불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사업추진 청신호에도 신축빌라 난립

높은 주민동의율을 기록하며 공공재개발 유력 사업지로 거론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은 최근 곳곳에서 신축빌라들이 들어서고 있다. 신축빌라 난립은 정비구역 해제지역에서 소유주들의 각자도생 수단으로 늘어나는 것이 통상적인데, 공공재개발의 경우 사업절차가 원활하게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신축된 빌라 규모는 총 102가구다. 이는 구역 전체 토지등소유자 670명의 15.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중 정부가 공공재개발 권리산정 기준일로 지정한 9월 21일 이전에 신축된 가구는 빌라 1개동 14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 88가구는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 신축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른바 ‘물딱지’로 불리는 현금청산 대상이다.

장위9구역은 지난 2017년 서울시 뉴타운 출구정책에 따라 구역해제를 당해 현재 건축행위가 제한되지 않는 곳이다. 지난 2018년부터 일부 주민들이 통합재개발을 재추진해왔으나, 정부의 8·4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공공재개발로 방향을 전환해 현재까지 순탄하게 사업절차를 밟아오고 있다.

이 구역은 기존에 추진해온 통합재개발 사업기반 덕분에 공모신청 당시 주민동의율 68.3%를 기록하며 유력 시범사업 후보지로 떠올랐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객관적인 구역 노후도 평가 외에도 구역 토지등소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여부가 선정기준의 핵심으로 꼽힌다. 따라서 서울 권역 공모신청 현장 중 주민동의율 2위를 기록한 장위9구역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한껏 모아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구역 곳곳에서 신축빌라들이 난립하면서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재개발사업을 앞둔 현장의 경우 사업절차가 진행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공실이 늘고 노후도가 높아지기 마련인데,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지 곳곳서 신축빌라 걱정에 한숨

성북구 인근 현장들도 신축빌라에 대한 우려가 비슷하다. 주민동의율 76%를 기록해 공모신청 현장 중 주민동의율 1위를 기록한 성북1구역도 신축빌라 난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북1구역 추진준비위에 따르면 지난해 신축빌라 규모는 100가구 정도로 이 또한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10% 정도에 육박한다.

서울시로부터 후보지 선정이 반려돼 사업추진에 빨간불이 들어온 장위12구역도 지난해 42가구의 신축빌라가 들어섰다. 지난해 12월에는 구역 외곽 지역에 근린상가 신축까지 진행되고 있다.

최연숙 장위12구역 추진준비위원장은 “공공재개발에 참여하더라도 해당 지역의 건축행위를 제한할 법적 수단이 없다는 것이 구청의 설명”이라며 “공공재개발 참여의사를 밝힌 후 엄청나게 신축빌라가 난립했기 때문에 사실상 조합방식의 민간재개발은 불가능해졌고 공공재개발이 유일한 주거개선의 희망이 됐다”고 말했다.

▲신축빌라 제한할 제도보완 필요해

공공재개발에 참여해도 신축빌라 난립이 지속되거나 오히려 활성화됨에 따라 시범사업지 선정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 날이 선 상태다. 사업지 선정에서 탈락할 경우 폭발적으로 늘어난 신축빌라 때문에 향후 어떤 정비사업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가 투기수요를 막기 위해 마련한 권리산정 기준일의 선행지정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7조 등에 따르면 정비구역 지정·고시일 또는 시·도지사가 따로 정하는 날의 다음 날을 기준으로 소유자의 분양권을 제한하고 있다.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 신축빌라로 소유권을 확보하더라도 소유자는 분양권을 획득하지 못한 채 현금청산자로 분류된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후보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에서도 신축빌라를 통한 이른바 ‘지분쪼개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공공재개발의 경우 사업지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모신청일인 지난해 9월 21일을 권리산정 기준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신축빌라 난립이 지속되면서 강력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지훈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추진위원장은 “공공재개발에 참여해서 긍정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축빌라가 늘어나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라며 “공공재개발 공모신청 참여 구역의 경우 일정기간 건축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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