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단지 잇단 재건축 안전진단 퇴짜… 주민들 불만 폭발
노후 아파트단지 잇단 재건축 안전진단 퇴짜… 주민들 불만 폭발
턱없이 높아진 기준… 불신 커지는 재건축 행정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08.23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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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9·11단지, 태릉우성 2차 정밀진단에서 탈락

30년 넘은 고덕주공9단지 조건부 재건축 받았지만
2차 평가선 C등급 결정 정치적 잣대 개입 논란

강동구등 지자체도 반발 기준완화 한 목소리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밀안전진단에 도전한 노후 아파트단지들이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에서 연이어 퇴짜고 있는 가운데 현행 기준에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강동구청 등 여당 소속 구청장까지 나서 안전진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재건축사업 첫 관문을 틀어막고 있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목동9·11단지, 고덕주공9단지, 태릉우성 등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줄줄이 탈락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들이 안전진단의 마지막 단계인 적정성 검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현행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사실상 사업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당 단지들은 모두 2차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평가 과정에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지난해 6.17 부동산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강화 방침 발표 후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통보받은 단지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평가시점에 주목해 “정치적 잣대가 개입된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 9단지는 1차 안전진단에서 53.32점을 받았지만, 지난해 9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진행한 2차 적정성 평가에서 5점 이상 오른 58.55점으로 ‘유지보수’ 즉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11단지는 1차 안전진단 당시 51.87점으로 D등급을 받았지만 적정성 검토 결과 57점 수준으로 6점 가량 상승해 최종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정밀안전진단 등급은 재건축이 불가한 A~C등급(유지·보수), 공공기관의 검증이 필요한 D등급(조건부 재건축), 재건축 확정 판정인 E등급으로 분류된다. 종합평가점수가 30~55점에 해당되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인 D등급을 받는다.

이후 이 내용을 가지고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이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실시하는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면 최종적으로 재건축사업 추진이 확정된다.

올해에는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무려 10점 이상 점수가 오르며 재건축사업이 좌절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현행 기준에 대한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와 노원구 태릉우성아파트다. 

고덕주공9단지는 1985년 지어져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긴 1천32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이다. 지난해 하반기 재건축 1차 정밀안전진단 결과 51.29점을 받아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6월에 국토안전관리원이 진행한 2차 적정성 평가에서 무려 10점 넘게 오른 62.70점을 받아 최종 ‘유지보수(C등급)’로 결정됐다.

1차 안전진단에서 48.98점(D등급)을 받은 태릉우성아파트는 지난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진행한 2차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 결과 60.07점으로 C등급(유지보수)인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2차 안전진단에서 10점 이상 오르면서 최종 C등급을 받은 것이다. 

윤영흥 태릉우성아파트 재건축준비위원장은 “2차 정밀안전진단 결과 구조 안전성 평가에서 건물 기울기가 E등급(29.98점)이 나왔는데도 ‘시공 오차’라는 황당한 이유로 재건축 불가인 C등급(33.40점)으로 상향 조정됐다”며 “우리 아파트가 재건축하지 못한다면 노원구는 물론 서울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는 없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기술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믿을 수가 없어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도 현행 안전진단 기준에 이의 제기… 기준 완화 요구도 빗발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는 단지들이 속출하자 지자체에서도 현행 기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강동구는 지난 6월 29일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 재건축 정밀안전 적정성 검토 결과(유지보수, C등급)에 대해 이를 검토한 국토안전관리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강동구가 항의한 이유는 적정성 검토 결과(62.70점, C등급)가 1차 안전진단(51.29점, D등급)보다 무려 10점이나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동일한 안전진단 기준 및 재건축사업의 안전진단 매뉴얼에 따라 평가한 결과가 이토록 차이가 크다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동구 관계자는 “1차 안전진단에서 용역업체가 산정한 내용에 차이가 있어 다소 점수가 변경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10점 이상 차이나기란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적정성 검토 결과와 관련된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잘못 판정된 부분이 확인될 경우, 국토안전관리원에 재차 이의제기 등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요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지난 5월 민주당 부동산 특위와 만난 자리에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원구의 경우 이미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대한 건의안을 국토부에 제출한 상태다.

건의안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의 핵심 관건인 구조 심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구조안전에 편중된 기준점수를 항목별로 균등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건의안의 주 내용이다.

이와 함께 노원구는 재건축 지원을 위한 행정적 지원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해당 지역의 재건축사업 추진 여부와 사업 타당성을 자체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도시계획 전문가와 건축 전문가로 구성한 자문단도 운영하고, 현행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분석과 완화 근거도 확보할 계획이다.

지자체들이 현행 안전진단 기준에 직접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이유는 자치구에 재건축사업을 앞둔 단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강동구는 현재 고덕주공9단지를 비롯해 신동아, 우성, 한양 등 총 3천여가구 규모의 노후아파트들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

양천구는 2만6천629가구 규모의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4개 단지가 모두 재건축사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6월 목동6단지만 14개 단지 최초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노원구는 26개 단지가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상계주공아파트 중 1·2·3·9·11·13·16단지 등 총 7곳이 정밀안전진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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