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참사, 적절한 주거 논의 본격화해야
반지하 참사, 적절한 주거 논의 본격화해야
  • 김덕례 /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 승인 2022.08.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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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공간은 평등하지 않다. 공평하지도 않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이 갈리고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거공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는 주워져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2015년에 제정한 주거기본법 제2조에서는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민은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며칠간 쏟아진 폭우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다. 신림동 반지하에서 잠을 자던 일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컨테이너로 지어진 임시숙소에서 머무르던 외국인 노동자도 산사태가 벌어지면서 무사하지 못했다. 안전하지 않은 거처였던 것이다.

이런 곳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사회취약계층일수록 저소득가구일수록 위험한 거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소득3만불을 넘어선 선진국가로서 우리가 좀 더 관심을 집중해야할 영역이다.

특히 반지하 문제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폭우로 침수될 때마다 상시 위험에 노출된다. 빛도 잘 들지 않아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하기도 어려운 공간이다. 그러나 주거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사회취약계층이 주로 찾는 거처다. 그러나 보니 재난과 사고피해는 사회취약계층에게 많이 발생한다.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약 33만가구가 지하나 반지하 주택에서 살고 있다. 이 중에서 20만여가구가 서울에 있으며,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사망한 관악구를 비롯해 중랑구, 광진구, 강북구 등에 많다.

비닐하우스나 판잣집, 컨테이너 등과 같이 비주택의 거처에서 살고 있는 가구도 전국적으로 약 40만가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에는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는 1천500가구를 포함해 약 9만가구 정도가 비주택에서 살고 있다.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보장할 수 없는 주택(비주택)을 적절한 주거공간으로 교체해야 한다.

주택보급률 지표는 단순한 양적 지표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으로 주택보급률 103%임을 강조하면서 일각에서는 주택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주택보급률 103%를 산출한 주택에는 이번 폭우로 피해를 입은 반지하 주택이 모두 포함된다. 서울에서만 20여만가구의 주택이 해당된다.

판잣집, 비닐하우스, 컨테이너와 같은 비주택은 포함하지도 않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외국인가구는 배제된다. 후진국, 중진국을 거치면서 사용했던 수 많은 지표를 이제는 선진국에 걸맞는 지표로 개선해야 한다. 

유엔 해비타트에서는 사람들에게 적절한(adequate)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전하고(safe), 안심할 수 있고(secure), 살만하며(habitable), 지불가능(affordable)한 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지붕만 있다고 집이 아니다’라고 한다. ‘집은 더 나은 삶과 미래에 대한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적 사회를 딛고 질적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생각해볼 대목이다.

2021년 기준으로 전국에 1천880만호의 주택이 있다. 이 중에는 지하, 옥탑방 등 적절하지 않은 거처가 상당하다. 주택 이외의 거처(비주택)도 약 110만호가 있다. 비주택에는 오피스텔(74만호)도 있지만, 판잣집과 비닐하우스도 5천600호가 있다. 살기에 적절하지 않는 공간들이다. 단순한 주택 숫자를 벗어나 적절한 거처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서울시가 시급히‘반지하 거주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는 더 나은 삶을 보장할 수 있는 한국형 적절한 주거에 대한 논의의 시작이기를 바란다. 

김덕례 /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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