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안정적” “민간이 더 유리”… 주민갈등 점입가경
“공공재개발 안정적” “민간이 더 유리”… 주민갈등 점입가경
사업방식 전환 두고 이견… 주민들 손익계산 분주
  • 최진 기자
  • 승인 2021.08.10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갈등심화… 다른지역도 속앓이  
공공기획·주거정비지수제 폐지한 민간사업에는 기대감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공공재개발과 공공기획 민간재개발 간 선택을 놓고 재개발 현장에서 주민갈등이 번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성을 담보로 한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사업 방향성과 주민 인식이 ‘공공’과 ‘민간’으로 크게 갈리면서 여러 이해관계들이 복잡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공재개발 현장에서는 정부 주도의 국가적 지원사업이 이미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각종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 이점을 고려할 때 사업전환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과거에 민간재개발을 시도했다가 구역해제된 경험이 있던 현장에서는 민간재개발 전환 시 주민갈등을 비롯한 각종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공공기획을 통한 민간재개발 전환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서울시가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있어, 공공재개발의 이점이 크게 줄어든 점을 꼬집고 있다. 공공재개발과 민간재개발의 차별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굳이 임대주택 비율이 높은 ‘공공참여형 정비사업’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공공재개발 순항에도 주민갈등 여전… 민간재개발 꿈틀

강남권 공공재개발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작구 흑석2재정비촉진구역은 공공재개발 사업이 절차에 따라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민간재개발로 사업방식을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흑석2구역은 지난 5월 29일 주민총회를 개최하면서 재적 토지등소유자의 63%가 참여해 집행부 구성과 협력업체 선정 및 업무 추인과 관련한 안건을 원안가결 했지만, 총회장 외부에서는 민간재개발 전환을 주장하는 비상대책위원회들의 시위가 함께 진행됐다. 또 총회장 내부에서도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이 지속적으로 공공재개발 사업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총회 진행에 제동을 걸었다.

흑석2구역 일대의 상황도 이러한 주민갈등이 뚜렷하게 표출되고 있다. 지하철9호선 흑석역 출구에서부터 해당구역 곳곳에 공공재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진 상태다. 

상가 세입자 대표회의 등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은 재개발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일각에서는‘임대주택이 많은 공공재개발사업을 반대한다’는 기조로 민간재개발사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흑석2구역 뿐 아니라, 강북 공공재개발 현장 곳곳에서도 민간재개발 전환을 요구하는 비대위 활동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성북구의 한 공공재개발 현장도 사업의 주도권을 획득하기 위해 공공재개발 대신 공공기획을 통한 민간재개발 추진을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막연하게 민간재개발을 고집하던 기존 비대위가 공공기획과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의 서울시 정책을 기반으로 민간재개발 이점을 부각시킨 안내문 배포와 SNS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라며 “지난 5월 서울시의 재개발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공공재개발 현장 여러 곳이 말 못할 속앓이를 하는 중“라고 말했다.

▲공공기획 이점 뚜렷, 도시건축혁신 검증도… 공공재개발 실효성 발목

공공재개발 현장 곳곳에서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최근 서울시의 재개발 규제완화 정책 발표로 민간재개발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6일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와 공공기획 도입을 골자로 하는‘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 까다로운 주거정비지수제 평가기준으로 인해 지난 2015년부터 재개발 구역지정이 단 한건도 없었다며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공공기획을 도입해 정비구역 지정을 신속히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공기획은 사전타당성 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 단계까지 서울시가 주도해 공공성이 담보된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역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5년에서 2년 이내로 사업기간을 대폭 단축해 공공재개발과 별 차이가 없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발표된 공공기획은 서울시가 지난 2019년 도입한‘도시건축혁신’과 맥락이 같아, 사실상 실효성 검증도 마친 상태다. 도시건축혁신이 접목된 흑석11구역, 상계주공5단지 등 정비구역 11곳은 이미 사업기간을 대폭 단축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대로 공공재개발의 경우 사업기간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홍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방법과 절차 등은 유관기관들 간의‘협상’수준에 머물고 있어, 업계에서는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공공재개발 메리트 하락해도 “사업전환 검토는 신중해야”

민간재개발 전환 갈등의 핵심으로 꼽히는 것은‘임대주택’이다. 민간재개발로 얼마든지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굳이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지는 공공재개발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임대아파트라는 인식이 주민들의 재산가치 하락을 초래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서울지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으로 공공재개발 시 주어지는 혜택의 의미가 상실됐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고강도 재개발 규제를 기반으로 제시됐던 층수 제한과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 등의 공공재개발 이점이 층수규제 재검토 및 분양가 상한제 무용론에 의해 메리트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반면 부담해야 하는 ‘공공성’ 부담은 민간재개발보다 뚜렷하게 큰 상황이다. 공공재개발은 조합원분을 제외한 증가용적률의 50%를 공적임대로 공급해야 하고, 재개발사업에 따른 전체 물량의 20%도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개략적인 정책발표를 근거로 민간재개발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환과정에서의 다양한 변수와 추가적인 주민갈등 상황이 예고되기 때문에 자칫 정비사업 자체가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민간재개발 시장에 대한 규제완화와 정책 변화가 훈풍인 상황이지만 일부 이점만을 생각해 사업을 전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라며 “특히, 정비사업이 장기 정체됐던 곳이나 주민반대로 구역해제까지 경험한 현장의 경우 공공기획의 청사진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