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 코로나 장기화로 자영업자가 무너지고, 집값이 급등하면서 사람들의 불안과 상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누적 순이익은 3분기까지 13조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실적은 5대 금융지주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자는 돈이 필요한 사람(기업)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는 사용료다. 사람들은 여유자금을 은행에 맡긴다. 이때 예금이자는 1%도 안된다. 1%를 넘는 예금이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준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은행에서는 예금을 맡긴 사람들에게 매우 박한 이자를 준다.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서 1억을 은행에 맡겨두어도 1년 이자가 100만원도 채 안 된다. 이것도 소득이라고 15%를 넘는 이자소득세까지 차감하고 나면, 은행에 1억을 맡기고도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돈이 필요해 은행에서 1억을 빌리려고 하면 3~4%대 높은 대출금리를 요구한다. 예금이자는 쥐꼬리만큼 주면서 도대체 왜 대출금리는 많이 받는 것일까.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서민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진다. 특히 변동금리로 대출자금을 쓰고 있다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
2019년 주택금융실태조사를 보면, 대출자금을 쓰고 있는 청년세대의 38.3%가 변동금리다. 고정금리 33.4%보다 많다. 정책금리를 쓰고 있는 청년세대는 1.4%에 불과하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를 쓰고 있는 청년세대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생활이 더 곤궁해질 수밖에 없다. 취약계층일수록 대출금리 인상에 민감하다.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안 되는 이유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무섭다. 연내 6%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이러한 금리상승 기조를 선반영해 시장 지표금리도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출규제도 한 몫하고 있다.
코로나로 서민경제가 어렵고, 집값과 전월세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대출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가계 대출수요 지표를 보면, 올 2분기 18이던 대출수요는 3분기 26으로 8p 늘었다. 그런데 정부가 대출규제 강화를 예고했기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수요를 줄이기 위해 앞다퉈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하고,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를 빼서 결정한다. 은행연합회가 제공하는 은행별 금리상황을 살펴보면, 주요 시중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10월 평균금리가 2.87~3.37%다. 1년 전 2.51~2.70%와 비교하면 0.17~0.76%p 올랐다. 기준금리는 0.07%p 올라 거의 변동이 없다. 가산금리는 0.3%p 인상됐다. 기준금리의 약 4.5배 인상된 것이다. 반면에 우대금리는 –0.19%p 인하됐다.
이러한 금리운용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가산금리는 올리고,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는 내리면서 은행의 이자마진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를 관리해 집값 잡아보겠다고 추진하는 대출규제 정책이 결국 서민들 돈을 은행수익으로 넘겨주고 있는 모양새다.
무리한 대출규제로는 지속가능하고 견조한 주택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 당장 자금융통이 필요한 서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고 이자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은행의 과도한 가산금리 인상을 점검하고, 대출규제를 정상화시켜 서민의 경제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소비자입장의 주택금융정책 재설계를 제안한다.
김덕례 /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