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참여’ - 서울시 ‘공공기획’… 재개발 주도권 氣싸움
정부 ‘공공참여’ - 서울시 ‘공공기획’… 재개발 주도권 氣싸움
업계, 재개발방식 싸고 저울질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06.2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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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민간정비사업 끌어들여 사업기간 단축
정부방식, 메리트 사라지고 임대 부담에 외면 우려
일부 후보지에선 개발방식 전면 재검토 돌입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재개발 주도권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주택공급확대를 위해 공공성을 담보로 정비사업 활성화에는 적극 동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가 ‘공공기획’ 카드를 꺼내들어 민간 정비사업도 신속한 추진을 하겠다고 밝히자 빠른 사업 추진을 강점으로 내세운 ‘공공참여형 정비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서울시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자 이미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현장에서 사업방식을 다시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공공기획 통해 사업기간 대폭 단축… 공공재개발 메리트 떨어져

최근 서울시의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 발표로 민간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공공재개발의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서울시가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두고 재개발 사업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서울시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와 공공기획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재개발 관련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시는 ‘공공기획’을 도입해 정비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공기획은 사전타당성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 단계까지 서울시가 주도해 공공성이 담보된 합리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공공기획을 통해 구역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5년에서 2년 이내로 대폭 단축한다. 구체적으로 기존에 자치구가 맡아 통상 42개월 정도가 소요됐던 절차를 14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주민제안·사전검토(6개월→4개월),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법정절차(12개월→6개월) 등 구역지정 절차 등을 단축한다. 

이는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도시건축혁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건축혁신은 2019년 3월 도시계획과 소관 사업으로 첫선을 보여 시범사업지 4곳을 포함해 총 11곳에서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미 사업기간 단축 효과를 검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이다. 흑석11구역은 정비구역 지정(2020년 1월) 이후 사업시행인가(올해 3월)까지 1년2개월이 소요됐다. 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추진위 구성이 이뤄진 434개 정비구역은 평균적으로 2년8개월 가량 소요됐다. 기존 소요기간 대비 절반 이상 기간 단축 효과를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는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장이더라도 서울시의 공공기획을 거쳐야 한다. 공공기획을 거친 뒤에 주민 의사에 따라 공공 또는 민간 주도 방식의 재개발 사업을 선택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기획을 거쳐 공공성을 확보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사업 기간을 단축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시는 재개발 정상화·규제완화를 통해 2025년까지 24만호 주택공급을 본격화면서 지난 10년간 주택공급 기회감소를 만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사업기간 대폭 단축한다지만… 구체적인 내용 없어 실효성에 의문

정비업계는 서울시의 ‘공공기획’도입으로 인해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정비사업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공재개발의 빠른 사업추진 속도라는 가장 큰 장점이 무색해지고, 임대주택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내세운 공공 정비사업은 공공 참여형과 직접시행 방식으로 나뉘는데 모두 큰 틀에서 인센티브 제공을 하되, 임대주택 확대 등 공공성 확보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정비사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사업기간 단축을 내세웠다. 기존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기간을 통합심의 및 사업절차 간소화를 통해 5년 이내로 대폭 단축시킨다는 게 국토부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선 인허가권자인 지자체의 협조가 필연적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공기획을 통해 민간 정비사업에도 심의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힌 만큼 민간과 공공 간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각종 규제 완화 혜택으로 인한 사업성 개선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공공 참여형 재개발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면제시켜주겠다고 밝혔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받는다.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된다는 의미다. 나아가 인근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단지가 있을 경우 같은 수준의 분양가로 책정돼 있으나마나한 혜택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조합의 입장에서는 대량의 임대주택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주택가치 상승의 측면에서도 민간 정비사업보다 나을게 없다는 지적이다. 공공재개발은 조합원분을 제외한 물량 절반 이상을 공적임대로 공급한다. 또한 전체물량의 최소 20%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공공재건축은 인센티브로 받은 용적률 상향분의 일정 부분을 기부채납해야 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와 국토부는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로 공공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사업기간 단축이라는 장점이 무색해지면서 임대주택에 대한 부담으로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개발방식을 두고 재검토에 들어가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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