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기획] 재개발 규제… 투기 잡으려다 영세조합원 '타격'
[창간 17주년 기획] 재개발 규제… 투기 잡으려다 영세조합원 '타격'
툭하면 규제지역 지정…전국 대부분 조정대상·투기지역
사업계획 변경 등 재분양 신청할 경우 강제 현금청산자 전락
갑작스런 칼날에 영세조합원들 자금계획 무너져 전전긍긍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05.20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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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정부의 규제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에도 재개발사업은 공익사업의 성격 때문에 재건축사업에 비해 규제의 수위가 약했다. 하지만 재개발은 가진 것이라곤 열악한 주거환경을 가진 집 한 채가 전부인 영세 조합원이 많은 만큼 상대적으로 규제의 강도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체감하는 부담은 훨씬 강했다.

특히 정부가 잦은 부동산 대책 발표 후 풍선효과로 비규제지역들의 집값이 급등하자 매년 규제지역을 늘리고 있어 급작스런 규제로 인해 영세 조합원들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10차례에 걸쳐 전국 대부분 규제지역으로 지정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무려 10차례에 걸쳐 전국 대부분의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은 무려 49곳에 달한다. 조정대상지역은 111곳으로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규제지역에 해당한다. 지난해에는 대전, 청주 등을 시작으로 연말에  무려 35곳을 무더기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전국적으로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하는 순간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규제들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기습적인 규제로 장기간 진행해온 영세 조합원들의 자금조달계획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면서 망연자실한 상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그 즉시 △LTV 40%(9억원 이하) 대출 규제 △정비사업 분양 재당첨 제한 △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가 시행된다. 비규제지역이 조정지역으로 지정되면 LTV가 60%에서 50%로 낮아진다.

예고도 없이 정부가 기습적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하면서 대출가능액 10%p가 줄어 분담금 조달에 차질이 생겼다. 대출가능액 10%p가 줄어 분담금 조달이 막혔다는 게 엄살처럼 비쳐질 수도 있지만, 적은 금액에 타격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들이 영세 조합원이라는 역설적 방증이다.

때문에 그동안 영세 조합원들을 끌어안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들을 새 아파트에 재정착시키려던 일선 조합들은 비상이 걸렸다. 그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빠진 것과 동시에 분담금 미납으로 어쩔 수 없이 현금청산자가 될 수밖에 없는 영세조합원들과의 갈등이 벌어지는 현장들도 많다.

이에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재정착하려는 영세 조합원을 쫓아내는‘젠트리피케이션’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방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재개발 현장에는 권리가액과 중도금 대출액을 총동원해 수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자금 계획을 세우는 영세 조합원들이 많다”며 “이런 현실조차 외면한 채 경과 규정 및 예고 지표도 없이 갑작스레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 투기수요가 아닌 원주민들을 길바닥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재당첨 제한 규정으로 강제 현금청산자로 전락

갑작스런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른 피해는 해당 지역 내 2주택자들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인해 수반되는 규제 중 하나인‘5년 재당첨 제한’규정 때문이다.‘재당첨 제한’의 의미는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주택을 한 번 당첨받았다면 이후 5년간 해당 소유주에게 투기과열지구 내 다른 주택의 당첨을 막는 것이다. 

이에 서로 다른 정비사업 현장의 2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조합원 분양을 한 채만 받을 수 있고, 다른 한 채는 현금청산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갑작스런 투기과열지구 지정 규제로 졸지에 한 채를 현금청산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더 큰 문제는 ‘재당첨 제한’ 규정이 적용되는지 판단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 지역 내 정비사업이 올스톱될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전에 이미 분양을 받은 곳이라고 해도 지정 후 사업시행인가 변경 및 분양조건 등의 변화로 분양신청을 변경할 경우 재당첨 금지 규제를 적용 받아 기존 주택 한 채를 현금청산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게다가 2주택자들은 팔려고 해도 전매제한 규정 때문에 팔수가 없고, 규정상 팔 수 있다 하더라도 양도세 중과 때문에 사면초가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일보다 최초 관리처분인가일이 빠른 경우는 종전 법률을 적용하는 등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보완이 요청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병덕 의원(안양 동안구갑)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1명은 지난 3월 4일 투기과열지구 내 재당첨 금지 규제대상에서 조합원의 ‘분양신청 변경’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신설된 도시정비법 제72조 제6항에서 분양신청 변경과 관련한 제4항과 제5항을 제외시켜 2주택 조합원도 세대수 혹은 설계변경과 같은 사업계획 변경이나 기타 정관·총회의결 등을 통해 재당첨 간주 없이 분양신청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비현장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만으로 투기꾼과 동일하게 규제 당하던 2주택 조합원의 권리가 제자리를 찾게 됐다며 신속한 법안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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