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해제… 시공자와 갈등 ‘어쩌나’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해제… 시공자와 갈등 ‘어쩌나’
조합은 최대한 하락방어
시공자, 분양가인하 고집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3.02.07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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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분양가 규제 사라져 조합·시공자가 결정
분양가 하락 이어실 경우 가격조정 격돌 예상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가격 규제 시스템이 사라져 일반분양가 결정 권한이 민간으로 돌아온 가운데, 이 과정에서 가격 결정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자 간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올해 초 정부가 주택경기 하락을 근거로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ㆍ조정대상지역과 함께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대폭 해제해 일반분양가 결정권이 사실상 사업주체인 조합에게 되돌아온 상황이다. 하지만, 주택경기 하락 추세 속에 조합과 시공자 간의 입장 차이가 확연해 일반분양가 결정 과정에서 커다란 갈등이 벌어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규제지역 및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대폭 해제

정부는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부동산 규제지역의 대거 해제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업무보고 하루 전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주택법에 근거한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과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조정안’을 각각 심의·의결했다. 이를 통해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4개 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해제했다. 

이와 동시에 기획재정부도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소득세법에 근거한 투기지역을 해제했다. 해제 대상에는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11개구(성동·노원·마포·양천·강서·영등포·강동·종로·중·동대문·동작)가 포함됐다. 

결론적으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중 규제’ 지역으로 남기고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것이다. 

규제지역 해제와 함께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도 강남·서초·송파·용산구만 남겨놓고 다 걷어냈다. 마포·성동·강동 등 서울 14개구와 경기 과천·하남·광명 내 총 236개동이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집값 과열 우려가 있거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호재로 고분양가가 우려되는 곳에 지정된다. 이 때문에 주택경기 침체로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서 사실상 분양가상한제 적용도 자동적으로 제외된 것이다. 

그간 일반분양가 결정의 또 다른 문턱으로 지목됐던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에 따른 가격 상한선 역시 조합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분양가 심사제도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인근 시세를 기준으로 하는데, 주택경기 하락 추세 속에 이 또한 하락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일반분양가 결정은 조합과 시공자 간의 협의 절차에 의해 결정될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도 강남3구·용산만 남아

문제는 일반분양가 가격 결정 권한을 돌려받은 민간사업자 내부에서 갈등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일반분양가 하락 추세가 공고한 상황에서 적정 일반분양가 수준을 놓고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의 핵심 당사자인 조합과 시공자 간의 커다란 의견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얘기다.  

분양경기가 좋을 때 일반분양가 결정의 화두는 분양가상한제 및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등 공공의 가격 상한선이다. 이 때는 조합과 시공자 모두 한 목소리를 내며 최대 분양가 결정을 위해 동행한다. 

반대로 분양경기가 악화되면 공공의 가격 상한선이 사라지는 대신 최대한 일반분양가를 높이려는 조합 측과 가급적 낮추려는 시공자 간의 입장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된다. 

즉, 일반분양가 하락은 결국 조합원 추가분담금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은 최대한 하락 범위를 줄이려 하고, 시공자는 ‘분양불’로 공사대금 지급 방식을 계약했다는 이유로 초기 분양이 잘 되도록 일반분양가를 대폭 낮추려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당초 관리처분계획에서 3.3㎡당 3,000만원을 책정한 상황에서 실제 분양 시 조합은 2,800만원까지 하락 폭을 고수하는 반면 시공자는 2,600만원을 요구하는 식으로 서로 다른 입장 차이가 발생하고, 이는 결국 양 자간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대개 평균 값인 2,700만원 선에서 타협하게 된다. 

신병기 랜드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올해 초 정부의 규제지역 및 분양가상한제 적용 해제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분양가 규제를 받는 곳이 없어져 민간 자체의 가격결정 구조만 남게 된 상황”이라며 “이제 일반분양가 결정 매커니즘은 낮아지는 시장 가격 추세 속에 사업 당사자인 내부의 조합과 시공자 간 협의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일반분양가 결정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자 간 내부 다툼이 매우 커질 것”이라며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하되, 조합은 조금이라도 비싸게 정하려 할 것이고, 시공자는 조금이라도 싸게 해서 조기 완판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012~2013년 경 주택경기 침체 상황과 유사한 상황이지만, 후분양제 결정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주택경기 상황이 10여년 전 주택경기 악화 상황과 유사하다”며 “당시에도 일반분양을 앞둔 서울의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낮아지는 분양가 결정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자 간 의견 차이 때문에 분양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조합이 후분양제를 선택해 사업을 추진했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여서 후분양제 선택 시 되레 손해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현실을 수긍해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견 조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희섭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분양경기가 어려울 때 일수록 적정 분양가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워 조합과 시공자 간 갈등 상황은 더욱 악화될 소지가 높다”며 “이럴 때일수록 서로 간에 양보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 수준의 일반분양가를 결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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