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규제지역이 더 높은 분양가… 상한제 형평성 논란
비규제지역이 더 높은 분양가… 상한제 형평성 논란
부동산원이 쥐락펴락하는 택지비 검증... 업계 “제도개선 시급”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2.11.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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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택지비 31건 중 23건이 깎여 
시세의 60% 반영해도 재검토 지시 내려와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현행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불만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가 한차례 분양가 상한제를 개편했지만, 분양가 산정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택지비에 대한 개편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제 분양가 상승효과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수도권 일부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되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투기과열지역보다 인접한 비규제지역의 분양가가 더 높아지는 역전현상까지 나타나면서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이 독점적으로 검증을 도맡아오고 있는 택지비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국부동산원 무리하게 택지비 낮춘다”주장… 31건 중 23건 택지비 감소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한국부동산원이 무리하게 택지비를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현행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불만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한국부동산원 내부문건에 따르면 31건 중 검증 전과 후가 동일한 8건을 뺀 23건은 택지비가 깎였다. 10% 이상 깎인 경우는 5건이었고, 변동률이 가장 큰 건은 18%나 됐다.

이에 감정평가사들이 택지비를 관련법에 따라 적정하게 평가해도 한국부동산원은 평가금액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지 않으면 검증을 반려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분양가 결정 시, 택지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택지비감정평가 금액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부동산원이 해당 택지비 산정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제출한 해당 감정평가사는 토지가격 감정평가를 다시 진행해야 했다. 

문제는 한국부동산원의 택지비평가 경향이 가격을 과도하게 낮추려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주변시세 대비 60% 수준의 택지비 금액을 제시했음에도, 한국부동산원이 재검토를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더구나 토지가격 평가를 두고 한국부동산원이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재검토 지시를 내리고 있어 업계의 원성이 자자하다. 

유 의원은 “정부의 통제를 받는 한국부동산원이 마음만 먹으면 택지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구조”라며 “새 아파트 토지가격을 수 십년된 아파트 토지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묶어두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세보다 턱없이 저렴해야 인정되는 택지가격 검증제도 역시 하루 빨리 개선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지난 6월 택지비 검증 절차 개선방안이 포함된 분양가 상한제 개편 내용 발표 후, 검증 주체 중 한국부동산원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도심 주택공급 효과를 높이려면 분양가 상승요인 여력이 작은 이주비 금융비 개선보다 비중이 큰 택지비 평가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 지역이 오히려 분양가 더 높아… 역전현상에 조합들 불만 속출

올해 정부가 서울과 그 인근 4곳을 제외한 전국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해제하기 시작하면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와 인접한 비규제지역간 분양가 역전현상이 나오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광명시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적정성 검토를 통해 1㎡당 평균 택지비를 1,255만원으로 확정됐다. 건축비를 더해야 정확한 분양가가 나오지만, 3.3㎡당 분양가는 2,600만~2,700만원 선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예상분양가 윤곽이 드러나자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일반분양가가 시세보다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인접한 도시의 분양가가 오히려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분양한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안양동 진흥아파트 재건축)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978만6,800원이었다. 또한 일반분양이 진행 중인 의왕시 ‘인덕원자이 SK VIEW'(내손동내손다구역 재개발)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2,877만원이다.

광명시와 인접한 안양시와 의왕시는 조정지역인 탓에 한국부동산원의 택지비 검증 대신 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으면서 광명시보다 훨씬 높은 분양가가 책정됐다.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조합은 과거 한 차례 한국부동산원에 택지비 검증을 신청했는데 부동산감정평가업체가 평가한 택지비가 너무 높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부동산원이 반려한 바 있다. 이에 택지비 금액을 낮춰 한국부동산원의 적정성 검토를 통과했다. 

한편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있는 광명시에서는 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조합 외에도 뉴타운4R구역 및 10R구역 재개발조합이 최근 일반분양을 위해 한국부동산원의 택지비 재검증을 진행 중이다. 두 곳 모두 철산주공8·9단지와 마찬가지로 한국부동산평가원에서 택지비 검증에서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철산주공 10·11단지, 뉴타운1R구역, 2R구역, 5R구역 재건축·재개발조합 등도 이주가 완료돼 일반분양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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