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이 짓밟은 내집의 꿈… 현금청산자만 양산할 판
공공재개발이 짓밟은 내집의 꿈… 현금청산자만 양산할 판
신축빌라 ‘재개발 쇼크’… 실수요자 구제책 없나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10.14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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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위해 빌라 매수했어도 후보지 선정되면 청산
투기수요 아닌 1주택자 등 실거주자 대책마련 시급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공공 정비사업, 신속통합기획 등 공공이 내놓은 공급카드로 인해 신축 빌라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정지나 시기 등 아무것도 지정되지 않은 백지상태에서부터 과도한 투기 억제를 적용해 실수요자들까지 강제로 현금청산자로 전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현금청산을 통해 정당보상을 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공공 정비사업 등의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서라도 실수요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거주 위해 주택 매수했어도 향후 후보지로 선정되면 현금청산 ‘날벼락’

정부는 공급대책으로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공공 참여형’과 ‘3080+ 공공 직접시행’ 등 2개의 새로운 정비사업 유형을 선보이고 후보지 선정 및 후속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한 서울시는 최근 민간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을 발표하고 후보지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들 후보지 곳곳에서 신축빌라 난립으로 인한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세 사업유형 모두 아직 사업지역이 정해지기도 전인 후보지 공모일 등을 기준으로 권리산정기준일로 지정해, 신축빌라를 매수했다가 억울하게 현금청산자가 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발표한 공공 참여형 정비사업의 경우 2020년 9월 21일이 권리산정기준일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후보지 선정은 올해부터 이뤄졌다.

3080+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대책이 나온 2월 4일 이후 개발지역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지분쪼개기를 통해 지분 수를 늘린 경우 공공 주도 정비사업의 아파트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키로 했다. 다만 이후 근거 법 마련과정에서 현금청산 기준일이 6월 29일로 조정됐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려고 하는 곳들은 대부분 과거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곳들이다. 이에 노후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정책 발표 이전부터 빌라 혹은 주택을 신축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공 정비사업 최초 발표 당시 해제된 구역은 공모대상에서 제외했었다. 하지만 발표 이후 해제구역들의 신청 요구가 빗발치고, 기존 정비구역들의 관심이 저조하지 추가로 해제구역들을 포함시킨 것이다. 

문제는 이미 대책 발표일 혹은 후보지 선정전부터 구청에 정상적으로 건축허가를 받고 적법하게 공사를 진행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주택 매수자 역시 후보지가 될지 모르고 실거주를 위해 주택을 구입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투기 여부와 상관없이 아파트나 주택을 매입했는데 나중에 공공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 꼼짝없이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 금액으로 현금 청산을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개발이 호재로 작용해 투기 수요가 유입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투기 억제 조치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사업지역 지정이나 예정시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수자에게 현금청산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를 막으려면 개발 후보지로 지정된 후 취득하는 주택의 입주권을 규제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예정지나 시기 등 어떤 범위도 없는 상태인 공모일 및 대책발표일을 기준으로 분양권 대상을 결정짓기 때문에 투기와 무관한 주택 매수자들의 피해가 발생한다. 관련 규정을 손보지 않을 경우 사업추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1주택 보유자, 기준일 이전 거래 건 입주권 부여 등 실수요자 구제책 마련해야

업계에서는 실수요자의 피해 방지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 구제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수요자들을 포함해 다량의 현금청산자가 양산될 경우 사업추진 자체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공 정비사업 후보지 곳곳에서 신축빌라 소유주의 반대로 인해 동의서 징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구역해제 후 건축행위제한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신축빌라가 증가하고 있었는데, 돌연 권리산정기준일 고시와 공공재개발 후보지 발표가 이뤄지면서 하루아침에 청산자로 분류된 빌라 소유자들이 사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길1구역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해 신축 빌라들이 활발히 건립됐는데 수분양자들이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갑작스레 현금청산자로 전락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상황에 놓여 공공 재개발사업에 반대를 하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초기부터 지적해왔던 건축행위제한이 10개월이 지난 올해 6월에 이뤄져 늑장대처로 인해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들에 대한 구제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다수의 현장에서 사업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투기 수요와 무관한 실수요자들에게 우선 분양권을 부여하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에 이뤄진 허가받은 건축행위나 주택 거래 건은 현금청산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규정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특정 지역 또는 특정 구역에 어떻게 사업을 할 예정인지 예정지나 시기 등 아무것도 지정되지 않은 백지상태부터 주택을 매수하면 현금청산 대상자로 분류한다는 것은 부동산 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투기억제 조치에 과도하게 집착해 실수요자들의 피해까지 외면한다면 공공 참여형ㆍ직접시행 및 신속통합기획 등의 사업으로는 실효성 있는 공급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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