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학주 한국부동산원 도시정비처 실장
인터뷰-김학주 한국부동산원 도시정비처 실장
“도시정비에 민·관 가교역할 총력
조합원들 똘똘 뭉쳐야 위기 넘죠”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3.01.25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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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외길 30년
다양한 현장 문제점 해결
제도적 틀 마련에도 공헌

조합장과 정비업체 능력
사업성패 좌우하는 요인

신탁정비사업 법제화
뉴스테이 연계형 도입
업계 발전에 작은 힘 보태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지난 30년간 정비사업 민간업계와 공공기관을 거치며 국토교통부와 민간업계 간 가교 역할을 해오던 김학주 전 한국부동산원 도시정비처장이 실무지원 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후배 직원들의 업무지원에 나선다.

30년 간 실무와 정부정책 사이를 오가며 갈고 닦은 경험과 전문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민간 건설사와 한국부동산원 공공기관에서 근무한 폭넓은 실무 경력을 통해 국토교통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균형 잡힌 정책 조언자로 활동해 왔다.

실제로 김 실장은 1993년 SK건설에 입사, 도시정비 업무를 시작한 이후 30년 넘는 기간 동안 재개발·재건축 외길을 걸어왔다. 한국부동산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도시정비지원단 단장으로서 관리처분계획 타당성검증 업무와 정비사업지원기구 설립을 추진했다.

나아가 2016년에는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현장의 선정과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본격적인 정비사업지원기구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며, 정비사업 담당부서가 지금의 도시정비처로 자리잡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본지는 김 실장을 통해 위기상황 해법과 한국부동산원의 향후 활동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990년대부터 재개발·재건축 외길을 걸어오셨습니다. 민간과 공공을 두루 경험하셨는데요. 2003년 제정돼 올해로 20년째 운영돼 오고 있는‘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시는지요

=도정법은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도정법이 제정·시행되면서 과거 객관적이지 않은 인허가 행정이나 일부 참여주체들에 의한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사업관리 체계 등이 개선됐습니다.

도정법 제정의 의미는 재개발법, 주택건설촉진법 등 각각 개별법으로 관리돼 오던 재개발·재건축·주거환경개선 사업들이 하나의 법으로 합쳐지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운영 중인 각종 정비사업 원칙들이 도입됐습니다.

그 원칙으로는 첫째 ‘계획이 없으면 개발도 없다’는 선계획-후개발 원칙, 둘째 ‘시공자의 역할은 시공으로 한정하고, 사업시행 지원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수행한다’는 정비사업의 구조 확립, 셋째 도시계획 차원의 정비계획과 지구단위계획 및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 등과의 상호연계 개념 구축, 넷째 관리처분계획의 객관화 및 구체화 개념 수립들이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그 결과, 국내 재개발·재건축사업은 한층 더 구체화되고 객관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며, 많은 참여주체들이 생겨나고 합리적으로 경쟁하는 터전이 만들어졌습니다.  

▲한국부동산원 도시정비처의 역할과 업무 범위, 그리고 그동안 이뤄낸 성과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한국부동산원 도시정비처는 그간 정부와 민간을 잇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국토부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일들을 많이 해왔고, 이를 통해 국내 정비사업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이는 우리 한국부동산원의 노력만이 아닌 업계의 도움도 컸습니다.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각종 문제를 고민해주고 해법을 제안해주었기에 이만큼 도시정비처가 발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업계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 법령 개정 내용 3가지를 소개해 주십시오

=업계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개정 항목 꼽는다면, 제 개인적으로 적극 참여했던 △신탁정비사업의 법제화 △정비사업지원기구의 법제화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의 제도화 등 3개를 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보다 더 크게 업계 발전을 위한 개정도 없지 않지만, 과거 관습처럼 흘러내려왔던 종전 방식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위 3가지 개정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신탁정비사업의 경우는 2014년 수차례의 전문가회의를 거쳐 어렵게 반영된 것인데, 당시 많은 전문가들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약 2천여개 사업지에서 어느 하나라도 신탁정비가 필요하다면 법에서 그 문호를 열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긍정적 토론이 진행돼 제도가 탄생했고, 실제로 현재 많은 구역들이 신탁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정비사업지원기구는 2017년 도정법 전부개정시 제안해 반영된 것인데, 당시 한국부동산원이 영세한 사업구역의 지원 방안이나 상담·자문 등을 지원하는 법적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당초 지원기구의 역할은 상담업무·영세사업장 관리처분계획 수립 지원·정비사업전문관리제도 지원 등을 기초로 했었습니다. 그 이후 뉴스테이연계형 정비사업 지원, 전문조합관리인 제도 지원 등이 추가 확대돼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제도는 기존의 정비사업 방식에 리츠·펀드 등의 금융과 부동산회사 방식을 연계한 최초의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와 관련한 뉴스테이 제도 도입의 또 다른 의미는 사업에 신용을 깔아준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사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신용’이라는 밑바탕이 지탱해줘야 실제 작동을 하게 됩니다.

뉴스테이 도입 당시는 아무도 정비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불황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도적인 신용을 밑바탕에 깔아줘 정비사업을 움직이게 하는 활성화의 불씨를 지펴주는 장치를 만든 것입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그 후에 제도에 과도한 공공성이 반영되면서 쇠퇴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민간영역의 자율성이 더욱 강화된다면 이 제도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권 성격에 따라 공공의 정비사업 참여 비중이 들쭉날쭉했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의 합리적인 구분 기준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고 봅니다. 공공이 시장에 참여하는 상황은 첫째,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 민간이 준비가 안 됐거나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때 한시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도정법 시행 초기에 부동산원과 LH가 정비사업전문관리자로 참여했다가 추후 철수한 전례가 있습니다. 

둘째, 사업성이 없거나 민간으로는 신용이 담보되지 않아 민간사업자 참여가 어려운 지역이나 사업에 한해 참여하는 것입니다. 현 정부의 8·16대책에서도 공급은 민간에 맡기고, 공공은 시장보완 기능에 집중하겠다는 기준이 제시돼 있습니다.

셋째, 도시의 계획적 발전을 위해 공공의 주도적 참여가 필요한 경우에 참여하는 경우입니다. 신도시 개발 또는 기반시설 설치와 연계된 거점사업이 이 같은 경우입니다.

넷째, 기타 분쟁 등의 문제로 주민이 원하는 경우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공공이 참여하고, 나머지는 모두 민간에 의한 개발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은 민간영역 침범을 스스로 경계하는 것이 필요하며, 또한 공공이 필요한 지역에 참여할 때에는 민간과의 상호 협력이라는 방향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수많은 정비사업 조합들의 사업추진 상황을 지켜봐 오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공하는 조합과 실패하는 조합의 공통점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사업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조합장과 정비업체의 능력입니다. 성공한 조합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조합장이 합리적이면서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조합원들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겸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통과 관련해 단적으로 조합원들이 다음과 같은 하소연을 할 정도로 소통해야 합니다. ‘소식지를 이제 그만 보내라’ ‘문자메시지 보는 것도 귀찮고, 소식지도 안 읽는데 돈 아깝게 왜 이렇게 자주 보내냐'는 민원을 많이 받을 정도로 소통해야 합니다.

조합장과 상근임원들은 일반 조합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우위의 위치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조합 임원들은 ’조합원들이 당연히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조합원 소통에 자연스레 나태해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결국 나중에 다양한 형태의 내부분쟁으로 이어져 사업을 곤경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조합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 덕목은 합리적이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지속하는 것이고, 그 결정의 기본바탕은 조합원에게 있다는 생각을 유지하면 사업실패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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