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구원투수 신탁방식… 뭘 손질해야하나
정비사업 구원투수 신탁방식… 뭘 손질해야하나
사업시행자 지정요건 완화·주민대표기구 법제화 우선 시급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05.24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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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등기요건에 국공유지 제외하는 게 바람직 
추진위같은 법정단체 없어 자금조달에 어려워
신속 사업추진 장점 살리려면 전체의결 줄여야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신탁방식이 도입된 지 약 5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업대행자 방식은 지지부진한 재개발·재건축현장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정비사업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신탁사가 직접 사업을 주도하는 신탁사 단독시행자 방식은 초기 과장광고로 신탁방식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한데다, 관련 제도 마련도 미흡해 주민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등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독시행자방식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사업시행자 지정요건 완화 △주민대표 기구 설립 등의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시행자 지정요건에 국공유지 면적은 제외시켜야

신탁사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개선점은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의 완화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자 지정 단계는 기존 조합방식의 조합설립단계에 해당한다. 현행 신탁방식에서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조합설립 요건인 토지등소유자 75% 이상과 토지 면적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토지면적 기준 3분의 1이상의 신탁등기가 필요하다.

문제는‘토지면적 기준 3분의 1이상의 소유자’라는 요건에 국공유지 면적까지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재개발사업은 구역 내 국공유지가 넓은 곳이 많아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 대부분의 신탁등기가 필요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장순서 코람코자산신탁 본부장은 “한 재개발구역의 경우 토지면적 3분의 1의 신탁등기를 받으려면 토지등소유자 약 80%의 신탁등기가 필요했다”며 “조합설립 동의율에 국공유지는 행정기관이 별다른 거부의사가 없을 경우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만큼 신탁등기 요건에도 국공유지를 제외한 면적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탁사 초기 영업비용 투입 위해 법정 단체 설립 필요

신탁방식이 조합방식에 비해 갖는 장점 중 하나가 초기 사업비 조달이다. 금융권 대출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신탁사의 원활한 자금 조달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추진위 같은 법정 주민단체가 없어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신탁사의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탁방식을 추진하기 위한 첫 단계인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서 징구에는 적극적 홍보를 위한 자금이 필요한데 추진위가 없는 현행 신탁방식에서는 섣불리 신탁사가 자금을 투입하지 못하는 구조다. 신탁사 입장에서 보면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기 전에는 리스크가 온전히 신탁사 몫이라 자금투입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신탁방식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의 경우 신탁사가 상담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직원 몇 명만 투입하고 있을 정도로 홍보에 소극적이다. 오히려 재건축사업에 대한 열망이 높은 몇몇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신탁사가 업무협약을 맺고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조합방식의 추진위원회와 같은 법정 주민단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토지등소유자의 권리 보호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주민대표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신탁사 단독시행방식에서는 주민대표기구가 설립되지 않기 때문에 사업자체가 신탁사에 끌려 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방식에서의 이사회 및 대의원회와 같이 신탁사와 주민대표로 구성된 의결기구 설립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탁사 또한 주민대표기구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신탁사와 주민간의 협의 절차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이후에도 주민과 소통하고, 의견조율을 위해서도 주민대표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탁사 관계자는 “실제 사업을 추진해보니 주민대표기구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사업추진을 더디게 만든다”며 “대부분 필요에 의해 현장에서 정비사업위원회 등의 주민대표기구를 설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속한 사업추진 장점 살리려면 전체회의 의결 사항 등 손질해야

신탁방식이 침체된 재건축·재개발 현장을 살리기 위한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고 신속한 청산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수립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의결사항의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8조에 따라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의 의결사안이 조합 방식의 총회 결의사안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8조에 따르면 △시행규정의 확정 및 변경 △정비사업비의 사용 및 변경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의 계약 등 토지등소유자의 부담이 될 계약 △시공자의 선정 및 변경 △정비사업비의 토지등소유자별 분담내역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자율 및 상환방법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 △청산금의 징수·지급과 조합 해산 시의 회계보고 △비용의 금액 및 징수방법 △그 밖에 토지등소유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으로 시행규정으로 정하는 사항 등을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탁회사 단독시행 방식이 도정법안에 들어온 이유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절차상 조합방식과 차이가 없어 신탁회사 단독 정비사업 방식의 신속한 사업추진이라는 실효성을 전혀 거두지 못하고 나아가 정비업체와 그 역할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의 의결 사안의 범위를 토지등소유자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으로 축소하고, 나머지는 신탁사의 전문성에 맡겨 신속한 사업추진이라는 신탁방식의 장점을 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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