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건축 아파트·상가 토지분할 가능”
법원 “재건축 아파트·상가 토지분할 가능”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9.04.07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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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재건축 아파트·상가 토지분할 가능”
 
  
서울서부지법 이촌 렉스조합 판결의미
 
 

 

재건축사업에서 아파트와 상가 소유자 간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양 측의 토지 분할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려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사장된 조항으로 인식됐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1조의 ‘토지분할청구’에 대한 법률적 해석이 적극적으로 이뤄진 ‘흔치 않은’ 판결이라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이정미)는 이촌렉스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단지 내 상가 소유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공유물분할 청구소송’에서 조합 측의 손을 들어주며 아파트와 상가의 공유토지 분할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상가 소유자의 미동의 상황을 지적하며 “상가 소유자들의 반대로 상가 동별 2/3 동의를 얻을 수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재건축추진위는 조합설립 동의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택단지 안의 일부 토지에 대해 토지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정법〉 제41조제4항을 근거로 “분할되어 나가는 토지 위 건축물이 분할선상에 위치하는 아니한 점, 토지 분할을 하더라도 상가 건물에 출입하는 데 지장이 없어 보이는 점, 분할하더라도 상가 건물은 불특정다수가 통행하는 도로와 접해 운영에 이익이 되는 점 등을 볼 때 분할할 수 있다”고 판시해 조합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촌렉스아파트의 상가는 통칭 ‘노선가 상점’의 형태로 아파트 단지 내부에 위치하지 않고 외부 도로에 길게 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상가 소유자들은 조합 측이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아 토지분할청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조합 측의 협의 노력이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합과 상가 소유자 간에 몇 차례에 걸쳐 협의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며 한편으론 상가 소유자들이 이번 소송에 응한 사실 자체가 토지분할 협의를 거부하면서 조합에 협의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판결이 나온 이후 상가 소유자들은 항소를 하지 않아 1심으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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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가 대신 분할청구 할 수 있나
근저당권이 설정됐을땐 어떻게 되나
 

■ 풀어야 할 숙제
이번 판결이 조합 승소로 끝났지만 이번 판결을 참고해 섣불리 토지분할청구 소송에 뛰어드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토지분할 관련 내용이 소송 실무에서 다뤄지기 위해서는 좀 더 연구돼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이인호 변호사는 “지난 2003년 〈도정법〉 제정 당시 함께 고민됐어야 할 문제지만 민사법 내용이 연관되면 당시 건교부 소관을 넘어 법무부 등 유관 기관까지 포함시키는 부담 때문에 미진한 조항으로 남겨져 제정 당시부터 문제가 잠복돼 있던 부문”이라고 말했다.
 
▲원고 적격 문제=우선 개별 소유자들의 위임절차 없이 추진위원회가 각 개별 소유자들을 대신해 공유물 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지에 대한 문제다. 심지어 아파트 소유자 중 추진위구성에 미동의한 소유자가 있을 경우 문제는 한층 심각해진다.
 
소유자가 추진위 구성에 동의를 했다면 소유자의 토지분할청구권을 추진위원회로 위임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미동의한 소유자의 토지에 대해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방식으로 토지분할을 청구하는 것은 소위 남의 토지를 자기 마음대로 처분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처해져 있을 때에는 상급심에 올라가면 조합이 패소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민사소송법〉 상의 ‘필수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공유물 분할을 청구하기 위해 토지소유자 모두가 원고 또는 피고로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미동의한 아파트 소유자는 피고 측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게 기존 판례의 해석이다.
이번 렉스아파트의 경우는 상가 소유자들의 항소 포기로 소송이 1심에서 확정됐으며 아파트 소유자가 100% 동의하고 있어 이같은 문제에서는 비켜갔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근저당권등 담보권 잔류 문제=기존 공유토지 전체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경우 공유물 분할이 된다고 하더라도 계속 남아있게 되는 문제다.
 

근저당 설정 당시 아파트와 상가 공유토지 위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추후 공유물 분할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아파트 토지와 상가 토지에 기존 지분비율만큼 계속 남는다는 것이다.
 
즉, 재건축에 반대하는 상가 동을 토지분할을 통해 제외시킨다고 하더라도 아파트와 상가 공유토지 당시에 설정된 근저당 등의 담보물권은 모두 말소시키지 않는 한 분할된 토지 위에도 남는다는 의미다.
 
이인호 변호사는 “예전 한시법으로 시행되었던 〈공유토지 분할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분할 후 담보물권 등 소유권 이외의 권리는 해당 공유자가 분할 후 취득하는 토지 위에 따라붙도록 하는 조항이 있어 기존 권리 잔류 문제가 해결되었는데 〈도정법〉에는 그러한 조항들이 없어 이런 문제점들이 예상된다”면서 “향후 〈공유토지 분할에 관한 특례법〉 내용과 같은 내용이 〈도정법〉에도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분할청구의 법원 판단 아직 ‘분분’=토지분할청구의 법률적 성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아직 분분하다는 점이다. 〈도정법〉 제41조 규정의 토지분할 규정을 어떤 법률적 효력으로 봐야 하는 지에 대한 해석이 아직 명확치 않다. 이 부문을 〈지적법〉 상 ‘필지분할’로 보는 견해와 이번 판결처럼 〈민법〉 상 ‘공유물 분할’로 보는 견해로 나뉜다. 〈지적법〉 상 필지분할은 분할이 되었다 하더라도 소유권 관계에 변동이 없는 반면 공유물분할은 아파트 소유자 토지와 상가 소유자 토지로 소유권 관계에 변화가 수반된다. 따라서 재건축사업의 활성화 측면에서는 법원이 ‘공유물 분할’로 판단해 주는 게 유리하다.
 
필지분할은 소유권 관계는 그대로인데 단순히 필지가 2개로 나뉘는 형태다. 반면, 공유물분할은 이번 렉스 사례처럼 나뉘어진 토지 위에 아파트와 상가 소유자 각각의 개별토지로 모이게 돼 소유권 관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인호 변호사는 “이번 렉스 판결에서는 재판부가 토지분할청구의 법률적 성질에 대해 명백히 밝히지 않은 채 공유물 분할을 인정한 사례로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조영 변호사는 “향후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 봐야 원활한 토지분할청구가 가능하다”면서 “현재까지의 내용만으로 섣불리 토지분할청구에 나서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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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법 41조’ 카드, 꺼내지 않은 까닭은
 

■ 저조한 분할청구 사례
지난 2003년 〈도정법〉이 시행되면서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조항 중 하나가 강력한 토지분할청구권한이 명시된 41조 규정이다.
 

그동안 아파트와 상가 소유자 사이의 상반된 입장 차이를 좁힐 대안이 없었던 차에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도정법〉 시행 이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도 41조 규정에 따른 토지분할청구는 많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 이유로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으면 분할하겠다’는 조항 자체의 강력한 상징성으로 상가 조합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재건축사업에 참여케 하는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가 소유자들이 조합에 참여해 실제 소송으로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재건축사업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토지분할청구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법령에 명시된 토지분할청구권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41조 조항은 실제로도 상가 소유자들에게 상당한 압박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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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고 대표적 재건축사업장
 

■ 이촌렉스 아파트는
이촌동 렉스아파트는 아파트 구분소유자 10개동 460세대와 상가 1개동 21세대로 구성돼 있으며 2000년 초반부터 재건축사업을 진행시켜 온 서빙고 아파트지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사업장이다.
 

렉스아파트는 2003년 12월 용산구청으로부터 추진위승인을 받은 후 조합설립인가 요건인 전체 4/5와 동별 2/3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가 소유자들의 동의를 구했으나 상가 소유자들이 참여하지 않아 정상적인 조합설립이 불가능했다. 반면 아파트 소유자 460명으로부터는 100% 동의를 얻어냈다. 
 
결국 추진위는 조합설립을 위해 2006년 〈도정법〉 제41조에 명시된 토지분할청구를 용산구청에 신청하고 나서야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용산구청은 〈도정법〉 제41조에 명시된 ‘시장·군수는 토지분할이 청구된 경우에 (중략)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인가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렉스아파트에게 조합설립인가를 내줬다.
 
현재 렉스아파트 조합은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한강변계획에 따른 56층의 신축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진행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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