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안정 위해 도입한 공공재개발... 고분양가 우려로 ‘시끌’
집값안정 위해 도입한 공공재개발... 고분양가 우려로 ‘시끌’
거꾸로가는 공급정책… 주택가격 불안 부추기나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09.07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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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2구역 3.3㎡당 분양가 4,224만원
민간분양 3구역과 1400만원이나 차이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인센티브 역설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해 획기적인 주택공급방안으로 꺼내든 ‘공공재개발’ 카드가 오히려 분양가 가격을 상승시키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재개발 구역들의 사업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이라는 인센티브를 주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급 확대를 통한 서민 주거 안정이 공공재개발사업의 도입 취지”라며 “실적을 위해 유인책으로 내세운 분양가 상한제 면제조건으로 인해 일반분양가가 치솟으면서 또다시 집값 불안을 조장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흑석2구역 추정분양가 3.3㎡당 4천224만원… 공공재개발 고분양가 논란

최근 공공재개발사업 주민 설명회를 통해 각 지역별 예상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4월 흑석2구역 주민설명회에서 추정 일반분양가로 3.3㎡당 최고 4천224만원을 제시했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59㎡가 약 10억원, 84㎡가 약 14억원대로 책정됐다. 지난해 일반분양한 민간재개발사업인 흑석3구역의 일반분양가가 3.3㎡당 2천813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배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지난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길1구역 공공재개발사업 주민설명회’를 통해 예상 분양가를 공개했다. LH가 추정한 신길1구역의 일반분양가는 3.3㎡당 3천343만원 수준이다. 전용면적별로 59㎡의 예상분양가는 8억4천만원, 84㎡는 10억8천500만원이다. 지난 2019년 일반분양한 신길3구역(신길 더샵 파크프레스티지)의 일반분양가인 3.3㎡당 평균 2천149만원보다 약 1천200만원 오른 금액이다.

동대문구 전농9구역 일반분양가는 3.3㎡당 3천87만원으로 추정됐다. 전용 84㎡ 기준 약 10억5천만원으로 지난해 인근 용두동에서 민간 분양한 ‘래미안 엘리니티’(용두6구역)와 비교해 1억원이 높다.

또한 양천구 신월7-2구역은 3.3㎡당 2천590만원의 분양가가 책정돼 전용 59㎡가 6억원대 공급될 전망이다. 지난해 분양한 인근의 신월4구역의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2천60만원이다.

이처럼 공공재개발 현장들의 추정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이유는 인센티브 혜택인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LH와 SH가 주변 인근 시세 대비 약 80%의 분양가로 예상분양가를 책정한 것이다.

SH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은 분양가 상한제에서 제외된다는 인센티브가 있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민간 분양보다 분양가가 다소 높다”며 “분양가 책정 시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참고하는데, 그 때는 인근 단지 시세가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고분양가 책정…‘서민주거안정’ 본래 취지 무색해져

공공재개발 현장들의 추정분양가가 공개되자 업계에서는 제도의 본래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재개발 등을 포함한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민간 규제완화 대신 공공 중심의 주택공급 기조를 밝혔고, 공공개발로 공급되는 주택에 대해 저렴한 분양가를 강조했다. 

하지만 실상은 인근의 민간 분양단지보다 훨씬 높은 일반분양가가 책정되면서 공공재개발로 공급하는 주택이 정부 의도와 달리 서민 실수요층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정부가 공공재개발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당초 책정한 분양가를 더욱 올린 경우도 있어 사업실적을 위해 제도의 도입취지에 반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까지 사고 있다.

올해 초 SH는 흑석2구역의 일반분양가를 3.3㎡당 약 3천20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당시 주민들은 공공재개발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상한제를 적용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불만을 쏟아내며 공공재개발 사업 철회 의사까지 보였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SH에서 분양가를 다시 책정했고, 그 결과 1천만원 가량 분양가가 상승했다.

흑석2구역의 한 주민은 “최초 SH가 낮은 분양가를 제시하자 추진위를 비롯해 주민들이 사업 참여를 안 하겠다고 크게 반발했었다”며 “이에 SH공사가 4월 주민설명회에서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공재개발이 집값 안정을 위해 공공이 참여하는 사업임에도, 아파트 가격이 더 높아져 주택시장 불안을 더욱 조장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해 서민주거안정을 달성하겠다는 본래 목적을 완전히 무시한 채 사업참여율만 높이려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공공재개발 고분양가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공이 직접 참여하는 사업인데다가, 정책목적상 민간분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분양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실제 분양시점에서 당초 주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일반분양가가 책정될 경우 주민들의 반대가 더욱 커져 사업 중도포기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일반분양가가 낮아진다는 것은 정비사업 특성상 그만큼 주민들의 추가분담금이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가 주민들을 상대로 허위 광고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눈앞의 사업참여율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분양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닌, 주민들이 민간과 공공이라는 두 가지 사업방식을 두고 면밀히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분양가를 제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특성상 주민들의 사업성을 올려주기 위해서는 일반분양가가 높아야 하고, 일반분양가가 낮아지면 주민들의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민간과 공공 두 가지 방식을 두고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현실성 있는 일반분양가를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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