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임대주택 폐지 현실화가 가져올 부작용
등록임대주택 폐지 현실화가 가져올 부작용
  • 김덕례 /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 승인 2021.06.09 11:46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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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최근 법을 만들어야 하는 국회가 지나치게 많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주택분야는 과도하다.

집은 거처와 관련된 기본적인 사안일 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에게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다.

‘나비효과’가 있다. 브라질에서 벌어진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미국으로 가면 강력한 토네이도가 되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다. 카오스이론에 따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수적천석(水滴穿石),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송나라 고시에 나오는 성어와 같은 맥락이다. 

얼마 전에 국회에서 나온 ‘임대주택사업자 제도 개선안’은 물방울을 넘어선다. 나비의 날갯짓 보다 크다. 멈추지 않으면 어느 지점에선가 임대차시장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2019년 등록센서스 기준으로 주택은 2천131만호다. 다가구에 여러 가구가 살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수치다. 이 중 자가 점유 가구는 58%다. 자가 보유가구는 61.2%다. 즉 집을 가지고 있는 가구는 대략 1천300만가구에 이르고, 자기집에서 살고 있는 가구는 약 1천200만가구에 이른다.

결국 800만가구 정도가 집이 없는 임차가구다. 100만가구 정도는 집이 있지만 세입자로 살고 있다. 거의 900만가구 정도가 임차시장에 있다. 이들은 누군가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등록임대주택은 총 304만호다. 이중에서 공공임대주택은 166만호이고 나머지 138만호는 민간임대주택이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등록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304만가구는 주거지원을 받는다. 시세보다 저렴한 주거비와 일정 거주기간을 보장받는다.

나머지 약 600만가구는 다주택자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다주택자가 제공하는 임대주택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연5% 임대료 제한과 2년을 더 살 수 있는 권리가 임차인에게 주워졌다.

임차시장은 임대인과 임차인, 등록과 비등록, 공공과 민간, 아파트와 비아파트 등 매우 다양한 요인으로 복잡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 곳을 바꾼다고 그 곳만 바뀔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임차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에 국회가 발표한 「'매입임대' 신규등록 폐지 및 자진말소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상상조차 어렵다. 138만호의 민간등록임대 중 건설임대는 36만호에 불과하다. 매입등록임대가 102만호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적어도 102만가구가 매입형 민간등록임대주택에 살고 있다는 의미다.

당장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불안해질 수 있다. 임대인은 의무임대기간 1/2을 충족하면 자진말소를 할 수 있다고 했던 규정도 조기매물 유도를 위해 삭제하고, 세입자 동의시 자진말소가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고 한다. 

세입자가 과연 동의할 수 있을까. 등록임대주택으로 거주기간을 보장받고 있었을 텐데, 집주인이 "정부시책에 따라 등록해제하고 팔려 하니 동의해달라"고 하면 세입자는 기꺼이 동의해 줄 수 있을까.

국회는 약 65만호 물량이 임대등록을 말소하고, 이 중 약 20%인 13만호가 내년까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회 계산대로 된다고 한들 700만가구 정도가 있는 임차시장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등록 해제과정에서 발생할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 100가구에 이르는 임차인이자 임대인인 사람들의 고민, 당장 등록 해제로 다른 거처를 알아봐야 하는 시장 매물화된 13만호에 살고 있는 세입자의 어려움이 더 크지 않을까.

시장의 큰 흐름을 인위적인 규제만으로 바꿀 수 없다. 잘 안되는 것을 억지로 바꾸려다 보면 어딘가에서 사단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대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팝콘정책을 멈추자.

김덕례 /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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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2021-07-28 11:58:35
선의가, 정의가, 공정이, 시장을 해결해주는 게 아닌데 미친거 아닌가 싶다.........

주인공 2021-06-10 10:09:51
생전처음 듣는 임대사업자, 구축 서민형 아파트 몇 채를 망설이다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부믿고 했는데 이제와서 필요없다고 죽창이네요. 이럴거면 절대 안하죠. 억울함을 어디에 하소연 할 곳이 없습니다. 6개월안에 다 팔면 합산과세에 임차인은 어떻게 하고요. ㅠ

김장훈 2021-06-09 22:36:31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현재 아파트 시장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먼저 봐주시길 바랍니나. 36만채 아파트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기자본으로 인해 매물잠김 현상을 격고 있습니다. 이들을 폐지하는개 맞을까요? 유지하는개 맞을까요?

과객 2021-06-09 21:27:12
시장의 큰 흐름을 인위적인 규제만으로 바꿀 수 없다. 잘 안되는 것을 억지로 바꾸려다 보면 어딘가에서 사단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대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홍길동 2021-06-09 19:05:58
전문적인 시각이네요.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