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불소’ 토양오염 복병에 사업 발목
재개발·재건축 ‘불소’ 토양오염 복병에 사업 발목
정비사업의 또다른 악재 ‘불소’… 사업비 증가, 사업지연도 불가피
  • 김상규 전문기자
  • 승인 2021.11.18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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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이상 불소 검출되면 오염토 정화해야
돌발 악재 틈타 일부조합원 집행부 해임시도

 

건축물 철거 후 불소가 검출돼 사업지연이 우려되고 있는 방배5구역 재건축현장
건축물 철거 후 불소가 검출돼 사업지연이 우려되고 있는 방배5구역 재건축현장

[하우징헤럴드=김상규 전문기자] 오염토가 정비사업의 사업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준치를 초과해 오염물질이 발견되면 공사는 즉시 중단된다. 공사를 위해서 오염토는 정화해야 한다. 처리기간은 정화면적에 따라 수개월에서 십여개월까지 소요된다. 비용도 상당하다.

최근 강남의 한 현장에서 공사 중 불소가 검출되어 공사를 중단하고 오염토를 정화하고 있다. 서초의 한 현장은 불소가 기준치 이상 검출되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새로운 재앙으로 떠오르고 있는 토양오염 기준에 대해 다시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도시정비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재개발·재건축사업 환경영향평가 받아야

많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사업추진을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파괴와 환경오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사업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사업의 경제성·기술성뿐만 아니라 환경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경적으로 건전한 사업계획안을 모색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사업자가 개발사업을 시행할 경우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예측·분석해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사업계획에 반영토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기존에‘사전환경성 검토’및‘환경영향평가’제도로 운영되었지만, 처리 절차가 복잡하고 적용에 일부 혼선도 있어 2012년 7월 개정된 법에 따라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평가항목은 대기환경, 수환경, 토지환경, 자연생태환경, 생활환경 분야 등이다. 

이중에서 토지환경의 평가가 최근 정비사업의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난 이후에야 실질적인 조사가 가능해 토양오염 여부를 사전에 알기가 거의 불가능한 까닭이다.  

서울시의 경우 도시의 개발 분야 등 총 11개 분야 26개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도시의 개발 분야에는 △도시개발사업(7만5천~25만㎡) △재개발사업(9만~30만㎡) △도시계획시설사업 유통업무설비시설(10만~20만㎡), 주차장시설(10만~20만㎡), 시장(7만5천~15만㎡) △대지조성사업(9만~30만㎡) △택지개발사업(9만~30만㎡) △유통단지개발사업(10만~20만㎡) △여객자동차터미널 설치(10만~20만㎡) △화물터미널설치사업(10만~20만㎡) △건축물 건축(연면적 10만㎡)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방배5구역·청담삼익 등 토양오염… 불소 기준치 이상 검출

방배5구역 재건축사업장에서 불소가 검출돼 조합이 몸살을 앓고 있다. 원소기호 F, 원자번호 9번인 불소는 과다 노출 시 피부나 폐에 손상을 주는 독성물질이다. 특히 어린이는 불소 노출이 더 치명적일 수 있어 주거지역에서는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주거지역 허용 기준치는 400mg/kg이다. 

조합은 올 5월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받았다. 이후 착공을 위한 구조심의, 굴토심의, 감리자 선정을 완료하고 지난 10월 본 공사를 위한 착공계를 제출하려 했다. 하지만 토양의 오염물질을 조사한 결과 불소화합물이 표본조사지역 10곳에서 모두 발견되었다. 검사결과는 10월 22일 서초구청에 접수됐다. 

방배5구역은 부지면적이 9만㎡를 초과하는 사업장으로 환경영향평가 대상 구역이다. 따라서 관련법에 따라 2013년 환경영향평가를 받았고, 환경영향평가 당시 지구 내 지장물 철거 후 토양오염 우려시설 7개소(세탁소 3곳, 정비소 2곳, 세차장 1곳, 주차장 2곳 등) 포함 총10개소에 대해 토양오염 조사를 시행하라는 조건을 부여받은 바 있다. 

이에 조합은 건축물 철거가 거의 완료되는 시점인 지난 5월 말경 전문기관에서 예비적으로 1차 토양시료를 재취해 오염도를 분석했다. 6월말 경 카드뮴, 비소, 수은, 납, 아연, 불소 등 20여개의 오염물질 중 불소 성분이 10개 지점 모두에서 기준치 농도를 초과한 결과가 나왔다.

이후 조합은 오염토 처리와 관련한 관련 법률, 사례, 절차 등에 대해서 해당 협력업체와 조사 및 협의를 계속해왔다. 한편으로는 조사 깊이, 조사기관 추가 등 조사방법을 달리해 2차(7/7), 3차(8/31) 시료를 채취해 재검사했다. 그 결과 불소는(567~972mg/kg, 평균 744mg/kg) 10곳 모두, 비소는 3곳, 아연은 한 곳이 이전 검사와 같이 기준치 이상으로 발견되었다. 

최근 불소 문제가 발생한 청담 삼익아파트의 경우 지난 7월 토양오염이 발견되었다. 현재 조합에서는 오염토를 반출해 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1개월 가량은 정화작업을 더 해야 오염된 토양을 정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화비용도 100억원 가량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미추홀구의 우진아파트 재건축현장에서도 굴토공사 중 오염토가 발견되어 7월부터 10월 말까지 공사를 멈추고 정화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소요된 비용은 대략 30억 원가량 소요됐다.

▲방배5구역 ‘정화기간 10개월+α·소요비용 975억+α’ 시공자 주장에 시끌

방배5구역의 경우 일부 언론에서는 정화기간이 최소 10개월이상 걸리고 소요비용은 1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은 협력업체 회의에서 시공자가 일방적으로 주장한 내용에 불과한 것으로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전문업체로부터 기간단축과 정화비용 감소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정화기간의 단축과 비용감소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정밀 조사가 완료돼야 오염토의 양이 예측되며, 정화기간과 비용이 산출된다는 것이다. 

조합은 최근 대의원회의를 소집해 토양오염 개황조사업체를 선정하려 했으나 부결됐다. 

방배5구역 김만길 조합장은 “우리가 수십여 년 간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던 땅에서 불소가 발견되어 이를 정화한 후에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다니 너무 화가 난다. 전 국토가 땅을 파면 불소 기준치를 만족하는 땅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며 “지금의 정책은 토양오염에 대한 정화와 비용문제를 정부가 나서지 않고 민간에 떠넘기는 격”이라고 말했다. 

방배5구역에서는 불소 검출이라는 돌발 재앙을 틈타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장과 상근이사의 해임을 시도하고 있어 그 배경을 의심하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조합이 힘들 때 조합원들이 뭉쳐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사업의 복병을 만난 위중한 시기에 몇 개월 앞둔 조합장을 해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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