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 폐지… 메리트 사라진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 폐지… 메리트 사라진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2·4대책 6개월… 원점서 맴도는 까닭은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08.19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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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동의율 10%도 못 받아… 후보지 발표 중단
추가적인 인센티브·주민권리보호장치 마련 시급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올해 정부가 2·4부동산대책을 통해 야심차게 발표했던 3080+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주택 공급물량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5년 간 이 사업을 통해 서울에서 총 9만3천가구 등 총 13만6천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도입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불구하고 후보지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전컨설팅 신청건수 66건 중 주민동의율 10% 충족한 곳 전무… 후보지 발표 하반기로 연기

지난 2월 정부가 획기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라며 발표한 3080+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이 도입 6개월이 넘어가고 있지만, 후보지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으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주민이 희망하는 경우 재개발·재건축을 LH·SH 등 공기업이 직접 시행하고, 공기업이 사업·분양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는 제도다. 정부는 정비구역 지정·이주까지 통상 13년 걸리던 것을 5년 이내로 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정부는 지난 4월 7일 위클리 주택공급 프리빙에서 총 54건의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컨설팅신청이 왔다고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주민 제안 8건, 지자체 제안 41건, 정비업체 등 민간 제안 5건 등이다. 이에 정부는 주민제안 8건에 대한 컨설팅 결과를 5월까지 제시하고 7월 중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과는 달리 지난 7월 단 한곳의 후보지도 발표하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080+ 통합지원센터에 접수된 사전컨설팅 신청은 총 66건에 달했지만 주민동의 10%를 확보한 곳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 제안 구역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사업성이 지나치게 낮거나 반대 주민이 많아 사업 추진이 어려운 곳들이 많았다”며 “구역을 임의로 정해 발표하는 도심복합사업과 달리, 공공직접시행은 주민 동의와 지자체 협의 과정이 필요해 발표가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후보지 발표를 하반기로 미룬 상태다. 이와 함께 후보지 발굴을 위해 지역 주민으로부터 직접 제안을 받는 통합공모를 하기로 했다. 

통합 공모는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40일간 진행된다. 대상 지역은 경기·인천과 5개 지방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다. 각 지역 주민은 토지등소유자의 10% 이상 동의로 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제 백지화로 메리트 사라져

업계에서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대한 메리트가 크게 떨어져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내세운 인센티브 중 하나인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면제’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재개발사업에 별도의 혜택은 없지만, 공공이 직접 사업을 시행하기 때문에 재건축사업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책인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면제를 내세웠다. 

조합원에 2년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상 재건축 사업의 중단으로 인식될 정도였던 만큼 해당 규제가 면제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인센티브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에서 조합원 실거주 의무 자체가 폐지되면서 인센티브 혜택이 무색해졌다.

게다가 정부가 기존 정비계획 상 수익률보다 10~30%p의 추가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수익 보장에 대한 산정 기준이 명확치 않고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사업 참여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참여율을 올리기 위해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배제 외에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미적용 등 더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참여가 점차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도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면제 등의 인센티브는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며 “구체적인 확정 수익 보장에 대한 기준이나 각종 공적부담 완화 등 추가적인 인센티브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근거법 마련도 지지부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2·4 대책에서 함께 제시된 사업들은 이미 법적 근거가 마련돼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위한 근거법 마련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2월 24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대한 근거법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수개월째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4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본격화를 위해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 입법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달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조합원 지위 양도 조기화와 결부시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공공에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 현금청산 등에 대한 반발이 심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크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월에 획기적인 공급방안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근거법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기방지라는 목적하에 공공성을 강조하다보니 주민들이 반발이 커진 것으로 지금이라도 제도를 보완해 주민들의 권리 보호와 사업성 보전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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