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총회결의 없는 용역계약 체결의 판단기준
사전 총회결의 없는 용역계약 체결의 판단기준
  • 진상욱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인본
  • 승인 2021.11.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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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甲재개발조합은 2020년 정기총회에서 A·B 용역계약금액을 각 2억원으로 하는 예산을 편성해 의결을 받았으나, 실제 2020년도에 위 A·B용역에 관하여 용역업체 선정 및 계약체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후 甲재개발조합은 2021년에 당해년도 예산이 편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위 A·B용역에 관하여 입찰절차를 실시해 대의원회 의결로 각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A용역은 용역대금 1억8천만원으로, B용역은 용역대금 2억9천만원으로 하는 각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위와 같은  A·B용역계약 체결은 유효할까?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4호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을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규정하면서, 같은 법 제137조 제6호는 ‘제45조에 따른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같은 조 제1항 각 호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임원’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라고 할 것이므로 강행법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위 강행법규에 위반하는 용역계약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 

한편 ‘예산’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단체에서 한 회계연도의 수입과 지출을 미리 셈하여 정한 계획’을 의미하고, 조합의 회계 등은 도시정비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조합의 정관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서 규정하는 ‘예산’이란 ‘조합의 정관에서 정한 1회계연도의 수입·지출 계획’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예산의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는 이상, 조합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사비 등 정비사업에 드는 비용인 정비사업비의 지출예정액에 관하여 사업비 예산이라는 명목으로 총회의 의결을 거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서 규정하는 ‘예산’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4도8096 판결 등 참조).

다만 주택정비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에서 사전에 의결하기 어렵더라도 도시정비법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기존 총회 의결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부담 정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된 상태에서 장차 그러한 계약이 체결될 것을 의결한 경우에는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같은 취지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1202 판결 참조).

위 사례에서 甲재개발조합은 위 A·B용역에 관하여 2020년 예산에 편성한 바가 있으나, 2021년도 예산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의원회 의결만으로 해당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각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던 바, 위 A·B용역계약은‘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위 사례에서 A용역계약의 경우 위 계약이 체결되기 전인 2020년 정기총회에서 예산결의를 통해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해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가 개략적으로나마 밝혀졌다.

이에 따라 위 총회 의결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부담 정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된 상태에서 장차 그러한 계약이 체결될 것을 의결함으로써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그 이후 실제 계약 체결 이전에 추가적인 총회 의결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 용역계약의 체결은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B용역계약의 경우 비록 위 계약이 체결되기 전인 2020년 정기총회에서 예산결의를 통해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은 밝혀졌으나, 실제 용역계약은 당초 예산인 2억원의 범위를 훨씬 초과한 2억9천만원으로 체결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정기총회 당시 조합원들이 위 용역계약으로 인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라도 알 수는 없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B용역계약체결에 대해서는 사전 총회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실제 계약 체결 이전에 추가적인 총회 의결이 없는 이상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다. 

진상욱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인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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