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부동산침체… 재개발·재건축현장 이주비 조달 ‘아우성’
고금리에 부동산침체… 재개발·재건축현장 이주비 조달 ‘아우성’
금융기관 대출이자 인상요구에 조합들 고심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2.11.28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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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금리인상 요구
일부조합 부담 감당 못해
이주비 대납 포기선언도

갈현1구역 금리 7.45%
금융비 늘자 강력 반발

금융기관 재입찰도 불가
재건축·재개발 중단우려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급등하는 금리로 인해 전국의 수많은 재개발·재건축 현장들이 난항에 빠졌다. 부동산경기 침체에 레고랜드발 시중 자금의 경색까지 겹치면서 대규모 현장까지 사업추진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대출금리와 금융기관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중단 사태가 계속되면서 정비사업에서 가장 핵심 사업비인 이주비 대출에 차질이 생기자 조합과 조합원은 물론 건설사까지 모두 고심에 빠졌다. 나아가 이주비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직접 이자를 납부해야 될 상황에 놓인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금리 오르고 대출 중단 사태까지… 전국 정비사업현장 ‘초비상’

부동산경기 침체와 시중자금의 경색은 알짜 사업지로 꼽히는 한강변 재건축 현장마저 직격탄을 맞게 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금융기관은 부실 위험이 높아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거부하면서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지의 대출이 막혔다.

이미 이주비 대출을 받은 현장의 경우 추가 대출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대출금리 인상을 요구해 조합원들의 부담이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24일부터 이주를 개시하는 서울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사업의 경우 추가이주비 대출길이 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시공자로 선정된 대우건설은 기본이주비 LTV 40%외에 추가이주비로 40%를 제안했다.

하지만 추가이주비 대출기관 선정을 앞두고 추가이주비 대출금리가 무려 7.43%로 적용되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이 생겼다. 여기에 대우건설이 2천억원 규모 이주비 대출 대주단 모집에 한차례 실패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한차례 대주단 모집에 실패하면서 추가이주비 이자가 더욱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아가 최악의 경우 대주단 모집을 끝내 하지 못해 이주 및 사업지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내에서도 대형 재건축 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사업(원베일리)는 최근 사업비 대출이자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조합이 조합원 이주비 대출이자 대납을 중단키로 하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최근 조합은 이주비 집단대출 금리가 종전 2%대에서 4.98%로 급등했다고 조합원들에게 통보하고, 이주비 이자를 오는 12월부터 조합원이 직접 내야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조합원들에게 “당장 12월부터 조합이 후불제로 대납해온 1,400명의 조합원 이주비 이자 월 21억원을 조달할 수 없다”라며 “앞으로는 조합원들이 이주비 이자를 각자 내야 한다”라고 고지했다. 

조합에 따르면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7일 만기 예정인 3,150억원 규모 사업비 대출도 만기 연장과 함께 이자율 변경을 앞두고 있다. 이에 최근 대의원회를 통해 사업비 대출 만기를 내년 10월 30일로 늘리고 당초 3.58%였던 금리를 6.94%로 올리는 안건을 의결했다.

주선 수수료와 참여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대출 금리가 9.44%로 2배 가까이 오르게 된다. 이 경우 지급해야하는 연 이자만 289억원에 달하게 되면서 조합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사업비가 부족해지자 이주비 대출 이자를 조합원들이 직접 내야하는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그간 조합은 이주비 대출이자를 선지급하며 입주에 맞춰 조합원들에게 이자 비용을 지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입주가 1년 가까이 늦어지면서 추가 대출이 불가피해졌고, 사업비 역시 부족해진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입주 시기가 늦어지면서 사업비가 부족해 추가 대출에도 조합원들의 이주비 대출이자를 대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라며 “사업비가 부족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오는 23일 총회를 열어 차입 내용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주 앞둔 단지들 금융기관 금리 인상 요구에 난색

치솟는 금리로 인해 아직 이주에 나서지 못한 현장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이자 인상을 통보하자 사업 지연과 고금리 수용 사이에서 조합이 선택을 해야 하지만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부동산경기 침체 탓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 광명시 광명11R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은행에서 이주비 대출이자를 추가로 올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혼란에 빠졌다. 당초 이곳은 코픽스에 1.48%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으로 대출금리를 확정하려 했지만, 은행에서 돌연 가산금리를 2.28%로 인상을 요구했다. 이 경우 이주비 대출금리는 기존 연 3.4%에서 5.68%로 상승하게 된다. 

조합은 은행 측에 추가 인상은 어렵다고 의견을 전달했지만, 은행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조합은 지난 1일 대의원회에서 은행이 제시한 금리 인상안을 수용할지 새로 이주비 대출 금융기관을 선정할지를 두고 표결에 나섰다. 장시간 토론 끝에 인상된 금리를 수용하자는 의견이 96%에 달했다.

사업지연까지 감수하면서 재입찰로 금융기관을 새롭게 선정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상황을 봤을 때 대체할 은행을 찾기 힘들다고 판단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은행의 금리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열어 대출 금융기관을 재입찰하는 방안도 고려했다”며 “하지만 금융시장 상황이 어려워 다른 은행들이 더 좋은 조건을 가져올지도 미지수인 상황인 만큼 금리 인상을 감수하고 사업을 빨리 진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주를 진행 중인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은 이주비 금리 인상으로 조합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 3월 이주비 대출을 위한 금융기관을 선정했지만, 대출금리가 5%를 넘어가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졌다. 여기에 기본 이주비인 LTV 40%외에 추가 이주비 LTV 30%의 경우 금리는 7.45%다. 또한 조합의 고지문에 따르면 추가로 금리가 인상될 여지가 있어 조합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은 대출을 위한 금융기관 선정조차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지연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 수성구 삼일맨션 소규모재건축조합은 이주비와 사업비를 빌릴 금융기관 선정을 위한 입찰을 두 차례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대구 서구 내당·내서 재건축조합도 올해 1월부터 사업비 및 이주비 대출은행 선정 공고를 냈지만 아직 금융기관을 선정하지 못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부동산경기 침체 탓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은행의 금리인상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사업을 추진할지, 사업 지연을 감수하면서 상황을 지켜볼지 선택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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