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사업장마다 공사비 인상 ‘몸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마다 공사비 인상 ‘몸살’
건설사·조합 공사비 갈등 증폭… 해법은 없나
  • 최진 기자
  • 승인 2023.01.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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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4지구 설계변경·금융비 이유로 4,700억 요구
신반포3차·경남재건축 삼성물산과 1,400억원 갈등 
조합들 자구책마련 분주 속 연합회 차원 공동대응도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이 공사비 인상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건설자재 가격과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공사비 인상을 두고 조합과 시공자 간의 대립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장 수주를 꺼리면서 시공자를 선정해야 하는 사업장에서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조합원 무상제공품목 등을 줄여 증액 범위를 축소하는 한편, 또 다른 현장에서는 지역단위로 결집해 건설사의 공사비 증액요구에 대응하는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건자잿값 폭등에 공사비 증액 지속… 일선 현장들 신음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증액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6개월 만에 시공자인 현대건설 사업단과의 증액협상을 마무리 짓고 공사를 재개했지만, 같은 달 서초구 신반포4지구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각각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면서 공사비 증액이슈가 정비업계에 지속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공사비 증액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져 왔다. 조합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설계변경과 새로운 기술 및 마감재를 접목하는 등 아파트를 고급화하는 과정에서 기존보다 공사비가 인상될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액되는 공사비가 조합의 예상 범위를 넘어서면서 조합과 시공자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에 속하는 신반포4지구 재건축사업이 대표적이다. 시공자인 GS건설은 설계변경과 금융비용 등을 이유로 조합에 4,70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은 당초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수준이 두 배 이상 뛰었다며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신반포4지구의 기존 공사비는 9,300억원으로 증액되는 공사비를 더한다면 총공사비는 약 1조4,000억원이 된다.

오는 8월 입주가 예정된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재건축도 삼성물산과의 공사비 증액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은 조합이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논의나 대응이 없다는 이유로 조합의 사업비인출을 막겠다고 통보했다. 조합의 요구로 특화설계를 접목하면서 증가한 1,4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처리해달라는 것인데, 수개월째 해당 사안이 진척되지 않자 조합의 자금줄을 동여맨 것이다.

정비업계는 재개발·재건축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조합들이 건설사의 공사비 증액요구를 거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가 모두 조합의 몫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급등하는 최근 금융시장 흐름에서는 조합이 사업지연을 각오한 채, 시공자와의 공사비 갈등을 장기화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건설사업단의 6,000억원 공사비 증액을 거부하며 공사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던 둔촌주공의 경우 6개월만에 공사를 재개했지만, 기존 증액의 2배 수준인 1조1,000억원의 공사비를 더 부담하게 됐다.

▲무상품목 빼고 연합회 공동 대응까지… 자구책 마련 분주

공사비 인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합들의 자구책들도 마련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연합체가 건설사 공사비증액 타당성을 검토해 공동 대응하는 한편, 일부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특화품목을 제외한 무상제공품목을 줄여 공사비 증액범위를 축소하는 등 다양한 고육책들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재개발·재건축 연합회는 건설사들의 공사비 증액 요구를 연합회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해 대응하는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원자재 인상과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불가피한 증액요인을 반영하면서 시공자의 무리한 증액요구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최근 안양 동안구 호계온천주변지구 재개발구역은 공사비 증액을 공시했지만, 증액과정에서 시공자와의 갈등이나 조합원들의 불만이 최소화되면서 신속하게 착공절차를 밟고 있다.

주상욱 호계온천 재개발조합장은 “안양 재개발·재건축연합회는 앞서 사업절차를 밟은 조합들이 후발주자의 어려움을 조언하고 돕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업의 전문성과 안정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라며 “공사비 증액 협상도 이미 대부분의 조합들이 각각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공유하면서 협상의 방향이나 문제점 등을 빠르게 파악하고 조합이 대응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공사비 증액 문제로 착공이 연기됐던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던 품목을 줄이면서 공사비 인상폭을 최소화했다. 조합은 시공자가 요구한 3.3㎡당 증액공사비 528만원을 517만원으로 줄여 착공신고를 접수했다. 

업계관계자는 “최근에는 본 계약이 지연될수록 공사비 인상폭이 예상치를 넘어서는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무상제공품목 제외나 마감재 하향이 아쉽더라도 빠르게 착공에 나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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