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비대면 총회’ 확산되는데… 국회 못넘는 '전자투표'
재개발 ‘비대면 총회’ 확산되는데… 국회 못넘는 '전자투표'
총회 개최 피로감에 속타는 일선 조합
  • 최진 기자
  • 승인 2021.03.25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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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갑작스런 연기권고… 장소섭외 어렵고 비용도 증가
전자의결권 행사자의 경우 직접 출석자로 인정 안해
도정법 개정안 작년 9월 발의… 1차 논의 후 계류 중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코로나로 인한 정비업계의 피해가 지속되면서 전자투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등으로 총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는 일선 조합들이 출구전략으로 전자투표 도입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자투표가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총회 문화 확산과 전자투표가 지닌 경제적 이점 등이 코로나 총회로 지친 정비업계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올해도 코로나 총회 지속되나… 전자투표 현주소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조합들은 코로나로 인한 장기적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면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지침과 이에 따른 비용 증가로 총회 개최 피로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도정법에 따르면 일반총회의 경우 재적조합원의 10% 이상, 조합창립·관리처분계획 총회의 경우 20% 이상, 시공자선정 총회의 경우 50% 이상의 조합원이 총회장에 직접 출석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정비사업은 일정이 지연될수록 경제적인 손해가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 수백명의 조합원이 한 장소에 모여 총회를 개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에 따라 정부의 방역기준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지자체의 갑작스런 총회 연기 권고, 총회장소 섭외 난항, 총회성원 부족, 총회비용 증가 등 다양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지자체·기업 등에서는 이미 오프라인 총회를 대신해 전자투표를 진행하는 대안을 마련한 상황이지만, 정비사업의 경우 전자의결권 행사자를 도시정비법이 규정하는 직접 출석자로 볼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자투표를 직접출석으로 인정하자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발의됐지만, 해당 법안은 소관위에서 1차례 논의된 후 기약 없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질병과 자연재해 위협에서 조합원들이 안전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신속한 개정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공은 빠지고 민간도 시장축소… 전자투표 시장 한숨만

전자투표에 대한 정비업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 법안이 정체되면서 향후 전자투표를 시행할 관련 업계는 오히려 축소되는 모양새다. 먼저 그동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원해왔던 전자투표 민간영역 지원이 오는 7월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이유는 전자투표 시장에서 공공의 영역을 줄이고 민간영역의 성장을 위해서다.

그러나 정비사업 관련 전자투표 기업의 경우 코로나사태에 경기침체를 직격탄으로 맞는 상황이다. 그동안 정비사업에서 전자투표는 총회에 앞서 서면결의서를 보완하는 용도로 사용돼 왔는데, 코로나 방역과 관련한 총회비용이 증가하면서 전자투표가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총회와 전자투표가 양립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로 전자투표의 도입취지 자체가 그동안 업계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전자투표 업체들은 정비사업 관련 사업 비중을 축소하거나 다른 분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전자투표의 경우 조합 측이 단지 조합원의 의결권 행사를 폭넓게 지원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해당 업체도 전자투표 집계인력과 총회장 인력을 분산 배치해야 했다. 전자투표와 총회참석 의결권이 중복되거나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한 후 총회장에서 의사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 통과 서둘러야… 속 타는 조합·민간

전자투표 도입에 대한 갈증은 일선 조합과 민간 업계 모두가 커지고 있다. 이미 정부·기업을 막론하고 전자투표 시스템을 활용한 비대면 온라인 총회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비업계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발목이 잡혀 주민들이 야외 총회장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자투표 업계에 따르면 전자총회는 일반 오프라인 총회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절약되는 장점이 있다. 또 투표장소 제약이 없으며 별도의 투표용지나 투표함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지·동영상 등 총회관련 정보제공에도 한계가 없고 접근성이 확대되기 때문에 투표율도 상승한다. 특히 비대면 총회로 진행되기 때문에 감염증 및 재난상황에서도 안전한 총회가 가능하다.

전자투표 업계 관계자는 “전자투표가 이미 여러 오프라인 투표를 대체하고 있지만, 정비사업의 경우 아직 법률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도가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제도를 수정·보관하더라도 기초적인 법안 마련은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비업계도 전자투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도권의 한 재개발조합장은 “코로나로 인해 조합의 피로감과 피해가 점차 누적되고 있고, 특히 조합원들이 총회 때마다 감염증 위험에 노출되는 점이 가슴아프다”라며 “전자투표가 오프라인 총회를 대체할 수 있다면 투명하고 신속한 정비사업은 물론, 연로한 조합원들의 생명까지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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