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산출 조기화·무분별한 조합해산… 막가는 새 도정법
분담금 산출 조기화·무분별한 조합해산… 막가는 새 도정법
12월 11일부터 시행되는 도정법 개정안... 뭐가 문제인가?
  • 최진 기자
  • 승인 2022.07.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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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실제분담금 격차 따른 주민갈등 고려안해 
이전고시 1년 안에 해산총회… 재산권 침해 논란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최근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정비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정안이 발의될 때부터 업계의 다양한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지난달 10일 공표돼 오는 12월 11일부터 전격 시행되는 법 내용에는 업계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 개정으로 그동안 문제없이 진행되던 정비사업 절차들이 오히려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전문성이 결여된 법 개정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역학적인 관계를 무시한 채 쏟아낸 법안이 정비사업의 분쟁을 부추기고 영세한 조합원들의 자금을 금융비용으로 탕진하게 만드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지등소유자별 분담금 조기화… 주민갈등·사업악재 우려

개정된 도시정비법에 따라 앞으로 정비계획을 접수할 때 토지등소유자별 분담금 추산액과 산출근거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법 취지는 정비사업을 시작하기 전 토지등소유자에게 사업에 따른 분담금과 근거를 알려 더욱 객관적으로 사업 참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개별분담금 추산액은 도시정비법 시행령 32조에 따라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할 때 해당 내용을 제공해 왔다. 정비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산술적 정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도시계획 전문업체가 수행해 왔다. 

문제는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내용이 막연한 사업초기부터 섣부르게 분담금을 산출할 경우 실제 분담금과의 큰 격차로 인해 주민갈등의 불씨가 된다는 점이다. 정비사업의 역학적 관계로 보면 분담금 산출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수익과 지출이다. 세부적으로는 일반분양에 따른 수익이고 공사비에 따른 지출이 주요 변수다.

정비사업에서 수입·지출은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구체화되는데, 적어도 사업시행계획 수립단계에서 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할 때의 추정분담금 역시 실제 분담금과 큰 격차가 발생해 이미 정비업계 곳곳에서 갈등의 불씨가 돼 왔다.

개정법은 이것을 정비구역 지정보다도 더 이른 정비계획 수립단계로 앞당긴 것이다. 정비계획이 신속하게 수립되고 정비구역 지정을 1년 내로 마쳐, 추진위 승인·조합설립을 거치더라도 사업시행계획인가·시공자 선정을 넘어 관리처분인가까지는 적어도 7~8년이 소요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7~8년 후의 인근 아파트 분양가격과 공사비를 추산해 추정분담금을 산정한다면 현실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치다.

법의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비업계에서는 개정법으로 인해 정비사업 현장에 오히려 분쟁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출근거 부족과 동의율 확보, 향후 건자재·인건비 상승 등이 예고돼 있다는 점에서 실제보다 낮은 금액으로 분담금이 산출될 수밖에 없는데, 결국 섣부르게 산정한 부정확한 분담금 때문에 향후 토지등소유자의 반발과 갈등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섣부른 조합해산 의무화… 재산권 침해 개연성 높아

앞으로 조합은 이전고시가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해산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개정법 취지는 준공 후에도 조합이 해산되지 않아 조합원들이 청산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재산권이 침해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해산총회는 새 아파트 준공 후 사업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떨어져 총회 정족수 확보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법정 정족수 10분의 1 이상이 충족되는 전제로 대의원회로 위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반드시 총회를 개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조합이 의무기한에 떠밀려 성급하게 해산될 경우 조합원들의 재산권 보호라는 법 취지에 오히려 역행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동시영 롯데캐슬의 경우 준공 3개월 만에 해산총회를 개최했지만, 실질적인 정비사업 종료시점인 청산은 10년이 걸려 성급한 해산총회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재건축 사례로 남았다.

조합은 이전고시를 득한 후 고시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수개월간 수행해야 하고, 일반분양으로 얻은 수익으로 시공자에게 공사대금을 정산·지급해야 한다. 

또 과도하게 지출되거나 중복 지출된 세금을 환급받는 등 행정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이 금액만 많게는 수십억원을 오간다. 또 최근 확산되는 일조권 침해 소송이나 관리처분계획 무효소송, 하자보수 청구 등 사업 절차에 대한 법적 다툼도 매듭지어야 한다.

이러한 행정적·법적 문제는 대부분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되지지만, 개정 법안은 아무런 예외사유를 정하지 않고 단순히 “조합장은 이전고시가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조합 해산을 위한 총회를 소집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조창흠 법무법인 인본 변호사는 “조합이 해산될 경우 이전고시 후 행정적·법리적 문제를 책임지고 처리할 법적 단체가 사라지게 돼, 오히려 조합원들의 재산권이 침해될 개연성이 높다”라며 “청산인을 선임해 처리할 수도 있지만, 사업경과나 내부사정을 제대로 모르고 전문성조차 담보되지 않은 청산인이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해당 사안들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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