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한강르네상스’ 부활?… 재건축 규제완화·투기차단 딜레마
오세훈표 ‘한강르네상스’ 부활?… 재건축 규제완화·투기차단 딜레마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1.05.2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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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무한한 경제 잠재력
주민 설득이 최우선 과제
부동산가격 상승위험 상존

층수 규제완화로 혜택보면
조망권이익 사회환원 바람직
투기세력 규제 컨트롤도 과제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10년 만에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정에 복귀하면서 제2의 한강르네상스 추진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원순 전 시장 취임 후 35층 ‘서울플랜’과 ‘한강변관리기본계획’을 통해 가장 먼저 규제 포화를 받았던 곳이라는 점에서 오 시장 복귀 후 개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한강변은 무한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며 개발압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잠재력만큼 사업주체인 주민설득 과제와 투기세력으로 인한 부동산가격 상승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법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9년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 서울을 국제도시로

‘한강르네상스’ 명칭은 2009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 서울을 한강변 개발을 통해 국제도시로 부활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에서 나왔다. 실무적으로는 한강변 개발을 위해 지역주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강 공공성 회복선언’으로 칭하고 공공영역 확대 시각에서 한강변 개발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경제적 개발 효과는 총생산 28조6천억원, 부가가치 12조3천억원, 고용창출 약 20만명으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국가경제 활력 견인이 기대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한강르네상스의 구체적 내용은, 한강변 전체를 개발하되 무게중심을 두는 중요도에 따라 전략정비구역과 유도정비구역, 일반관리구역 등 3개 구역으로 나눠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전략정비구역은 △성수 △합정 △이촌 △압구정 △여의도 등 5개 구역, 유도정비구역에는 △망원 △당산 △반포 △잠실 △구의자양 등 5곳이 선택됐다.

당시 주목할 만한 획기적인 내용은 전략정비구역에서 층수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는 점이었다. 높이완화구역으로 여의도, 압구정, 잠실 등이 거론됐고, 이 중 개발압력이 크고 배후 조망대상이 없으며, 굴곡부 지역은 최고층수 제한을 폐지하되, 주거부문에서는 최고 50층, 평균층수 40층 내외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정비계획으로 50층 허용을 인정받은 서울 성동구 성수지구와 함께 용산구 이촌동에서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해 최고 56층 타워형 아파트로 들어선 래미안 첼리투스가 바로 이 제도를 바탕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최고 층수 47층의 성동구 트리마제 역시 한강르네상스 제도의 혜택을 통해 건립됐다. 

과제는 대폭적인 규제 완화에 조건이 붙은 공공기여 수위였다. 당시 서울시는 순부담률 25%의 기부채납 의무를 제시해 공공용지 확보 및 개발이익 공유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순부담률 25%의 기부채납 비율이 너무 과도하다는 주민들의 반발이 한강르네상스 제도의 발목을 잡았다. 

전략정비구역 및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반발 움직임이 나왔고, 개발 참여에 시큰둥한 곳들이 늘어났다. 시범구역으로 지정됐던 성수지구가 추진에 참여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는 한편, 다른 지역들의 개발계획은 사실상 흐지부지 됐다. 

▲2014년, 35층 기준 서울플랜 규제 시대

지난 4·7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에 복귀한 오 시장은 공약으로 서울 재건축·재개발로 서울 스카이라인의 변화를 약속했다. 특히 한강르네상스는 오 시장이 못다 한 숙제라는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오 시장 취임 직후 서울시는 기존 정책방향을 바꿔 대거 규제를 풀기로 가닥을 잡았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의 규제 아이콘으로 불린 ‘35층 룰’을 폐지하고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다시 짜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시장은 2014년 이른바 ‘서울플랜’이라고 불리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규제 내용을 담았다. 도시 경관을 가리는 무분별한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막고, 조망권을 사유화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도 최고 61층 재건축을 추진하다가 제동이 걸려 결국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 서울시와 절충안을 마련해 최고 38층 높이로 짓는 데 그쳤다. 

이어 2015년 ‘한강변관리기본계획’을 통해 15층 규제까지 더해졌다. 한강과 가장 가까이 배치되는 동 높이를 15층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연내 분양을 앞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도 이 규제를 적용받아 한강변에 접한 일부 동이 14층 높이로 설계됐다.

▲2021년, 제2의 한강르네상스 추진되나

서울시는 최근 오 시장 공약대로 35층 룰 완화를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공익확보 차원에서 공공기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공중권(air right)’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법정 높이 한도를 초과하는 빌딩을 지으려는 건물주는 높이를 올려 조망권을 확보하는 배타적 이익을 갖는 대신 이에 대응하는 일정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층수 규제 완화로 혜택을 보는 단지는 한강변과 강남권 재건축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역 간 형평성을 위해 규제 완화로 확보해 조망권으로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회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공기여 확대는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많은 서울시의회도 공공기여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내부에선 층수 규제 완화와 함께 공공기여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건축단지 주민들의 수용 여부가 가장 주목되고 있다. 높은 공공기여가 의무화된다면 12년 전 상황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여의도·성수·이촌·합정 등 주민들은 서울시가 요구한 기부채납 비율(25% 이상)이 너무 높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로 2040 서울플랜의 계획안을 수정·보완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공청회와 시의회, 관련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도 거친 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오 시장 입장에서는 투자 기회를 노리는 투기세력들에 대한 규제 방안도 숙제다. 오 시장의 규제 완화가 집값 급등시켰다는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개발과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 시장은 최근 과열 움직임을 포착하고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매수세가 몰리며 대상 지역에 신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이러한 과열 움직임에 오세훈 시장은 전날 긴급 브리핑을 열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오 시장은 “부동산시장 안정화 없이는 백약이 무효”라며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가능한 행정력을 총동원해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를 먼저 근절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오 시장은 투기적 수요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본보기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일부 재건축단지에서 허위신고, 호가만 올리는 행위, 가격담합 등의 비정상적인 사례들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부동산 실거래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과 거래분석을 통해 투기성 거래로 판단되는 사안은 엄정하고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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