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대장주’ 시범아파트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신청
용산정비창 청사진 곧 발표 국제업무지구로 개발 추진
목동은 안전진단 ‘정중동’ 9개단지 안전진단 결과 주목
예비안전진단 통과한 상계동 13개단지, 재건축 행렬 동참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서울의 대표적 개발예정지 4곳이 지역 내 개발 흐름에 발맞춰 각자의 스케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확고한 규제완화 및 주택공급 의지 표명에 현장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의지를 지속적으로 천명하자 서울시 정책에 반응하는 현장들이 속속 나오는 중이다. 서울시가 내놓은 인허가 기간 단축 방안인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인허가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용적률, 층고 등 규제를 완화해 주택공급과 공공시설 확대라는 가시적 성과를 내놓자는 제안이 시장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신속통합기획 신청… 재건축 개시 임박

여의도 대장주 아파트로 평가받는 시범아파트가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하며 여의도 재건축의 포문을 열고 있다.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따른 개발과는 별개로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속도감 있는 재건축을 기대하는 주민들의 참여가 이어진 때문이다. 

지난 4일 여의도동 시범아파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주택 사업인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신청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최근 주민 설문조사 결과, ‘찬성’의사 과반을 넘겨 영등포구청에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신청을 했다. 1971년 준공해 올해로 51년차에 접어든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2017년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2018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문턱에 막힌 후 현재까지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시범아파트가 신속통합기획을 선택한 이유는 시가 빠른 사업추진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전임 시장이 오랜 시간 재건축을 지연시키면서 주민들에게 팽배한 사업 속도감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주겠다는 약속이 주효했던 셈이다. 

시는 통상 5년 넘게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2년으로 단축해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정비구역 지정뿐만 아니라 이후 사업시행 인가 단계에서도 건축·교통·환경통합 심의로 그 소요 기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이어 여의도에 속해 있는 한양아파트와 삼부아파트도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신청 준비에 들어갔다. 여의도 한양은 서울시에 층수 60층, 높이 240m를 요구하며 기존 50층, 180m보다 높게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부아파트 또한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했다. 목화아파트와 통합재건축을 유도 중인 서울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소규모 단지들이 뭉쳐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화랑아파트(160가구), 장미아파트(196가구), 대교아파트(576가구)는 통합재건축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로의 도약을 추진 중이다.

한편 여의도는 아파트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안 발표를 앞두고 있어 개발 흐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구단위계획의 큰 그림은 통합재건축을 통해 대형 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강변 수변공원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형단지들을 중대형 단지로 만들고 이를 통해 기부채납 받은 토지에 한강공원을 만들어 시민과 공유하겠다는 계산이다. 

서울시가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센티브는 △상가 등 비주거시설 비율 완화 △준주거지역 종 상향 △15층 룰 단지별 선택적 해제 △50층 이상으로 층수 완화 등이다.

▲서울시, 용산정비창 가이드라인 올해 말 발표

서울 도심의 또 다른 변화 물꼬는 용산이다. 용산정비창을 주택단지로 지으려는 정부 계획에 맞서 서울시는 국제업무지구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그 실현 여부에 인근 지역 정비사업 현장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로의 개발이 추진된다면 인근 지역 정비사업에 호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주택공급 부족 해법의 일환으로 공공부지 중 하나인 용산정비창 부지에 주택 1만 가구를 짓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는 이에 반대하며 올해 말 주택단지 대신 국제업무지구 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용산정비창을 국제도시 서울의 상징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시장이 10년 전 주장했던 국제업무지구 육성론의 연장선이다. 서울의 미래를 감안할 때 용산은 서울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마지막 공간으로 임대주택이 주를 이루는 공간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제업무지구가 추진되면 인근 지역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로 주택공급 또한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가 담겼다. 시는 용산정비창에 리지던스, 호텔, 컨벤션을 포함해 미래형 교통수단인 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차까지 미래도시에 걸맞는 도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수립 중으로 올해 말 발표할 계획이다. 

▲목동, 안전진단 정중동

14개 단지 전체가 재건축 시작을 선언한 목동은 정중동 형태의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양천구청이 주관한 예비안전진단과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이 속속 나오면서 재건축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다만, 공공기관이 검증하는 2차 정밀안전진단은 6단지만 통과해 성적은 신통치 않은 상태다. 목동아파트 14개 단지는 2018년 예비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했고, 1차 정밀안전진단도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잇따라 통과했다. 

이후 8단지와 12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단지가 모두 2차 안전진단에 돌입했지만, 이 중 6단지만 통과했고 9단지와 11단지는 탈락했다. 나머지 9개 단지는 짧으면 8개월, 길면 1년 넘게 결과조차 나오지 않아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판세다.

아울러 안전진단과 별개로 거쳐야 하는 목동아파트 지구단위계획도 현재 결론이 나오지 않은 중요 과제다. 양천구청은 2018년 5월 주민열람공고 및 관계 부서 협의를 거쳐 목동아파트 단지 일대의 용적률과 관공서·학교부지 등 공공시설 배치계획을 바꾸는 내용을 담은 목동지구단위계획(안)을 수립했지만, 이후 수차례 심의를 거치면서 벌써 3년 넘게 계획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상계동, 예비안전진단 모두 통과

양천구 목동과 비슷한 시기에 택지개발로 조성된 노원구 상계동에도 재건축 바람이 불었다. 16개 단지 중 13개 단지가 재건축 행렬에 참가하고 있는데 사실상 모든 단지가 재건축 중이다. 15단지는 민간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는 공무원 임대아파트이고, 8단지는 이미 포레나 노원으로 재건축 사업을 마쳤으며, 5단지는 정비구역으로 이미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계주공12단지가 지난달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상계주공 1~16단지 중 재건축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13개 단지 모두가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예비안전진단→1차 정밀안전진단→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순으로 이뤄진다. 

상계주공아파트들의 구체적 사업 경과는 첫 단계인 예비안전진단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 10곳이 통과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상계주공 7단지와 4단지, 10단지가 각각 7월과 8월, 9월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다만, 공공기관에서 담당하는 정밀안전진단에서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인근 태릉우성아파트의 경우 작년 10월 1차 안전진단을 48.98점(D등급)으로 통과했지만, 올 7월 진행된 2차에서 60.07점을 받아 C등급을 받고 재건축이 좌절됐다. 이 때문에 정밀안전진단 정책 변화를 기대하며 내년 3월 대선 이후로 늦추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예비안전진단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데, 또 다시 비용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