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결의서 사진의 문자 회송, 선관위가 허용할 수 있나
서면결의서 사진의 문자 회송, 선관위가 허용할 수 있나
  • 오민석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 승인 2022.12.2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우징헤럴드] S는 서울 서초구 S아파트 일원을 사업구역으로 하여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H는 S조합의 조합원이다.

S조합은 2022년 2월 28일 조합장 선출 등을 안건으로 한 조합원 정기총회를 같은 해 3월 16일 개최한다는 소집공고를 했다. 이 조합장 선거에는 A, B, C가 각 입후보했다. 

S조합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우편투표의 회송 방법을 직접제출, 우편발송, 팩스전송, 전자메일송부, 문자 사진 전송의 방법으로 행하고, 후보자 및 선거운동원은 2022년 3월 1일부터 같은 달 15일까지 문자메시지를 포함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결의했다. 

정기총회 당일인 2022년 3월 16일 오전 경 조합장 후보 C는 조합원들에게 “저는 조합장 후보를 사퇴합니다. 본인과 B후보로 표가 분산되어 비대위 출신이 조합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조합원들이 많습니다. 제가 사퇴하여 조합장만큼은 반드시 B가 당선되어야 합니다. 제게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들은 오늘 총회장에 참석해 서면결의서를 철회한 후 현장 투표로 B를 찍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발송했다. 

당초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은 1,922명이었으나 총회 현장에서 198명이 서면결의서 제출을 철회한 뒤 직접 투표를 했다. 그 결과 A 754표, B 854표, 무효와 기권 380표로 B가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H는 ①우편투표의 문자메시지 사진 전송방식은 우편투표 회송방법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 투표방식이므로 법령이나 정관의 근거도 없이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인정한 것은 잘못이며, ②문자메시지 수신 과정에서 기표내용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으므로 비밀투표원칙에도 반하고, ③C가 총회 당일 후보사퇴와 B에 대한 직접투표를 독려한 것은 선거운동기간 외의 선거운동으로 위법할 뿐 아니라, ④사전에 입수한 기표내용을 바탕으로 상호 공모해 선거에 개입한 불법투표이다. ⑤게다가 조합은 도시정비법이 규정한 서면의결권 행사자에 대한 본인확인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으므로 B를 조합장으로 선출한 총회결의는 무효라며 법원에 B의 조합장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B는 ①문자, 전자메일, 팩스 전송방식 모두 투표용지에 기표하여 이를 촬영한 사진 내지 사본을 조합에 제출하는 것으로 직접제출, 우편제출과는 원본 그 자체를 제출하는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투표방식이 아닌 회송방법의 하나에 불과하고, ②문자, 전자메일, 팩스 전송방식은 그 집계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 등이 기표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이는 우편 회송의 경우에도 동일하여 비밀투표 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③C가 후보에서 사퇴하고 자신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하더라도 이는 C의 독자적 행동일 뿐이므로 이를 이유로 조합장 선출이 무효가 될 수 없고, ④투표용지에는 조합원 본인의 무인이나 지장을 날인하도록 하여 본인확인절차를 충분히 거쳤다면서 조합장선출이 유효하다고 다투었다. 

이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선거관리 절차상 잘못이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출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지 여부 등을 참작해 선출결의의 무효 여부를 판단해야”하고,

특히 “도시정비법상 조합장 선거에 공직선거법과 같은 엄격한 비밀투표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면이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비밀투표에 의해 보장하려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의 가치가 현저히 훼손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문자, 팩스 전송방식은 모두 투표 방식 그 자체이지 선거관리위원회가 따로 정할 수 있는 투표용지 회송 방법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고, 문자메시지 전송방식으로 서면결의서를 제출받을 때마다 이를 종이로 인쇄한 후 보관하는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은 기표내용을 사전에 집계할 수 있었으므로 비밀투표원칙에 반한다.

실제 총회 직전 C가 후보에서 돌연 사퇴하면서 B를 지지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은 불법선거운동일 뿐 아니라 B와 C가 의사 연락하에 선거에 개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의심이 든다.

투표용지에 무인 내지 지장을 날인하게 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본인확인이 가능하지 않고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한 추가적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도시정비법이 본인확인의무를 규정한 취지와 맞지 않고, 정관에서 이러한 방식을 허용하는 명시적 근거가 없는 한 본인확인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B의 조합장 직무를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11.10.자 2022카합21313 결정).   

문서의 원본과 사본 또는 사진 사이에는 법률상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투표용지와 같은 문서의 사본 또는 사진을 원본과 같이 취급하고 법적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법령의 근거가 필요하다.

S조합의 정관과 선거관리규정은 서면결의서의 직접 제출과 우편에 의한 제출만 규정하고 있을 뿐 문자, 전자메일, 팩스에 의한 투표용지 제출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문자, 전자메일, 팩스에 의한 투표용지 제출을 허용하는 것은 직접투표와 우편투표에 이은 제3의 투표방식을 법령이나 정관의 근거없이 인정하게 되어 위법한 것이고, 선거절차 전부를 무효로 만들 수 있다.

오민석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