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추진위 선정 정비업체 조합승계’… 국토부, 손바닥 뒤집듯 번복
‘재개발추진위 선정 정비업체 조합승계’… 국토부, 손바닥 뒤집듯 번복
민감한 사안에도 불구 오판... 주무관청 부실 행태 논란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1.09.13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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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검토없이 국민신문고 민원에 긍정답변 물의
법제처 유권해석과 상충… 국가행정 신뢰성 타격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국토교통부가 민감한 내용에 대한 유권해석을 충분한 검토 없이 답변으로 게재했다가 1주일 만에 번복해 물의를 빚는 상황이 발생했다.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조합에 승계되는지’ 여부에 대한 민원인의 질의에 국토부가 지난달 25일 “승계 된다”고 답변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사례다. 하지만 이 같은 답변 내용은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내려진 판단으로, 답변이 나온 지 약 일주일만인 이달 2일 본지의 확인취재 과정에서 “승계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번복됐다. 

▲정비업체의 조합 승계 논란… 충분한 검토 없이 “승계 된다”답변해 물의

발단은 정부의 민원종합상담 홈페이지인‘국민신문고’에 올라온 민원에 대한 국토부의 답변 과정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경기도 과천의 재건축단지 조합원인 A씨는 민원종합상담 홈페이지인 국민신문고에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가 조합으로 승계되는지 여부”에 대해 국토부의 답변을 요구했다. 해당 단지는 마침 추진위가 선정한 정비업체의 조합 승계 가능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곳이었다. 

이에 국토부 주택정비과(과장 김기용)에서는 지난달 25일 회신내용으로 “조합에 승계된다”고 해석해 민원에 답했다. 답변의 골자는 △법률에 추진위원회가 정비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고, △추진위 운영규정에는 추진위가 행한 업무의 권리·의무가 조합이 포괄승계한다는 근거가 있다는 단순한 이유를 들었다. 

국토부는 답변에서 “도시정비법 제32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추진위원회는 제102조에 따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은 추진위원회의 공정한 운영을 위해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포함한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을 정하여 고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제5조 제2항에 따르면, 추진위원회는 자신이 행한 업무를 법 제44조에 따른 총회에 보고해야 하며,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가 조합에 승계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2년 전 법제처는‘승계 불가’결론

시간 차이가 있지만 유사한 질의에 대해 법제처의 해석은 달랐다. 추진위가 선정한 정비업체의 조합 승계를 묻는 질의에 대해 법제처는 2년 전‘승계 불가’결론을 내렸다. 

2019년 9월 법제처는 ‘추진위가 정비업체를 선정할 때 그 정비업체의 업무범위에 시공자 선정 등 조합의 업무범위도 포함해 업무를 위탁하거나 자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위탁하거나 자문 받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즉,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업체의 업무는 추진위 단계에 한해 업무를 진행해야 하고, 조합이 설립되면 새로운 정비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제처는 이 같은 결론의 근거로, △도정법에서는 시공자 선정, 사업시행계획인가 등의 업무를‘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수행하도록 하고 있고, 추진위는 조합설립을 위한‘임시단체’라는 점 △추진위 운영규정에서는 별도로 추진위의 업무를 명시하고 있고, 추진위 업무범위를 초과하는 업무나 계약은 조합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정비업체 선정 시에도 추진위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된 주민총회 의결을 통해 선정하지만, 조합의 경우 조합원으로 구성된 총회 의결을 거치는 등 각기 다른 절차를 거친다는 점 등을 들어 추진위가 선정한 정비업체와 조합이 선정한 정비업체는 각기 달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즉, 추진위 당시 선정한 정비업체는 조합에 승계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법제처는 해당 유권해석에서 “추진위원회의 성격과 업무범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절차 등에 비춰 볼 때, 추진위원회는 도시정비법 제32조 제1항에 따른 추진위원회의 업무범위 외에 조합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업무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위탁하거나 자문을 구할 수 없으며, 조합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조합이 총회의 의결을 거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2년 전 법제처 유권해석과 상충… 국토부 “오판한 것, 답변 정정하겠다”

문제는 국토부가 2년 전 법제처 유권해석을 뒤집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충분한 설명이 없이 ‘승계 가능’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법제처가 답변을 내놓은 이후 지난 2년 간 현장 상황의 변경 이유를 언급하거나, 법제처 해석을 뒤집는 법리적 근거를 내놓아야 함에도 불구, 특별한 근거 없이 승계 허용 해석을 내린 것이다. 

확인 취재 과정에서 사안의 민감한 내용을 확인한 국토부 관계자는 곧바로 해석 잘못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내용을 파악하고 승계 불가 내용을 해당 민원 답변을 정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제처 해석을 뒤집은 국토부의 ‘승계 허용’ 해석에 일주일 간 환호했던 업계는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민원을 제기한 해당 재건축단지 관계자는 “2년 전 법제처가 승계 불가 유권해석을 내린 이후 정비업계가 이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이번 국토부 답변이 이런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이 크다”며 “정비사업 주무관청 관계자 및 상급자가 이런 민감한 사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민원 답변을 내놓았다는 것은 국가 행정에 대한 신뢰성 부문에서 큰 타격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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