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시공자 신통기획 현장만 조기화… 역차별 논란
재개발·재건축 시공자 신통기획 현장만 조기화… 역차별 논란
서울시 정책브랜드 적용한 현장에만 혜택줘
조례개정 취지 안맞아 전 사업장 확대해야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3.01.2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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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조합설립인가 시점에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는 대상을 서울시 전체 정비사업 현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22일 도정조례 개정안 의결을 통해 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시기를 ‘조합설립인가 후’ 시점으로 앞당겼지만, 대상을 신속통합기획 현장에만 적용한 것을 놓고 ‘반쪽짜리’ 조례개정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신통기획 현장만 적용한 것은 그만큼 제도개선 수혜 현장 숫자를 줄여 서울 도심주택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는 추가적인 조례개정을 통해 서울시 시공자 선정시기 대상을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서울시 신통기획 현장 88곳이라도 효과 제한적”

문제는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어렵게 도정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켜 도입한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 제도가 자칫 효과 측면에서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서울 도심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한 이번 조례개정의 입법 취지와 신통기획으로 범위를 축소한 조례개정 실제 결과가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공급을 지속하려면 해당 사업장 범위를 넓혀 충분한 공급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데, 특정 사업방식인 ‘신통기획 현장’만 그 대상에 포함시켜 공급 가능성이 한껏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실에서 발간한 시공자 선정시기 단축 관련 도정조례 검토보고서에서는 지난해 말 9월 기준 서울시 정비사업장 중 정비계획 수립 단계 현장은 35곳(재개발 35곳), 조합설립인가 단계는 96곳(재개발 32곳, 재건축 64곳)으로 수혜 대상이 총 131곳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 대상을 ‘신통기획’현장이 아닌 ‘전체 서울시 정비사업장’을 대상으로 했다면, 곧바로 96곳의 시공자 선정에 시동이 걸리면서 조례개정의 효과가 발동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신통기획 현장들 상당수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이번 시공자 선정시기 단축의 효과가 현장에 발휘되는데 있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에서 밝힌 작년 말 기준 신통기획 현장은 88곳이다. 수시 접수해 지정하는 재건축 신통기획 현장은 22곳, 정기 공모절차를 통해 선정된 재개발 신통기획 현장은 46곳이다. 특히, 재개발 신통기획 현장은 2021년 1차 공모에서 21곳, 2022년 2차 공모에서 25곳이 각각 선정된 상태로 사업 대부분이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정비계획과 건축계획 가이드라인을 지원해 빠른 인허가를 진행시키겠다는 게 서울시가 내놓은 신통기획의 당초 도입 취지지만, 현장에서는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해 보면, 서울시가 시행하겠다고 하는 신속통합기획이 실질적인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예컨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도 종전에 하던 내용과 거의 대동소이하게 진행하는 게 대부분으로 신통기획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조례개정 때 좀 더 논의를 진행해 서울시 내 모든 정비사업 현장에 적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가능하다면 재차 서울시의회에서 논의를 시작해 서울시 전체 현장의 시공자 선정시기를 단축시키는 조례개정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방식 특혜 논란 불씨가 잠재돼 있다는 것도 문제다. 결과적으로‘신통기획’이라는 서울시 정책브랜드를 적용한 현장에만 혜택이 주어지고, 그렇지 않은 곳들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정책에 협조하는,‘말 잘 듣는’정비사업 현장에만 정책 혜택을 준다는 시그널로 비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서울시 전체 현장 대상으로 시공자 선정시기 앞당겨야”

전문가들도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 규제를 대폭 걷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통기획 현장만 혜택을 제공해서는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석주 전 서울시의원은 “서울시의회가 의지를 갖고 서울시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좀 더 밀어붙였어야 했다”며 “국토교통부가 대폭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 돌입한 지금, 서울시의회와 서울시도 중앙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춰 대폭적인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통기획을 적용한 현장에만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겨서는 부동산 규제완화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전체 사업장 숫자와 비교할 때 신통기획 현장은 많지도 않을 뿐더러, 신통기획 현장들 모두 다 사업초기 현장들이기 때문에 시공자 선정시기 단축의 혜택이 나타나려면 2~3년 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서울시의원은 “이번 도정조례 개정의 내용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아직 듣지 못했다”며 “주민 민원 등 여론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한편 추가적인 제도보완의 필요성이 커진다면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해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전면 선정시기 완화에 여전히 부정적

서울시 주택정책실에서는 여전히 전체 대상의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에 부정적이다.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김으로써 발생하는 부작용이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세부적인 자재항목이 나와 있는 내역입찰 제도 존재 이유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9일 도정조례 개정안이 논의되던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조례개정안 심의장 내에서도 주택정책실 실무책임자는 기존 보수적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회의 석상에 자리한 김승원 서울시 주택공급기획관은 “2010년 우리 시에서 도입한 내역입찰 제도를 통한 시공자 선정 제도가 시장에 안착해 있고, 조합원들도 내역입찰의 장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반대로 조합설립인가 시점에서 시공자 선정을 한다면 조합과 시공자가 논의할 구체적 내역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공사비 깜깜이 증액을 방지할 수 없으니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주택정책 등을 총괄하는 행정2부시장 교체가 시작돼 향후 주택정책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기존에 재임하던 한제현 행정2부시장이 지난 10일 이임식을 갖고 퇴임했고, 후속 인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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