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7주년 기획] 급물살 타는 고밀도 아파트단지 리모델링 ‘꿈틀’
[창간17주년 기획] 급물살 타는 고밀도 아파트단지 리모델링 ‘꿈틀’
본격적으로 뿌리내리는 리모델링… 재건축 대안 되나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1.05.24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건축 대체재 아닌 별개의 주거환경 개선방식
분당·안양·평촌·용인 등 수도권에 대대적 열풍
준공연한 15~20년 아파트도 리모델링 심사숙고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아파트 리모델링이 국내 주택시장에 당당히 뿌리 내리고 있다. 2003년 주택법 전부 개정을 통해 국내에 리모델링 주택조합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바야흐로 18년이 지난 최근 시점에 안착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2003년’은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로, 정부가 재건축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정책적으로 리모델링 활성화를 유도했던 때였다. 이후 정권 성향에 따라 리모델링은 부침을 반복하며 부인할 수 없는 재건축 대체재로 인식됐다.

재건축 규제가 강해지면 리모델링이 반짝 기지개를 켜고, 재건축 규제가 약해지면 리모델링은 존재감을 잃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주민들이 리모델링을 재건축 대체재가 아닌 별개의 주거환경개선 방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아파트, 대상 확연히 구분되는 중

최근 리모델링 아파트의 특징은 재건축 도전을 건너뛰고 처음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전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들이 재건축 추진 불발에 따른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했다면, 최근 아파트들은 15~20년의 준공연한을 거친 뒤 곧바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건영아파트는 1993년 준공해 올해 28년차에 이르렀지만,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해 지난달 21일 시공자로 GS건설을 선정했다. 기존 545가구인 문정건영은 리모델링 후 81가구가 늘어나 총 626가구가 된다. 가시성 좋은 송파대로변 입지에 대형 브랜드를 단 랜드마크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 아파트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나타낸다. △기존 용적률 300% △기존 층수 25층 △아파트 가치 하락이라는 세 가지 공통분모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즉 ‘300%’와 ‘25층’이라는 고밀도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주민 스스로가 깨닫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활발해진 주변 재건축ㆍ재개발에 따른 신축 아파트 건립으로 기존 아파트들의 상대적 가치 하락도 리모델링을 선택하게 하는 이유다. 

이 같은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현장이 지난해 9월 리모델링사업을 택한 부산 LG메트로시티다. 기존 규모 7천374가구의 매머드 규모의 현장이 곧바로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리모델링 업계에서는 LG메트로시티 출현의 의미를 고층아파트의 주거환경 개선 방식이 리모델링으로 넘어왔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한다.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리모델링에 참여하고 있는 최신 트렌드를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2000년 초반 입주를 시작해 단지별로 20년 안팎의 준공연한을 넘겼다. 세월이 지나고 주변에 신축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상생활의 불편사항이 늘어나고, 아파트 가치도 주변에 비해 저평가되기 시작했다. LG메트로시티가 리모델링을 선택한 이유다.

LG메트로시티 추진위는 다양한 사업계획 시나리오를 구성해 대안을 만들고, 주민설명회에서 이에 대한 의견수렴을 한 후 최종 사업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수직ㆍ수평ㆍ별동을 모두 적용하는 방법, 수평ㆍ별동을 적용하는 현실적인 방법, 대수선만 하는 방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안 검토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에 리모델링을 시작한 서울 강동구 선사현대아파트도 메트로시티와 유사한 행보를 보인다. 선사현대아파트 역시 기존 2천938가구의 대규모 단지이면서 준공연한 20년이 지나고 곧바로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메트로시티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국 최대 규모 리모델링 현장이라고 주목 받았던 곳이다.    

현재 추진위가 수립한 리모델링 기본계획안에서는 수직ㆍ수평ㆍ별동증축을 통해 기존 지상 28층, 16개동 2천938가구를 3개층을 올려 지상 31층 3천249가구로 증축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 증가한 311가구는 일반분양한다.

▲1기 신도시와 대규모 택지지구 아파트들도 본격 추진 움직임

1기 신도시와 수도권 택지지구 아파트들도 리모델링 행렬에 대거 동참하고 있다. 성남 분당ㆍ안양 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전통적인 리모델링 후보 1순위로 꼽히는 곳이지만, 최근 리모델링 참여 현장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군포 산본신도시 현장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우륵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우륵아파트는 지난해 11월 20일 조합설립인가를 득한 후 지난 1일 DL이앤씨를 리모델링 시공자로 선정해 ‘산본 최초 조합설립과 시공자 선정’이란 기록을 달성했다.

우륵아파트에 이어 지난해 12월 31일 조합설립인가를 득한 율곡아파트도 시공자 선정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산본신도시 후속 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 참여가 가시화 되고 있다. 

안양 평촌 신도시에도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목련2단지가 지난 4월 10일 안양 첫 리모델링 권리변동계획을 총회에 상정해 의결하면서 지역 내 리모델링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안양 목련2단지 리모델링사업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52 일대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리모델링사업을 통해 기존 994가구의 아파트가 일반분양분 29가구를 합쳐 1천23가구의 대단지로 다시 태어난다. 매일 주민들을 주차장 부족에 시달리게 하던 주차공간도 기존 338대에서 1천279대로 대폭 늘린다.

안양에서는 리모델링연합회 출범도 앞두고 있다. 오는 20일 평촌신도시 내 아파트 대표자들이 모여 연합회 발족에 나서기로 했다. 연합회에 참여하는 단지는 목련2단지, 목련3단지, 초원 세경아파트, 꿈마을 동아아파트, 한가람 신라아파트 등 21곳에 이른다. 

기타 수도권지역의 리모델링은 용인에서 불이 붙었다. 대규모 택지지구로 개발된 용인은 최근 20년을 넘긴 아파트들이 속출하면서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성복역 리버파크가 대표적 선두주자다.   

성복역리버파크는 지난해 12월 31일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획득, 용인시 리모델링 대표 사업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월 임시 추진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만 1년 만에 조합설립까지 안착하는 등 빠른 사업 결실을 이뤄낸 것이다. 

성복역리버파크는 전체 702가구 중 504가구(72%)가 동의, 지난해 31일 수지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득했다. 702가구에서 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105가구의 일반분양 가구를 늘려 807가구로 변신한다. 

아파트는 현재 지상 19~20층 4개동 규모의 단지로 전용면적 59㎡(24평형), 84㎡(32평형) 두 개 타입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존 용적률이 253%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