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 부동산개발을 독점해야 하나?
공공이 부동산개발을 독점해야 하나?
  • 심교언 교수 /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 승인 2021.03.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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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얼마 전 외국학자들과 화상회의를 한 적이 있다. 2.4부동산 대책과 우리나라 쪽방촌 개발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연신 정말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놀라워했다.

종부세 최고구간이 부과세를 포함해서 7.2%라고 했더니, 매년 내는 금액인지를 물을 정도로 충격을 받은 듯했다. 

2.4부동산 대책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속도와 물량, 품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공주도 3080+)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 공식명칭이다. 서울 32만3천호를 포함해 전국에 83만6천호를 공급하는 어마어마한 계획이다.

그러나 그 세부계획을 보면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물량 26만3천호를 제외하면, 전부가 민간의 개발영역을 공공이 개입해 공급하겠다는 식이다. 수십년간 개발이 지연된 것을 공공이 개입해 빨리 정비하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자못 두렵기까지 하다. 이 대책에서 여러 개발 방식을 제안했는데 대부분이 2/3 동의를 받으면 공공이 직접 수용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지역은 정비가 시급하게 필요하지만, 공공이 수용해서 하겠다는 것은 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 전에 발표한 쪽방촌 정비도 그렇다. 여기는 주민 동의도 필요 없이 공공이 직접 수용해서 사업을 진행한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합법적 절차이다. 이 법은 신도시를 만드는 법인 택지개발촉진법의 후신인데, 당초 택지개발촉진법 자체도 워낙 사유권 침해요소가 커서 한시적으로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외곽에 신도시를 만들 때 주민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정부에서 구역을 정하고 바로 수용하는 절차를, 이제는 도심을 정비하는데 적용하는 것이다. 해외에도 수용을 통한 개발이 있긴 하나, 우리처럼 주민 의견을 묻지도 않고 하는 것은 사례가 없다.

그리고 90명 중 60명이 동의하면 나머지 30명의 땅을 뺏을 수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다. 게다가 공공이 개발할 때는 용적률을 700%까지 올려주고, 층수 제한도 완화해주며, 주차장 및 조경 설치의무도 감면해줄 뿐 아니라 일조·채광기준도 완화해준다.

물론 이번 대책에서 세입자와 영세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강화되는 등의 긍정적 요소도 있다. 그렇지만 민간이 할 때는 각종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고, 공공이 할 때는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해주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보인다. 

주택 공급이 시급한 문제일 경우 민간을 먼저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해에 50만호 정도 인허가가 난다. 이중 공공이 공급하는 것은 대략 10~20% 정도인데 공공의 물량을 늘려서 주택난을 해소하겠다는 것보다는, 민간이 조금 더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임을 알 수 있다.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공공이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민간에게도 동일한 조건의 기회를 부여하면 공급이 더 잘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도 있다. 민간이 자기 지역에 더 어울리는 다양한 공공기여를 하도록 하고, 그 정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을 경우 마지막으로 공공이 직접 수용해서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건 것이 도시재생 뉴딜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주민주도를 그렇게 강조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철거재개발에 대해 그렇게 비판하지 않았던가?

이제라도 선진국 사례들을 좀 참조하여 서민을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심교언 교수 /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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