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공급난, 안에선 주민 반발… 삐걱거리는 공공주도 정비사업
밖에선 공급난, 안에선 주민 반발… 삐걱거리는 공공주도 정비사업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1.09.01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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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역 인근 주민들 비상대책위 결성 공공주도 반대연 합류
영등포역·미아역동측
·인천굴포천·신길15 등 공반연 합류 의사
흑석2·신설1 등 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 구성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주택난에 몰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놨던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주민 반대에 막혀 줄줄이 삐걱대고 있다. 주민의견 수렴절차 없는 일방통행식 공급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집단 항의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신규 공공택지는 물론 공공재개발, 역세권 도심공공 복합개발사업들이 주민 반대라는 벽에 부닥치면서 택지 확보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쉴 새 없이 쏟아낸 정책에 대해 전후 상황을 판단한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2·4 대책 후보지 “민간 개발하겠다”… 공급 계획 삐걱

우선 역세권·저층 빌라촌을 고밀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중에는 아예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6차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선정된 서울 중구 약수역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지난 14일 사업철회 요청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도심 공공주택복합 개발에 반대하는 모임인‘3080공공주도반대연합회(공반연)’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약수 역세권 일대는 1천324가구 대규모 공급 예정지다.

약수 역세권 비대위 관계자는 “제대로 된 사전조사나 주민동의 없이 갑작스럽게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의 사유재산권이 침해받고 있다”면서 “반대 의사를 가진 주민 동의를 모아서 국토부에 공식적으로 사업철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에 반발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 반발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최근 약수역 인근 구역을 시작으로 영등포역 인근, 미아사거리 동측, 신길15구역, 미아역 동측, 인천 굴포천 등 곳곳 지역에서 공반연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뿐만 아니라 2·4대책 일환인 주거재생혁신지구 후보지인 대전 대덕구 주민들도 사업에 반발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계획을 발표한 2·4 대책 후 현재까지 정부가 선정·발표한 후보지 56곳 중 8곳이 사업 철회 의사를 정부에 전달했거나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사업 철회를 결정한 8곳에 공급 예정인 주택 물량은 총 1만6천가구로 그만큼 정부의 주택공급 물량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들 지역에는 서울 신길4구역, 용두역·청량리역 인근 등 주요 핵심 입지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업포기 분위기가 주변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LH 등 사업시행자들이 사업성 설명 등을 포함한 주민설명회가 지연되면서 공공 정비사업 포기 및 민간 재개발 선회를 검토하는 곳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획기적 공급대책이라며 2·4 대책을 발표하고 짜임새 있는 추진을 약속했지만, 곳곳에서 약속한 내용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강북의 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위원장은 “지난 2월 대책을 발표하고 6개월이 지나고 있는데도 우리 후보지에 대한 LH의 사업설명회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며 “실제 LH 측과 면담해 보면 사업추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내부적으로는 민간 재개발로 선회하자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면서 무게중심이 민간 재개발로 옮겨져 있는 상황”이라며 “일단 LH 측의 사업설명회에 참석해 내용을 들어보고 판단해 보자는 게 우리 구역의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공공재개발 추진 계획도 난항… 일부 대토지 소유자들 반발

공공재개발 사업도 앞길이 심상치 않다.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동대문구 신설1구역, 성동구 금호23구역 일부 주민들은 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날 오전 서울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해 공공재개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공공재개발은 지난해 8·4대책에서 정부가 제안한 주택공급 방식으로, 공공이 정비사업에 참여해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물량의 최대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대신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흑석2구역과 신설1구역은 1차 후보지, 금호23구역은 2차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다.

비대위는 “서울시와 LH, SH가 지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사유재산권 침탈을 시도하고 있다”며 “삶의 터전을 빼앗고 대다수 지주의 재산권 침탈을 획책하며 졸속 추진되는 공공 재개발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곳곳에서 공공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반발이 거세지면서 사업에서 탈출하는 지역들이 늘어날 경우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 자체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진희섭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제대로 된 사전조사 및 주민동의 없이 공공 정책을 밀어붙인 것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이라며 “주민들이 반발하는 공공 정비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민관 모든 방식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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