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조합 해산 1년 의무화 개정안 발의… 정비업계 ‘술렁’
재개발·재건축조합 해산 1년 의무화 개정안 발의… 정비업계 ‘술렁’
성급한 조합해산… 하자치유·세금환급·재산권 소송은 어쩌나
  • 최진 기자
  • 승인 2021.10.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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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후에도 조합해산 안돼 청산금 반환 못 받아
재산권 침해 해법으로 내 놓았지만 현실성 떨어져
정비업계 “탁상공모… 지역·조합 사업특성 고려를”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의 해산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정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법인은 준공 후에도 조합이 해산되지 않아, 조합원들이 청산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재산권이 침해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초부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관련 민원을 토대로 해산이 지연되는 조합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왔다. 정비업계는 조합이 의무기한에 쫓겨 성급하게 해산될 경우 조합원들의 재산권 보호라는 개정안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산 후 청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공과 관련한 하자치유, 세금환급업무, 재산권·소유권과 관련한 소송 등의 추가적인 업무를 주체적으로 추진할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조합해산 1년 의무화, 조합원 재산권 보호 취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해산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준공 이후 소유권 이전고시까지 완료된 재개발·재건축조합은 의무적으로 1년 내에 조합원 총회를 거쳐 해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그동안 정비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민원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함께 협의한 내용을 담았다. 

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의 주거권 및 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도심 내 주택공급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합리적인 조합 운영과 사업의 투명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행 도시정비법은 조합의 해산 및 청산과 관련한 법적인 근거가 미비해 해당 절차가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일선에서도 사업이 완료된 후 조합이 해산되지 않고 유지되는 점을 놓고 주민갈등과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조합 해산이 지연되면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청산금도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는데, 개정안 내용은 이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준공 후 1년이 지나고도 조합이 해산하지 않은 경우는 서울 103곳을 비롯해 경기도 35곳, 부산17곳 등 206곳이다. 이중 서울의 경우 10년이 넘도록 해산을 하지 않은 조합이 16곳에 달한다. 일부 조합에서는 의도적으로 해산을 지연하며 수억원에 달하는 잔여 예산을 임원 급여와 과도한 퇴직금·성과금 등으로 사용해 논란이 됐다.

▲기한에 따른 해산 강제… 현실성 떨어지는 탁상공론

서울 강동구 고덕시영 재건축조합은 지난 3월 해산 총회가 지연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론에 소개되며 서울시의 현장조사가 진행됐다. 조합 내부에서도 조합원들에 의한 주민발의 해산 총회가 접수되는 등 해산 조기화를 위한 내·외부 갈등이 발생했다. 입주한지 5년이 지난 시점에도 불구하고 조합이 해산되지 않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 측은 해산·청산과 관련한 조합의 잔여업무를 끝내는 것이 해산 시기를 앞당기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합이 밝힌 준공 이후 조합의 업무현황은 △120억원 공사비 인상을 요청한 시공자와 협의를 통해 100억원이 절감된 20억원으로 정산협의를 했고 △입주 후 지난해까지 순차적인 세금환급을 추진해 총 112억원 세금환급됐으며 △지난 2015년 제기된 조합원 지위확인 소송을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조합 관계자는 “정부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입주 후 5년이 넘도록 해산 총회가 열리지 않는 것을 두고 많은 의심의 눈초를 보내고 있다”라며 “하지만 조합 해산 총회를 앞당기는 것보다 조합 잔여업무를 잘 마무리해 청산종결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근 강동시영 롯데캐슬의 경우 준공 3개월 만에 해산 총회를 개최했지만, 청산과정이 지연되면서 실제청산종결시점은 10년 후인 지난 2018년 12월에 끝맺었다.

정비업계는 조합이 해산에 대한 의무기한에 쫓겨 성급하게 사업을 매듭지을 경우 개정안 취지와 달리, 오히려 조합원들의 재산권과 소유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산 후 청산 과정에서 법리적·행정적 다툼이 발생하거나 추가적인 업무수행이 요구되더라도 이를 책임지고 주체적으로 해결할 법인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성급한 조합해산은 조합원 재산권 침해될 수도”

이처럼 일선 현장에서는 조합이 해산되기 전 통상적으로 △시공자와의 공사비 정산 △과도하게 지출된 세금환급업무 △조합이 추진한 정비사업과 관련한 소송 일체를 매듭짓는 업무를 수행한다.

세부적으로는 시공과정에서 발생한 변수로 인해 시공자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경우 이를 판단하고 협의에 나서 정산하는 업무, 조합원 무상제공 물품에 대한 배당소득세 처리문제 및 중복 과세된 세금 등에 대한 환급요구 및 관계기관과의 소송, 조합원 지위확인소송 및 빛 공해, 일조권 등 대내외적 소송들이다. 

또 주민센터 및 공용주차장 등 사회기반시설 마련한 것에 대한 하자보수 및 민원처리도 조합이 처리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사회기반시설은 공사장 안전문제 등으로 인해 공동주택 공사기간 후반부부터 공사가 시작되는데, 이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준공시점 이후에도 장기간 하자보수나 관련 소송이 진행되기도 한다. 조합 해산이 1년 이상 늦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구역이 속한 지역과 지자체의 특성, 조합의 사업내용 등에 따라 준공과 이전고시가 마무리되더라도 수년간 업무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해산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을 덮어두고 기한을 정해, 무조건적인 해산을 강요한다면 향후 청산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재산권 침해는 물론, 향후 주민갈등과 사회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 조합들의 상황과 문제점들을 파악해 보다 면밀하게 개정안을 준비해야 한다”며 “해산 지연사유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반드시 이에 대한 예외조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신청에 따른 조합설립인가 취소로 인한 중도 해산에 관한 규정만 명문화돼 있다. 

도시정비법 시행령에서는 정비사업의 완료 후 조합의 해산에 관한 사항이 총회 의결사항이라는 규정(제42조 제1항)과 조합 해산에 관한 사항이 조합정관의 필요적 기재사항(제38조 14호)이라고 정할 뿐이다. 서울시 주거환경정비조례는 이전고시로부터 1년 이내에 조합 해산을 권고(제24조의2)하고만 있다.

따라서 조합 정관에서 별도로 규정하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조합의 해산과 청산은 민법을 따른다. 문제는 조합 해산 후 진행돼야 할 청산 절차에서의 문제다. 청산은 해산한 법인이 남아있는 업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정리해 소멸하기 위한 절차를 말한다.

남은 돈을 처리하는 문제와 더불어 잔여 업무까지 정리해야 한다. 청산은 제3자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합 정관과는 상관없이 반드시 매듭지어야 할 강행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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