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시공자 선정시기 단축과 관련해 서울시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시공자의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 횡포다.
시공자 선정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앞당기는 경우, 이때 조합에게는 대략적인 정비계획만 있을 뿐 확정된 설계도서가 없어 공사비 내역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공자들은 이 같은 절차적 틈새를 활용, 향후 사업시행인가 때 시공자의 입김이 들어간 새로운 설계안으로 뒤바꾸고, 이 과정에서 공사비를 대폭 증가시키는 속칭 ‘깜깜이 증액’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합과 시공자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사업이 지연돼 되레 정비사업 문제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지난 12년간 고수해 온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자 선정’을 의무화한 당초 입법취지가 한순간에 몰각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12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조합의 전문성이 향상됐고, 관련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며 선정시기 단축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10년 전에 비해 SNS 등 정보 교환 수단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조합과 조합원들의 전문성도 급격히 상승했다”며 “여기에 정비사업계약업무처리기준 강화 등 각종 시공자 견제장치도 많아져 예전의 시선으로 규제를 고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서울시가 요구하는 내역입찰이라는 제도를 조합설립인가 시점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실제로 내역입찰의 역할은 설계안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비교를 통한 적정성을 평가하는데 있다. 이 내용을 추후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한 뒤 시공자가 제시한 대안을 적용하는 과정에 대입해 비교하면서 활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전문위원실에서도 부작용 감소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올해 초 김종무 전 시의원이 발의한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정비지원계획이 반영됐다면 상당 부분의 설계도서 내용이 결정돼 설계변경 가능성이 적어질 수 있다”며 “나아가 시공자로부터 공사원가 산출서 등 구체적 자료, 공사비 적정성 검토 및 설계변경 최소화 방안 등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