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임대 투기판 전락… 시세 50~60% 매입후 20% 높게 재매각
재개발임대 투기판 전락… 시세 50~60% 매입후 20% 높게 재매각
재개발 임대주택 매각 시스템 개선 한목소리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10.01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대사업자 지위 포괄승계
재개발임대 매입길 열렸지만
또다른 투기수단으로 악용

최악의 경우 사업자부도 땐
기간 남아도 분양 전환해야 

임대주택 유지관리 가능한
임대사업자가 매입토록
자격요건 강화해야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재개발 임대주택 매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재개발조합들이 임대주택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입한 민간임대업자들이 또다시 다른 임대업자에게 분할 매각해 임대주택이 투기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본래 취지까지 훼손하고 있다. 재개발 임대주택 매각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재개발 임대주택 민간 임대업자에게 매각하는 사례 크게 늘어

최근 재개발 임대주택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9조 제5항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이나 시·도지사 등은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정비사업시행으로 건설된 임대주택을 인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서울시에 매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재개발조합들은 임대주택을 SH공사에 전량 매각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공공이 아닌 민간임대업자에 매각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조합이 낮은 매각가격을 이유로 공공에 임대주택 인수 요청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재개발임대주택을 민간임대업자에 매각한 사례는 총 24건으로 2천333가구 규모에 달한다. 이들은 LH공사 등에게 인수자 지정 철회 또는 인수요청을 하지 않고 민간건설임대주택 임대사업자 지위를 포괄승계하는 조건으로 민간에 매각하고 있다.

이유는 매입가격 때문이다. 공공이 임대주택을 인수할 경우 인수가격은 정부가 정한 표준건축비에 부속토지의 감정평가 가격을 합한 금액으로 하고 있다.

이는 관리처분계획서 상의 임대주택 건설원가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시세의 절반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하지만 민간에 매각할 경우 시세가 반영된 가격에 팔 수 있다.

안양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안양의 경우 2020년부터 재개발조합들은 모두 임대주택을 민간임대업자에 자체 매각하고 있다”며 “공공의 매입가격이 시세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워낙 낮은 금액이라 조합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임대주택 인수한 임대업자가 또다시 분할매각… 투기 수단으로 악용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민간임대주택사업이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인식해 아파트에 대한 민간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지위를 포괄승계하는 방식으로 재개발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길이 열려있어 또 다른 투기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실제로 재개발 임대주택을 매입한 임대업자가 단기 차익을 거두기 위해 임대기간 동안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분할매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최초의 인수자가 시세대비 약 50~60%에 임대주택을 매입한 후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약 70~80%의 가격에 재매각하면서 단기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 단지 내에서도 다수의 임대업자에 임대주택이 분할 매각되면 임대주택의 관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현재 상황을 이대로 둔다면 재개발 임대주택이 투기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본래 취지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임대주택 투기 수단 막으려면 건설형임대업자 자격요건 강화해야

재개발 임대주택의 민간 매각시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이유는 민간건설업자에 대한 별도의 자격요건이 없기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다수의 임대업자에게 분할 매각되면서 이들에 대한 통제 및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임대주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개발 원주민 및 서민주거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최악의 경우 재개발 임대주택을 인수한 임대업자가 부도가 나게 되면 임대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양 전환될 수 있다. 

실제로 부산 남천2구역 재개발조합의 경우 임대업자 선정 과정에서 선정된 업체의 자격 요건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월 조합이 선정한 임대업자의 사업자등록에 따르면 입찰공고를 내기 10일 전에 설립된 신생업체이며 자본금은 1천만원에 불과한 영세 업체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또한 해당 업체가 조합의 대의원이 투자한 회사라고 알려져 부정입찰 의혹까지 제기돼 경찰 수사까지 진행 중이다.

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민간건설임대주택과 민간매입임대주택으로 구분된다. 민간건설임대주택은 임대사업자가 임대를 목적으로 건설하거나 주택건설사업자가 건설한 주택을 사용검사 때까지 분양하지 않고 임대하는 주택이다. 

민간매임임대주택은 임대사업자가 매매 등으로 소유권을 취득해 임대하는 주택이다. 재개발임대주택의 경우 민간건설임대주택에 해당된다. 또한 시행령에서 임대사업자 등록기준을 정하고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 요건은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자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건축허가를 받은 자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매매계약을 체결한 자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분양계약을 체결한 자 등이다. 

문제는 시행령에서 임대사업자 요건을 매입형과 건설형으로 별도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재개발 임대주택은 민간건설임대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민간건설임대주택 임대사업자 지위를 포괄승계하는 조건으로 민간매입임대사업자에 매각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재개발 임대주택의 안정적인 관리와 유지를 위해서라도 민간건설임대사업자에 대한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민주거 안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을 운영할 수 있는 임대업자가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간건설임대사업자 처럼 매입임대사업자도 주택건설업자, 리츠, 부동산펀드, PFV, 근로자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법인 등에 한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른 리츠(공공지원 도는 장기일반임대)를 설립해 재개발임대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임대주택은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 거주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취하는 임대사업자가 아닌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을 유지하고 관리가 가능한 임대업자가 매입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 강화가 필수”라며 “최소한 건설임대사업자 지위를 갖추고 있거나 부동산 리츠 등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검증된 임대업자만 재개발 임대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